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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 천룡무상검(天龍無常劒) - 01
담소봉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아는 누대치였다.
어찌보면 절묘한 방법일 수 있었다.
"괜찮겠습니까? 혹시라도."
누대치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 말속에는 많은 뜻이 포함되
어 있었다. 담소봉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 없어요. 사공운이 백발음마와 대결하면서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싸우기는 불가능할 테죠. 그리고 이미 한번 대결이 있어 서로
의 실력을 가늠한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당시 사공운은 검을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탁 할 수 있는 거죠. 만약 그의 장기인 검으로
싸워 졌었다면 죽으러 가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겠죠. 그에
게는 설욕의 기회를 주는 셈이 될 테고, 우리는 살인 청부를 한다
고 생각하면 되죠. 어떤 식으로 싸우든 그는 전력을 다하지 않고는
벡발음마를 상대하지 못할 테니 우린 걱정 안 해도 돼요. 그리고
백발음마는 더 강해지고 있어요. 그가 질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
세요."
누대치는 그 부분에 대해서 긍정을 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듯 물었
다.
"하지만 명분이 없습니다."
"명분은 만들면 되지요."
"그렇다면 더 없이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
"사공운을 죽여도 그냥 죽이면 안돼요. 그의 명예도 함께 땅에
묻어야 합니다. 그래야 용설아의 가슴에서 완전히 그를 지울 수 있
을 겁니다."
'나에게 살려달라고 빌게 만들겠어요.'
그 말은 속으로 삼켰다.
"이왕이면 그렇게 되어야겠지요. 하지만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
다."
"또 다른 문제....?"
"전 아직까지 사공운이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었는지 아닌지
모르고 있습니다."
담소봉이 놀란 눈으로 누대치를 보았다.
"설마..."
"그냥 느낌이 이상해서 한 소리입니다. 그가 무혼기연사에 중독
되고 몇 차례의 큰 결투가 있었는데, 단 한번도 내공을 완벽하게
끌어 낼 만한 상대가 없었다는 사실 때문에 놀라서 한 소리입니다.
그 만큼 그는 강합니다."
"정말 그자의 무공이 그렇게 대단 한가요?"
담소봉과 누대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생각해볼수록 사공운의
무공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누대치가 먼저 침묵을 깨고 담소봉을 보았다.
"무혼기연사에 중독되고 그 독을 피할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
까? 아가씨."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배교에서 조차 해약이 없는 독 아닌
가요."
"그럼, 안심하고 일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늙으니까 생각이 많
아지고 걱정이 앞서는 모양입니다."
담소봉의 얼굴에 엷은 주름이 새겨졌다.
그렇게 밤은 깊어지고 음모의 은밀함도 구체화되어지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슬픈 미소.
그녀는 멍하니 풀밭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그림자는 매화전의
연못가에 늘어져 있었고, 그녀의 옆에는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었
다.
가벼운 한숨이 그녀의 입술을 타고 밖으로 흘러 나왔다. 세가를
떠나 용부에 들어와 신룡각의 대공자인 냉면신룡(冷面神龍) 용천
우(龍天友)와 결혼한 지 벌써 몇 년인가? 아직 아이가 없었다.
아니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씨를 뿌려야 싹이 나는 법이다. 뿌린 씨가 없는데 무슨 수확을
거두겠는가? 너무도 냉철하고 차가운 용천우의 성격, 오로지 무공
과 야망에 절어 있는 그녀의 남편은 여자에게 너무 무심했다.
또한 그녀의 큰 희생을 요구했다.
용부의 세월을 가슴에 품고 그녀는 무수히 많은 상처를 입고 또
입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별호는 무소화(無笑花)남궁
연(南宮蓮)이 되었다.
웃지 않는 꽃.
수심이 가득한 모습은 가히 절세라 할 만했지만, 그 꽃의 주인은
그저 무심하다. 아름다운 꽃에 향기가 없어졌다.
그녀의 시선에 연잎이 가득한 연못의 물이 일렁이고 있었다. 못
의 검은 물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었다. 마치 그녀의 남편을 보는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심란해서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고
자조했다. 조금 멍하니 앉아 있는 그녀의 입술이 가볍게 벌어진다.
"연꽃에 가려진 수심에 고기인들 보이랴.
버드나무 잎새에 바람이 분들 내 옷을 스치랴.
칼끝에 시려서 연심(戀心)은 갈 곳이 없고,
기다리고 기다려, 연지곤지에 새 옷을 입었지만
님의 눈길은 하늘만 보고 있더라."
한탄하며 나오는 대로 웅얼거린 시 한 수로 마음을 달래지만, 그
것이 위로가 될 순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그림자가 있었다.
유난히 왜소한 체격의 청년은 허리에 세우검을 차고 등을 담벼락
에 기댄 채 멍하니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왜
인가 무소화 남궁연과 닮아 보였다.
