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KTX란 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빠르긴 하지만 이 놈은 굴로 자주 들어가 경치를 많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디 우리 회 형님들, 길고 봉화란 아가씨가 이걸 좋아하니 할 수 없다.
26일 아침 10시 30분 서울역 출발 대구에 닿으니, 천변의 수양버들은 막 목욕한 소녀처럼 보드라운 머리결 바람에 날리고 섰다. 봄이다. 부산역서 전철 타고 서면에서 노리까이 해서 해운대 동백역에 내리니, 바람은 싱그럽고 동백은 꽃이 붉고, 바다는 푸르고, 백층이 넘는 아파트 놀랍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진주 팀서 연락이 온다. 꽁지머리 이민호 사무국장, 부회장 홍종기다. 곧 반갑게 만났다. 이번에 진주시에서 2백만원, 경남예총에서 4백만원 남강문학회 지원금 확보한 진주 두 총사다. 홍부회장은 내 동기 예준이의 동생이니 친구 동생이다. 내 친구 동생이면 왕용이 동근이 목일이 영성이 친구 동생이다. 이리 반가울 수가.... 진주 사람은 다리 하나 건느면 친척이고 친구다.
커피 한잔 놓고 얼굴 좀 보고 행사장 올라가 그리운 부산 문우 만났다.
서울서 내려가는 사람들 대부분 정이 많다. 한국 문협 고문인 청다 선배는 한국 최고에 속하는 문호지만, 항상 후배들을 동생처럼 정답게 대한다. 항상 봄바람이다. 이인숙 정현주... 여성들도 눈빛보면 안다. 서로 쳐다보는 눈빛에 정이 뚝뚝 떨어진다. 정말이다. 우리는 누구도 잘난체 하는 사람 없다. 우리는 그냥 만나서 반갑고 반가우니 만난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서로 손목부터 한번 정답게 잡아본다.
나는 부산 올 때마다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노년에 문학이란걸 잘 시작했다. 그걸 했기에 고향의 정다운 형님 누님 떼거리로 생겼다. 복도 많다.
행사 시작하자, 새 회장 부회장 사무국장 인선 하고 박수로 승인된다. 그 내역이사 나는 별로 중요치 않다. 내겐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 정다운 손목 한번 잡아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벼슬이사 문학 하기 전에 딴 데서 다 해보았다. 전임 회장 양왕용군이 그동안 많은 일 했다. 동기인지라 만나자 수고했다고 먼저 격려해주었다. 그는 그런 수고 끝에 이번에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감투 얻었다.
먼저 진주 미인들 스냅사진부터 찍었다. 나는 솔직한 남자인지라 먼저 여인에 관심이 간다.
후배들은 이렇게 이쁘다. 좌백호가 이숙례, 우청룡이 김소해다. 두 분다 시조시인인데 시가 물이 올라 이뻐죽겠다. 고향 오빠 입장에서 볼 때마다 나는 살짝 그 내색을 비치고 그들은 수줍어만 한다.
마이크 잡은 분은 서울의 안병남 시인이다. 그는 전화 한발로 자석으로 쇳가루 끌듯 이번 행사에 구자운 강종홍 김영숙 김한석 김형도 박무형 이영혜 이유식 이인숙 이진표 정현주 조진태 한영탁 총각 처녀들을 줄줄이 부산으로 끌고갔다. 남강문학회에 활기를 쏟아부어주는 감초다.
여기 황소지 김영숙 두 수필가는 필자의 누님뻘이라 내가 머 그 숙녀 앞에서 내외할 필요없다. 마음 놓고 옆에 가서 애교 좀 떨고 섬섬옥수로 건네주는 맛 있는 소주 넉 잔 받아마셨다. 대화에 묻어오는 그 화사한 정도 맘껒 받아마셨다. 이 두 분 눈가에 비치는 다정한 눈빛을 좀 보십시다.
나는 진주 김정희. 대구 정혜옥. 서울 김여정 대시인도 남강문학회 덕택에 전에 만났다. 같이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었고, 북한강 드라이브도 해보았고, 저서도 받았고, 전호 통화를 해보기도 했다. 나는 그 세 분 문학을 존경한다.. 덩달아 그 세 분 인물 자체도 사랑한다.
이영혜 수필가는 꾀꼬리. 시인묵객들이 만나는데 노래 한 곡조 없을손가. 눈 지긋이 감고 <봄처녀>를 불렀다.
김한석 수필가는 박사 출신으로 진주시 부시장, 삼천포 시장을 역임하셨다. 궂이 사양하시는데 삼고초려해서 모셔온 분이다. 2015년부터 남강문학회 회장직을 수행하실 분인데, 이번에 <남강문학상> 시행을 선언하고, 솔선수범 1백만원을 기탁했다.
