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노부부
―노자(老子)의 소국과민(小國寡民)
한 섬마을에는
노부부와 소 한 마리 살고 있다.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떠났고,
아침 해 저녁놀 보는 재미로
외로움을 달래면서 살고 있다.
영감할마이의 친구는 누렁이
반드시 누렁이라 불러야 알아듣는다.
소라고 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자식보다 중하다.
누렁이도 아침 해 저녁놀을 즐긴다.
누렁이의 시선은 언제나 두리번거리면서
노부부의 일거수일투족에 가 있다.
누렁이는 이집 살림을 죄다 꾀고 있다.
갯벌에 굴 캐러가는 할머니
손수 밭갈이 가는 할아버지
함께 늙어가는 처지를 아는 지
여물통에 여물 들어오면 얼른 받아먹는다.
누렁이는 아침저녁으로 바다를 향해
적막을 깨듯 음매! 음매! 하곤 꼬리를 친다.
할아버지가 이랴! 큰소리치면 바쁜 줄 알고
조용하면 어슬렁거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노부부는 도시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
작은 섬마을이 세계이고, 세계가 섬마을이다.
섬마을에도 해와 달, 별들은 뜨고 지고
바닷물은 밀려오고 썰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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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 시와 철학
박정진의 철학시542-섬마을 노부부―노자(老子)의 소국과민(小國寡民)
박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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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6
24.05.09 22:1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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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누렁이는 아침저녁으로 바다를 향해
적막을 깨듯 음매! 음매! 하곤 꼬리를 친다.
할아버지가 이랴! 큰소리치면 바쁜 줄 알고
조용하면 어슬렁거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그렇습니다.
짐승도 가족입니다.
四海가 한 眷屬, 인류가 한 가족, 세상이 한 일터입니다.
누렁이도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