아득히 오래 전 형에게 시집 온 그녀의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
웠다. 아직 결혼식의 화장이 다 마르기도 전, 용지우를 본 그녀는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었다.
"지우 도련님이시죠.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던 그였다. 항상 관심 밖에 있었던 그였기
에 누군가의 관심이 어색했던 것이다. 그런 것은 형에게만 어울리
는 것인 줄 알았다.
그 후, 아버지와 형에게 무능하고 둔재라 욕을 먹고 뒤에서 울
때면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비록 작지만 작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덕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형
수였으며 사실상 어머니 대신이였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형수님....'
그렇게 불러보는 것이 전부인 모양이다. 나가서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고 무엇인가 위로의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참
고 참은 그녀의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고, 자신 또한 견디지 못할
것 같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용지우는 더 이상 보고 있기 가슴 아파, 가볍게 한 숨을 쉬며 담
벼락에서 몸을 일으켜 매화전을 나가려 하다가 멈추었다.
매화전의 정문으로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던 것이다. 나타난 인
물을 살펴본 그는 얼른 자세를 바로 잡고 그에게 다가와 인사
를 하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용천우는 자신의 동생을 한번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감정이 없는 메마른 눈이었다.
무소화 남궁연도 놀란 듯,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오
며 인사를 한다.
"오셨습니까?"
"들어갑시다."
그 한마디를 던지고 용천우는 앞장서서 매화전 안으로 들어갔다.
용지우가 그 뒤를 함께 걸어가려 할 때 용천우의 차가운 목소리
가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넌 필요 없다."
용지우의 신형이 부르르 떨며 제자리에 멈추었다.
한사람의 간단한 말이 누구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그것을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었지만 언제나 형의 말은 그의 가슴을
비수처럼 도려내곤 하였다.
남궁연의 시선이 용지우에게 향해졌다. 그녀의 눈엔 연민이 가득
했다. 남궁연 또한 같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있는 입장이었기에
누구보다도 그의 심정을 잘 이해했으리라.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미 앞서가는 용천우를 쫓아 바
쁜 걸음으로 매화전을 향해야 했던 것이다.
용지우의 시선에 용천우의 등이 보였다. 형은 자신과 점점 멀어
져 가는데 그의 등은 점점 커지더니, 결국은 거대한 벽으로 그를
감싸고돈다.
용지우는 맥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늘을 보았다.
시원하게 펼쳐진 하늘이 좁아 보인다. 그는 미미하게 웃음을 지
어 주었다.
일소일살(一笑一殺), 한 번 웃으면 반드시 한 명이 죽는다.
그는 지금 누구를 죽이고 있을까?
단아한 매화향이 가득한 방이었다.
용천우는 자리에 앉았고 그의 앞에는 무소화 남궁연이 자리하고
있었다. 방안의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당신의 춤을 보고 싶구려."
용천우의 말은 건조했다. 그의 둔탁한 목소리에 남궁연의 얼굴이
푸르르 떨렸다. 그러나 곧 무엇인가 포기 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조용히 일어서서 문가의 휘장을 내린 후, 하나씩 옷을 벗
기 시작했다. 수줍은 듯 봉긋한 가슴선이 들어 났고, 마치 함박눈
같은 흰살이 하나씩 세상에 얼굴을 디민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있
는 용천우의 눈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뒷골목의 퇴기가 옷을 벗어도 그렇게 무심한 눈으로 볼 수 있을
까? 싶을 정도였다.
남궁연은 문득 수치심이 치밀었다. 이미 한두 번 이런 것도 아니
었지만, 그녀는 자신을 보며 흔들림이 없는 용천우의 눈길이 싫었
다. 그 눈길에서 그녀는 수치심을 느낀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가? 나에게서 조금의 여자 다음도 느
끼지 못하는가? 아니 나는 정말 그의 여자인가?'
많은 의문이 그녀의 가슴을 열고 나오려 했지만 참는다. 한 두
번 느껴본 일이 아니었기에 곧 마음을 가다듬고 마지막 천을 자신
의 몸에서 걷어 내었다.
은은한 어둠이 부끄럼을 가린 방에 나신의 여자는 아름다웠다.
쭉 뻗은 종아리는 군살 하나 없었고, 둥글게 받쳐 올라간 엉덩이와
적당히 큰 가슴은 절색이라 불러, 조금의 손색도 없었다.
남궁연의 두 손이 천천히 어깨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빙글 돈
다. 곡선을 그리며 들어올린 다리가 기이한 보법으로 돌아가고 그
녀의 손이 옥으로 만든 것처럼 하얗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춤.
선의 굴곡이 하늘로 올라갔다. 서서히 내려오고 다리가 하늘을
향해 곧게 올라갔다.
빙글 돈다.