이번에 고향 생비랑에 문학비를 세우는 이병수 수필가다. 이튿날 제막식에 가보니, <수필문학> 부회장인지라 서울 부산 버스 네대가 문인 3백여명을 태우고 도착하고, 면장 이장 다 참석하고, 농악 공연 등으로 조용한 산골 동네를 완전 잔치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다.
노년에 고향에 자기 문학비를 세우는 그 맛은 어떨가? 그 참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교직에서 은퇴하여 연금이 받쳐주고, 아들은 의사고, 자기는 문학비 세우고, 팔자 는 완전 상팔자다.
부산 정옥길 시인은 진주 신안동 출신이다. 2009년부터 남강문학회 행사 사진 모두 만들어주신 분, 항상 말없으신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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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박무형 수필가 역시 말 없고 소리 없는 분이다. 문학에 대한 열정 대단하다.
마산 최낙인 시인은 척 보면 온화한 미소가 인품을 느끼게 한다. 마산고 교장 등 그 지역 교육계 원로로, 마산 국회의원 VIP들이 모두 스승님으로 받들어 그 맛있는 마산아구찜 혼자 다 대접받는 분이다. 인품이 훈훈하고 명리에 초연하여, 군자 중에 상군자다.
사진에서 뒤로 팍 제쳐앉은 홍성실 수필가는 참 독특한 분이다. 나는 이 형님 보면 항상 이니스프리 섬을 생각하고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예이츠(William Yeats)를 생각한다.
나는 이제 일어나 가야지, 이니스프리로 가야지.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발라 거기 작은 오막집 하나 짓고,
아홉 콩이랑, 꿀벌집도 하나 가꾸리.
그리고 벌이 붕붕대는 숲 속에서 홀로 살으리.
경주에서 교장으로 은퇴하자 경주 남산 아래 초옥을 하나 지어놓고, 꿀벌을 치고, 부산에서 봉침에 대한 강의를 하고, 봉침 소재로 꿀벌을 팔고, 간혹 심심하면 섹스폰으로 소일하는 선배님이다.
나는 그 분이 자갈치 좌판에서 사주신 멍게 한 점과 소주 한잔, 그리고 경주 남산 초옥 근처에서 흰민들레, 고들빼기 그리고 약초 벌꿀로 환을 지어, 후배에게 선물한 그 정을 영원히 맘에 간직하고 살다갈 예정이다.
옆의 백발 성성한 강종홍 소설가는 진주 강남의 천전초딩 선배로 . 고전에는 박사요, 술에는 귀신이다. 허리가 아파 항상 지팡이를 짚고, 천전 초딩 구자운 막내를 이것 저것 심부럼이란 심부럼 다 시키는 분이다. 백두대간 명산을 다 섭렵하여 그 분이 저술한 <하늘소들의 백두대간 답사기>를 읽고, 나는 그 해박한 산에 대한 지식에 앞발 들었다.
진주 김기원 시인. 茶에 대해서는 이 분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수많은 논문과 시가 있다. 진주가 원래 차의 고장이다. 호남에 의제 허백련이 있다면 진주는 해인대학 학장 역임한 효당 최범술 스님이 있다. 어릴 때부터 그 최범술 스님을 만나 다솔사 차나무도 같이 심어본 분이다. 진주에서 차에 대한 시가 많이 회자 되고 나왔어야 하는데, 별로 없음은 좀 안타까운 일이고, 그래도 이 분이 있어 다행이다.
김한석 시장님 옆은 2대 남강문학회 회장 성종화 시인, 초대 회장 정재필 시인,
성종화 시인은 개천예술제 장원 시인이고, 시가 완전 청록파이며, 정재필 시인은 시가 찰떡처럼 야물고 정교하다.
맨 우측 이유식 평론가는 이날 남강문학회 발전을 위해 금 5십만원을 기탁하였다.
남강문학회 3대 회장 김상남 소설가는 남해 상남 출신이며, 해운대 생막걸리 진미를 남강문학회에 소개하신 분이다. 세속에는 서틀지만, 문학에는 빠꼼하고, 약간 기인다운 데가 있고, 소박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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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을 낭독하고 있는 이 분은 이진표 수필가로, 인물이 잘 생겨 남강문학회 아란드롱으로 불린다. 언행이 조신스럽고, 글은 겸손하여, 누구에게나 무조건 존경 받는 분이다.
밤에 숙소에서 눈 한번 붙이지않고 밤을 새우며 이유식 조진태 선배님과 문학 이야기 하고, 이튿 날 생비랑 이병수 선배님 문학비 제막식 참석한 후. 서울 올라오는 버스 내내 이유식 선배님과 문학에 대한 이야길 나누었다. 대전 쯤 오니 황혼이 물들고 있었다. 아! 그 아름다운 노을. 황혼 인생의 기억에 남는 1박2일 여행이었다.
첫댓글 거사님 봄나들이,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