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와 지부, 분회들 간 일반약 약국 외 판매 협의에 대한 통일되지 않은 입장과 주장이 난무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각 분회 총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분회장들도 회무 방향을 어떤 식으로 잡을지 고심하고 있다.
약사들도 대약이 왜 협의선언을 했는지 또 어떤 식으로 협의가 진행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데일리팜은 약사들이 궁금해하는 중요 쟁점들을 정리해봤다.
◆11월 23일 합의선언 이유는 = 논란이 가장 큰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22일 약사법 개정안 국회 보건복지위 상정이 무산됐다.
이날 약사들은 약사회 정치력이 빛을 발했다며 사실상 18대 국회, 더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일반약 약국 외 판매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1월 23일 오후 2시경 대한약사회는 복지부와 국민불편해소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른바 '전향적 협의 선언' 카드를 들고 나왔다.
여기서 논란이 시작됐다. 100만인 서명과 국회의원 설득으로 여론의 물꼬를 의약품 안전성이라는 이슈로 돌리기 시작했는데 왜 합의를 시작했냐는 것이다.
약사회는 약사법 개정안 상정 무산으로 정부와 여론의 압박이 예상보다 높았다고 시인했다.
즉 정부와 싸움이 아닌 국민과 전면전이 예상돼 있었고 18대 국회에서 법안이 폐기된다 하더라도 19대 국회에서 또 다시 법안이 논의되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약사회의 주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인 3분류 고착보다 약국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국민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자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사회 합의선언으로 언론사 약국 때리기 보도와 약사회 국회 로비의혹 기사가 눈 녹듯이 사라진 점은 긍정적인 효과로 보인다.
그러나 협의선언에 반대하는 전국약사연합 소속의 한 약사는 "대약의 주장을 보면 모두 가정법에 근거한다"며 "19대 국회에서 슈퍼판매 논의가 없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여론, 정부의 압박이 있다하더라도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정부 압박카드는 무엇이었나 = 일단 3가지로 요약된다. 강동구약사회 정기총회에서 박근희 회장이 밝힌 내용을 보면 ▲65세이상 노인 원내조제 허용 ▲약국 사정활동 강화 ▲사입근거 없는 약의 불법청구 등이다.
그러나 정부 쪽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위여부는 알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지역 한 분회장은 "과연 정부 압박만으로 약사회가 전향적 협의를 선언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유무형 압박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냐"고 귀띔했다.
◆국회 제출 법안과 협의안 차이는 = 국회 제출법안은 3분류다. 전문-일반약 외에 '약국 외 판매약'을 지정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약사회가 생각하는 협의안을 보면 현행 2분류를 유지하면서 일부 상비약만 예외규정을 둬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에서 취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2분류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다며 여기에 장소, 품목, 포장 수량 등에 제한을 둘 수 있어 국민 불편을 해소하면서 약국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약사회가 노리는 점은 바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소포장이다. 즉 편의점에 판매되면 단가가 올라가게되고 약국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선다는 점이다.
또한 전체 일반약 시장에서 5% 정도 제품만 편의점으로 나가도록 하겠다는 내부 방침도 정했다.
그러나 약사회 협의안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강동구약사회 박근희 회장은 "약사회 협의안은 의약품 2분류가 유지된다는 명문만 얻을 뿐 당초 정부안이나 협의안 모두 일반약 약국 외 판매 가능성만 공고히 해주는 법적근거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에서 결과는 같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어떤 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도 약국 밖으로 나가는 일반약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약사들 입장에서는 정부 개정안이든 약사회 협의안이든 모두 일반약이 약국 밖으로 나간다는 점에서 약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만은 분명하다. 약사회가 회원약사 설득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약사회는 협의 선언의 전후사정, 정치적 의미, 향후 이해득실 여부 등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점도 약사 설득의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부장들이다. 상대적으로 정보 노출량이 많은 지부장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사회의 전향적인 협의에 일정 부분 공감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민초약사들은 앞뒤 사정을 전혀 모른채 사안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반발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이 약국 밖으로 나간다는데 누가 찬성을 하겠냐"며 "김구 회장도 속으로는 반대일 것이다. 그러나 정책적,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