긴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가 하면 바람처럼 빠르게 손과 발이 교
차하고, 그녀의 너무도 깨끗한 몸이 하늘로 구름처럼 솟았다가 우
아하게 내려온다.
그러길 일각이 지났을까? 점점 춤에 빠져드는 그녀의 몸이 조금
씩 하늘로 치솟고 있었으며, 그녀의 몸에서 뿜어지는 은은한 기운
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기운은 조금씩 변하더니 어느
순간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일 것 같은 살기로 변했다.
허공을 밟고 추는 춤, 도대체 내공의 경지가 어느 정도에 도달해
야 가능한 이야기인가? 무공을 모른다고 했던 무소화 남궁연의 춤
은 분명 무공이었다.
그녀의 춤을 보는 용천우의 눈은 점점 차가와졌다. 그는 남궁연
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여자를 보고 있지는 않았다. 눈은 가슴을
표현한다고 했다. 야망이 가득한 가슴에 여자가 설자리는 처음부터
없었다.
'벌써 천마무의 경지가 9성에 가까워졌다.'
그의 눈엔 은근히 놀라는 빛이 어렸다.
삼대금기 마공 중 서열2위의 마공, 마교에서 조차 인정한 최강의
마공들이지만, 그것을 익힌 자의 인성이 무너지고 익히면 음마가
되거나 살인마가 되어 광인으로 죽는다는 삼대마공 중 천마무가 무
소화 남궁연의 몸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인들 짐작하겠
는가?
오래 전 이 마공을 구입한 신기자(神奇子) 용화성(龍和聖)은
이성을 잃지 않고 이 마공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오래 동안 연구
했었다. 그래서 인간이 이 무공을 익히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는 반드시 처녀여야 할 것, 둘은 반드시 태음절맥의 여자여
야 할 것.
천마무는 바로 그런 여자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이었다.
그 조건에 부적합한 자가 이 무공을 익힌다면 인성을 잃은 마물
이 되어 30일간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다가, 온 몸이 폭발해서
죽을 것이다.
신기자는 그때부터 은밀하게 태음절맥의 여자를 찾았다. 하나 구
음절맥보다도 더 찾기 어렵다는 태음절맥을 어디서 찾겠는가? 거의
포기할 즈음 그들은 남궁가의 여식이 바로 태음절맥임을 알았다.
남궁가에서는 그녀의 병명조차 모르고 있었다.
용화성은 병을 고쳐주겠다는 미끼와 함께 그녀를 며느리로 맞았
다. 의도가 있는 결혼에 무슨 사랑이 있겠는가?
이렇게 신룡각은 아주 무서운 무기 하나를 몰래 키우고 되었다.
남궁연은 용화성과 용천우의 청을 거절 할 수 없었다. 만약 거절
하면 남궁세가는 멸문하고 말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남궁연에게 가한 하나의 사술과 고독으로 인해 남궁연은
용천우의 명령을 거역하는 순간 몸이 뒤틀려 죽을 것이다.
춤이 멎었다.
그녀의 몸에는 땀방울 하나 나 있지 않았다. 호흡도 흩어지지 않
은 그녀의 모습은 언제 춤을 추었나 싶을 정도였다.
천천히 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용천우의 시선에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가려졌기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언제 천마무가 9성에 달하겠는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아직 천마백옥수(天魔白玉手)을 시전할 수 없는 것인가?"
남궁연은 그저 침묵했다. 여자의 침묵은 긍정이라고 했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용설아가 떠나기 전에 사용할 수 있었을 텐
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아쉬움은 바로 그
것이었다.
천마백옥신공이라고도 불리는 천마무는 9성의 경지에 도달해야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특히 천마무의 가장 강한 살수라 할
수 있는 천마백옥수는 천마무가 반드시 9성의 성취에 도달해야 가
능하다. 뿐만 아니라 그때가 되면 형체 변공이 자유롭고, 백옥수의
강함은 그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도 이젠 멀지 않았구나?"
남궁연이 용천우를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무공이 강해지고 천마
무의 성취가 높아질수록 두려웠다.
그녀를 보고 있는 용천우의 기세가 가히 폭풍처럼 일렁거렸다.
'천룡검(天龍劒) 용무성(龍無聖), 용군자 공정, 이제 너희가
죽어야 할 때가 가까워졌구나.'
용천우의 눈은 야망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얼
음처럼 가라앉아 있었고, 남궁연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문 밖에서 매화전을 보고 있는 용지우의 눈에 분노가 어려 있었
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권력과 명예가 얼마나 중한지 모르지만 자
신의 아내까지 이용하며 취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당장 들어가서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냉정하고 독하다는 그가 자신의 형 앞에만 서면 벌레처럼 쪼그
라드는 것은 이미 불치병이 된지 오래였다.
