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 김 언
자연이 말하는 방식과 내가 말하는 방식이 모두 한 문장이다.
나와 똑 같은 인간이 나를 반대하고 있는 사실도 한 문장이다.
따지고 보면 신분 때문에 싸우고 있는 이곳의 날씨와
저곳의 풍토도 한 문장이다.
얼마나 많은 말이 필요할까?
이런 것들을 덮기 위해서
손을 씻고 나오는 사람도
그 물에 다시 손을 씻는 사람도 한 문장이다.
나는 얼마나 결백한가 아니면 얼마나 억울한가
아니면 얼마나 우울한가의 싸움 앞에서
앞날의 캄캄한 걱정 스님의 말씀도 한 문장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격정 스님의 말씀도 한 문장이다.
“흥분을 가라앉혀라.”
ㅡ시집『한 문장』(문학과지성사, 2018)
*************************************************************************************
낮 동안 수고한 둘째네 식구들에게 삼겹살을 구워 대접한 저녁을 마치고
아시안게임 축구결승전을 지켜보았습니다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이겨야만 한다는 말이 있는데
결국 연장전까지 치르면서 2:1로 이겼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120분을 견뎌 얻어낸 값진 결과입니다
보았노라, 싸웠노라 그리고 이겼노라! 이게 고대 올림픽 마라톤의 시초라지요?
방금 응급실에 갔다가 집에 온 외손자가 잔 기침을 하며 겸연쩍게 웃습니다
울음도 참고, 걱정도 눕히고 격정도 다스려 아침 늦게 까지 잘 자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흥분을 가라앉혀라"고 하는 한 문장을 음미하는 중입니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러합니다^*^
첫댓글 미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