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스커트를 입을 때 마다
옛날 생각이 납니다.
한 때는 한 달 동안 단 하루도 겹치는 일 없이
다른 옷을 입고 출근할 수 있던 적이 있었지요.
아, 옛날이여~~~~
"그렇게 휘둘러 쓰고 댕기다 (시집) 가서 쪼들리는 게 어떤 건지 살아 봐."
이런 엄마의 악담?이 있기 전까지는요.
세상이 뒤집어질 듯한 결혼 반대에 지친 엄마가
체념하듯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아버진 함 들어오는 날까지 머리 돌리고 앉아계셨구요.
(현실이 고달플 때마다 과거에 집착하는 법이죠.
그 때라고 마냥 좋은 날만 있었던 것 아니고 나름 고달픈 일도 많았음에도 말이에요.)
결혼 며칠 전,
여우 같은 막내 이모는
"옷장 정리 안 하니?" 하길래
착한 저는
"입을 만한 거 골라가세요." 하고는
정말 입을만한 건 거의 눈물을 머금고 싸 드렸고
또 얼마는 성당 불우 이웃 돕기로 보냈습니다.
결혼하면 집에만 있을 건데 뭐 옷 입을 일 있겠어?
라는 생각으로.
그러나 3년이 안 돼 저는 다시 출근을 했고
그 때부터 빈한한 옷장을 보며 한탄했습니다.
내가 왜 이모한테 옷들을 다 준 걸까?
불우이웃들은 내 옷을 잘 입고 있을까? 내가 불우이웃 됐구만ㅡ.ㅡ!
(아이고, 아까비~~~~)
그나마 남은 건 유행 지나 해 바뀔 때 마다 하나 둘 버려지고
유행 안 타는 서너 개가 아직 남아 있답니다.
제 또래면 브랜드 이름이 반가우실 듯한
[페페]에서 산 면스판 티셔츠는 제 딸아이가 입고 다닙니다.
20년을 넘게 세탁하고 입고를 반복했는데 어쩜 그리 변함이 없는지
애착이 상상 이상입니다.
그리고 바로 저 스커트.
제가 25살,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던 시절에
[까뜨리네트]에서 산 플레어 스커트랍니다.
진초록과 검정색 체크입니다.
고등학교 때 입었던 플레어스커트가 그리워 입어보지도 않고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땐 건방을 떠느라 입어보지도 않고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 하고
계산만 하고 나오는 적이 많았어요.
당시엔 저 스커트에 짧은 재킷을 입고 풍성한 코트를 입고 다녔더랬죠.
43사이즈에 허리가 유난히 강조되는 스커트라 숏재킷이 아주 잘 어울렸어요.
우리 시절 여학교 교복 스타일요.
결혼 전엔 지금 보다 2~3kg 이 더 나갔기 때문에 허리는 가늘고 제법 글래머러스 했어요.
(사진 찍을 때 디지몽님이 43사이즈도 있어요? 물으시더군요.ㅋㅋ
저 스커트랑 램 스웨터에 입고 찍은 미니스커트가 43사이즈예요.^^
허리춤 뒤집어 까보면 43이라고 써진 텍 보입니다.)
지금은 체형들이 커져서 44 이하는 없어요.
플래어 스커트는 언제 입어도 유행 변하지 않을 거 같아
그냥 두었더니 해마다 겨울이면 한 두번 씩 입게 되네요.
오늘 저 가오리조끼와 복고풍 모자가
역시 엔틱한 스커트에 잘 어울려 나름 뿌듯했던 하루였습니다.
다시 25살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엄마, 그냥 머리 깎이지....아빠, 다리몽댕이 분지르지 왜 안 그러셨쑤?ㅠ.ㅠ)
부모님 말씀 잘 들읍시다!
첫댓글 다리 부질렸어도 결과즌 같았을것 같은데요.
팔자 도망은 못 한다죠 이승에서 못 하면 무덤에서까지 한다는데 매 먼저 맞는다 생각해요. 천당 갈라궁
ㅎㅎㅎ 44는 봤어도 43은 못봤거든요 ^^
아~~옛날이여~~저도 마르고 글래머였을때가 있어서 친구들이 부러워했을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두리뭉실 해졌어요...아마도...결혼후 게을러졌기 때문이인 듯 합니다.. 스커트가 참 잘 어울리십니다.....^^*
ㅋㅋㅋ 아직 43사이즈가 맞으신다니... 놀랍습니다.
43도 있는거래요? 저도 첨 들어봤어요....그 옷을 지금도 입을수있는 선생님은 진정한 가꿀줄아는 여인입니다...에효~~~~~~~~ (지금 도드라진 아랫배 보고 훈계중ㅠㅠ)
뭔 작정으로 꽃? 다운 24살 결혼을 결심했는지... 20대 중 후반을 가시나들 낳느라 배불러 지내고 내 20대.... 내 이쁜 옷들 ... 20대 초반이든 후반이든 그 몸무게는 내 인생에 그때 뿐이었다는.... 남편한테 묻는다. 나 그때 이뻤지... 보는둥 마는둥 " 몰라 기억 안나" 그래..... 나도 기억 안난다.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있다오 그 포스를 감히 누가 따라가
지금도 너무나 아름답고하신데 그때야 +젊음까지 눈이 부셔 제대로 보이셨겠어요
샘 맨 아래글보고 웃음이 납니다....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마냥 부러울따름
옛날.....유구무언...
제말이요.. 뭐 왕년에 하고 뒤에 이을 말이 궁해서리...
왕년에 하니 나도 그시절이 그립네여 허리23반 아이셋낳을때 까지도 26입었다면 상상이 되나요 ...그런데 지금은 묻지 마세요
슬퍼지니까...ㅎㅎㅎ
22년 동안 사이즈 변화가 거의 없으시다는 게 더 놀랍네요 *-_-* 전 작년에 입던 옷도 못 입는 경우가 왕왕 생겨서 말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줄은 압권인데요 ^^;
맞습니다. 저도 그때 엄마 다리몽댕이 분질러서라도 말리지 그런 생각 하고 있네요.. 참 예쁘십니다.
저도 애들 키우면서 엄마, 아버지 그 시절에 심정 헤아려 드리지 못한것 벌 받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뜨끔합니다.
하루 하루 야금야금 늘어나는 몸무게가 버거워요 어찌 22년 동안 변화가 없으신지 저도 뚱한적이 없었지만 40이 넘어가면서는 야금 야금 살이 오르네요.원래부터 옷을 넉넉하게 입는 인데 지금은 딱 맞게 입어도 77이에요.살아살아 나도 떠나가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