그의 분노는 연민으로 변해 방울로 그의 뺨을 흘러 내렸다. 그의
시선이 다시 한번 하늘을 향했다가 중얼거린다.
"씨팔, 하늘은 맑기도 하네. 뭘 보고 있누? 벼락도 안치나."
봉성에 들어 온지 3일이 지났다.
포양호를 바라보며 떠오르는 아침의 여명이, 봉성을 한 아름에
앉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창을 열어제치고 하늘을 눈 안에 가득 담은 사공운은 길게 숨을
고른다. 대기에 가득한 자연지기가 그의 가슴을 시원하게 훑어 내
리며 그의 기분을 어루만진다. 그러나 3일간의 평화가 사공운에게
준 것은 괴로움이었다.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자신이 용설아에게 과감하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자신의 죄목 때문에.
그럴 수도 있었다. 아니 처음엔 그랬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
해보니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쫓기고 쫓기면서 자신도 잊고 있었
던 사실, 바로 자신은 15년 간 남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의식적으로 생각을 안하고 있었을 땐 그 심각함을 몰랐다. 그러
나 죽음의 그늘을 벗어나고 새로운 문제가 그를 감싸고 나서야 그
부분이 큰 절망으로 다가왔다.
15년 간 여자를 수절시켜야 한다면. 그건 서로간에 큰 고통일 수
밖에 없었다. 남자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아영, 이젠 정말 어쩔 수 없구료. 부디 행복하시오.'
상쾌한 공기가 쓸고 간 자리로 이번엔 뜨거운 기운이 올라온다.
잠시 숨을 멈추었던 사공운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누대치, 당신이 나의 처지를 제대로 일깨워주었구료.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
사공운은 입을 다물었고, 그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무혼기연사는 그의 사조이신 유령대제를 암수하기 위해 유령대제
의 사숙들이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봉성의 누대치가 사용
했고, 백발음마 또한 배교의 음수독공을 익히고 있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무혼기연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공운
이었다. 어떻게 배교의 무학과 물건이 그들에게 전해졌는지 모르지
만 한 두 가지는 추측할 수 있었다. 우선 백발음마와 누대치와는
모종의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과 어떤 식으로 든 배교의 또 다
른 비전이 봉성이나 봉성과 가까운 누군가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었다.
이 부분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배교의 장문으로서 사문을 정리해야 하는 사공운의 입장이었다.
또한 누대치와 백발음마와의 관계도 알아보아야 한다. 만에 하나
그 부분이 용설아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면 결코 용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백발음마가 용설아를 공격했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모른 척 해야겠지, 공연하게 경계심을 심어 줄 필요는
없다. 그래야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사공운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시녀의 목소리
가 들렸다.
"사영환님 계십니까?"
"무슨 일이냐?"
"누 장로님이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라!"
사공운은 그렇지 않아도 보고 싶었던 누대치였다.
작은 탁자를 사이에 놓고 마주 앉은 사공운과 누대치의 앞에는
차가 한잔씩 놓여 있었다.
향긋한 향기가 사공운의 코 끗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사공운은 누대치를 보면서 재차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나에게 청부를 하겠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사영환님, 우리는 사영환님께 청부를 맡기려 합니
다. 물론 보수는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백발음마라..."
사공운은 뻔뻔한 누대치의 면상을 쳐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그의 생각이 무엇인지 뻔히 들여다보였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현재 난 호위무사일 뿐, 살수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난 사영환님께 대의를 위해 나서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대의라..."
사영환의 입가에 작은 조소가 달렸다가 사라졌다.
누대치는 못 본 척 한다.
"알다시피 백발음마를 상대 할 수 있는 인물은 봉성에서도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봉성의 인물이 있으면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하
지만 사영환님은 살수로서의 능력이 있으니 암살은 가능하지 않겠
습니까?"
사공운은 누대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고 싶
은 충동을 느꼈다.
"나를 내 세우고자 한 것은 어느 분의 고명한 생각입니까?"
"물론 접니다."
"아주 훌륭한 생각입니다. 봉성으로선 최선의 선택이군요."
누대치는 사공운의 얼굴을 보기만 했다. 자신이 더 이상 그를 자
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겠습니다."
누대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생각보다는 쉽게 일이 성사되
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봉성과 강남 무림을 대신해서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수많
은..."
"아! 아!.. 됐습니다. 그보다도 제가 이 일을 하는 대신 두 가지
물건을 구해 주십시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들어 주셔야 합니
다. 아마도 그 부탁이란 봉성의 차원이 아니라 누 장로님이 들어
주어야 하는 일입니다."
첫댓글 즐감~1
ㅎㅎㅎ
잘읽었습니다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ㅈㄷㄱ~~~~~~~`````````````````
살수
즐독!!!!!!!!!!!!!
ㅈㄷㄳ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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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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