[사소한 역사] 가발
기원전 3000년 이집트는 햇볕 차단… 프랑스 왕들은 탈모 가리려고 썼죠
가발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 입력 2024.02.06. 03:00 조선일보
머리카락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매일 우리 몸에서 떨어져 나가죠. 이런 머리카락은 모으면 귀중한 자원이 되기도 한답니다. 최근 미용실에서 버려지는 머리카락들을 모아 비료, 보온 매트 등으로 재활용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해요. 친환경 재료인 머리카락을 활용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도죠. 그러나 과거에도 머리카락은 가발을 만드는 값진 자원이었는데요, 인류가 일일이 머리카락을 모아가며 가발을 쓰게 된 이유를 알아볼까요?
가발에 대한 가장 오래된 흔적은 고대 이집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원전 3000년쯤 나일강 변에서 살던 이집트 사람들은 풍토병을 피하기 위해 머리카락과 몸의 털을 짧게 다듬으며 위생에 힘썼어요. 하지만 강한 햇볕을 막기 위해서 머리카락은 필요했죠. 그래서 이집트 사람들은 사람의 머리카락과 양털, 야자잎 섬유 등을 이용해서 가발을 만들어 쓰고 다녔답니다. 나중에는 더욱 발달해 가발에 보석을 달거나 가짜 수염도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가 나타났어요.
가발을 쓴 옛날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곱슬곱슬한 머리 모양의 유럽 음악가들이 생각나지 않나요? 음악가들이 가발을 쓰고 있는 이유는 그 시기에 가발이 크게 유행했기 때문이에요. 16세기 후반 프랑스 왕들은 대머리를 가리기 위해 가발을 썼어요. 그런데 이런 스타일이 다른 나라의 왕족과 귀족들 사이에 널리 퍼지며 17~18세기는 가발이 크게 유행하는 시대가 됐어요. 상류층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풍성한 대형 가발, 보다 가볍게 만든 여행용과 스포츠용 가발, 법조인과 의사들이 쓰는 가발, 여성들을 위한 장식품이 많이 달린 가발 등 다양한 가발이 등장했죠. 가발에 밀가루 등으로 만든 ‘헤어 파우더’를 뿌려 색과 향기를 입히기도 했답니다.
조선 시대 여인이 커다란 가발인 '가체'를 쓰고 있는 모습. 조선 후기인 19세기 그림으로 추정돼요. /간송미술관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가발이 유행했을까요? 조선 시대를 다룬 사극을 보면 여인들의 머리가 굉장히 풍성한 것이 눈에 띌 텐데요, 여인들의 풍성한 머리는 진짜 머리카락에 ‘가체’라고 불리는 가발을 붙여 만들었어요. 여러 기록에 따르면 그보다 1000년 전인 신라에도 여성들의 머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미체’라는 가발이 있었다고 해요. 한반도의 여인들은 풍성한 머리를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거죠.
가체 가발의 크기와 무게는 상당했어요. 특히 성종실록에 따르면 성종이 좋아하던 여인들은 가체 높이가 1척, 즉 30㎝ 정도였어요. 가체 때문에 목이 부러져 죽은 여인도 있었답니다. 또 가체의 가격은 매우 비쌌고, 가체를 마련하기 위해 파산하는 사람도 생겼어요. 당시에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을 불효라고 여겼기 때문에 가체를 만들 머리카락은 가난한 천민이나 죄수의 모발을 써야만 해서 구하기 어려웠어요.
결국 가체로 인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조와 정조가 집권한 18세기쯤 조선에는 ‘가체 금지령’이 내려졌어요. 내용은 양반가의 여인들과 모든 부녀자는 가체를 이용해 머리를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가체를 대신할 머리 장식으로 족두리를 쓰되 족두리에 사치를 부리는 것도 금지하는 것이었답니다. 금지령 이후에도 가체 풍습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요. 정조 대에 활동했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에서도 가체 쓴 여인이 자주 보이죠. 하지만 조선 말기에 접어들며 가체 풍습이 점차 사라졌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머리카락, 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재활용을 통해 머리카락이 친환경 소재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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