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7 11:00 | 수정 : 2013.12.17 11:00
영화 '변호인' 개봉 앞두고 여야당 긴장 속 주시
“영화가 좌파들 놀이터라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가 겨뤘던 대선 1주년이 되는 오는 19일 개봉되는 영화 한 편을, 긴장과 기대감이라는 상반된 감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고 그런’ 조세(租稅)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은 ‘변호인’이다.
영화배우 송강호씨가 주연을 맡은 ‘변호인’은 시사회를 본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정치권에서 벌써 화제를 낳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영화 자체로 보면 최소 관객 250만명은 넘길 것 같다”고 말했고, 민주당의 한 의원은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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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 송강호
우파의 문화 콤플렉스민주당이 설레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민주당과 친노는 2002년 ‘노무현의 눈물’ 2003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감성’과 문화 코드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다. 민주당, 특히 친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인 문재인 의원이 후보로 나서 패배한 작년 대선 이후 줄곧 위기였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 댓글과 그에 따른 부정선거 논란, 그리고 문 의원 자신이 다시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히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환경에 처해있다. 이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할 영화 한 편은 최근 잇단 ‘대통령 퇴진 요구’ 발언과 맞물려 야권에 장작불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군부독재라는 상황,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지역적으로 부산 등 여러 요소들이 야권 지지자들의 허전한 마음에 뜨거운 무엇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긴장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영화 같은 문화 분야는 완전히 좌파들에게 장악당해서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고 했다. 대선이 있던 작년 새누리당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듯한 상황이 설정된 영화 ‘광해’가 빅히트를 치자 노심초사했었다. 야권 성향 지지자 뿐 아니라 영화를 본 관객들 조차 감성 코드에 공감해, 문재인 후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우파들은 언제까지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문화분야에서 좌파들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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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영화 '광해군'
새누리당, 변호인 단체 관람 추진문화에 대한 보수·우파의 수세적 분위기에 반기(反旗)를 든 새누리당 의원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문화 앞에 겁먹지 말고 문화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문화 종사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세계를 함께 느끼고 정책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를 주도하는 이는 드라마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을 제작했던 박창식 의원이다.
박 의원은 최근 ‘컬처 비타민’이라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문화 모임을 만들어 문화에 대한 우파들의 콤플렉스 깨기에 나섰다. 50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이 모임 회원들은 최근에는 뮤지컬 ‘고스트’를 단체 관람한 뒤 뮤지컬 배우 및 스태프들과 현장 만남을 갖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의원 들 중에는 뮤지컬을 처음 봤다는 의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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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
박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영화 ‘변호인’ 단체 관람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 의원은 “영화를 보지도 않고 무슨 정치영화니 이념 영화니 비판하면 안 된다”며 “영화를 본 뒤 영화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아야 비판도 제대로 하고, ‘문화는 좌파의 것’이라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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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천호선 의원
민주당은 당 차원의 단체관람 일정은 아직 잡지 않았지만 친노 의원들을 중심으로 영화보기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오는 19일 천호선 대표를 비롯한 당 대표단과 의원단 등이 영화를 단체 관람할 방침이다. 천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다. 천 대표는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변호인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