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와 산에서 / 김지명
여인과 산으로 데이트 간다. 진해구 자은동 청룡사 입구에 주차하고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며 오솔길 따라 발걸음 옮긴다. 김윤자는 나의 여자 친구이지만, 의남매라 둘이서 산으로 자주 간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둘이서 걸으면 위험한 산에서 공포심도 없어지고 대화의 즐거움이 있어 좋다. 윤자와 시루봉을 향하여 산기슭 접어들 때 지다 남은 밤꽃의 향기가 오솔길 언저리에 풍기고 있다. 냄새를 맡은 윤자는 남자의 냄새가 여인을 흥분시킨다고 중얼거린다. 밤꽃 향기에 과부가 바람난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나는 구리 한 냄새가 아주 싫다고 하는데 윤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밤꽃에서 풍기는 향기에 사람들은 체질마다 느끼는 감성이 달라 다양하게 말한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밤꽃과 같은 진한 향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으로 걷는다. 화재로 잡초마저 불타버린 자리에 사방공사 때 편백나무를 심은 모양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쭉쭉 뻗은 편백나무 밑으로 걸으면 피톤치드가 많아 기분이 상쾌하다. 도심지 근처 산에는 언제나 등산객이 많은데 오늘은 월요일이라서 산으로 걷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마다 다르긴 하지만, 진해는 등산하는 인구가 적어서 그런가 보인다. 중년의 남매는 서로 삶의 고난을 얘기하면서 천천히 올라간다. 미풍에 흔들리는 오솔길로 앞서가면서 빨리 오라고 한다. 내가 앞서갈 때는 뒤에서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윤자는 다람쥐처럼 몸이 날쌔다.
윤자의 건강을 확인한다. 육백오십 미터의 시루봉 고지를 향하여 계곡에서 능선으로 오른다. 윤자는 몸이 날씬하여 다람쥐처럼 가볍게 걷는다. 땀도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쉬었다 가자는 말도 하지 않는다. 얼굴은 예쁘고 허리는 개미와 같다. 엉덩이는 좀 부족하여도 치마를 입지 않고 바지를 즐겨 입는다고 한다. 나는 윤자의 인내심과 호흡을 지켜보면서 뒤따라 걸었다. 지천명인데도 조금도 숨찬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윤자의 몸은 약해 보이지만, 체질은 아주 강하다. 햇빛은 강하고 바람이 없어 더운 날씨지만, 숲속엔 그늘이 있어 더운 줄 몰라 쉬지 않고 정상을 향하여 발걸음 옮긴다. 깔딱 고개를 올라가는데도 조금도 지쳐 보이지 않고 다람쥐처럼 가볍게 오른다. 폐활량이 좋은 탓에 지치지 않고 계속 걷는다. 산악인으로서 아주 멋진 체질이다. 언제 어느 산으로 가자고 하여도 거부하지 않고 따라가겠다고 하는 윤자다.
윤자의 미모에 빠져든다. 영겁에 머물면서 남매처럼 믿어왔던 여동생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여 자세히 들여다본다. 바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할 때 목 아래 지퍼를 열어 젖가슴의 골짜기가 보인다. 나의 눈길이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윤자는 순수한 한국형 미인이다. 달걀같이 갸름한 얼굴에 보얀 피부는 나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능선처럼 쭉 뻗은 콧대에 반달 같은 턱과 조화를 이루며 보조개도 한몫하고 있다. 목이 길고 날씬한 몸매는 뭇 남성들 유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루 뒷다리처럼 쭉 빠진 하체는 여자다운 매력을 느끼게 한다. 윤자의 웃음소리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와 어울려 배경음악이 연출되고 있다.
자연은 아름다움이 넘쳐 경이로움이다. 개울은 윤자가 수다를 떨 듯 조잘거리며 흐르지만, 내 눈빛은 윤자의 미모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윤자는 내 눈빛이 이상하다며 가자고 한다. 맑은 하늘에서 벼락이 일어날 것 같다면서 배낭을 짊어지고 나의 팔을 끌어당긴다. 다람쥐처럼 귀엽게 놀면서 애교를 떨던 윤자는 영롱한 아침 이슬처럼 밝고 투명하다. 항시 여자다운 웃음으로 남매 사이를 동여 묶는다. 몇 시간을 걸어도 하늘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산림청에서 입산을 통제하고 수목관리를 잘한 덕에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능선에 올라서니 노송은 하늘을 떠 밭이고 있다. 햇볕을 싫어하는 갈잎 속 미물은 습한 곳에서 짧은 삶을 즐겁게 살고 있다. 삶의 전쟁이라도 하듯 햇빛을 받으려고 수십 미터나 앞다투어 자라나 있다. 나무 아래는 산소가 풍부하다는 느낌이 들어 능선에 올라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산마다 가지고 있는 특색이 있다. 시루봉이 품을 떠받히는 산은 바위나 돌이 없어 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 다른 산과 다르다. 또한, 적송이나 상수리나무 같은 잡목이 적고 편백나무와 곰솔이 산을 덮고 있다. 산속을 헤매고 다니는 산까치는 날개색깔이 고와 다른 산새보다 아름다워 보인다.
독특한 새가 눈에 들어온다. 뻐꾸기가 무엇을 항시 노려보고 있다. 뻐꾸기의 시선을 따라 주위를 살펴보니 뱁새가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뻐꾸기와 뱁새를 본다. 뻐꾸기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윤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뻐꾸기의 모습에서 뱁새 집을 찾았다. 뱁새가 잠시 자리를 뜨게 하려고 가까이 다가가서 새알을 확인하였다. 구슬 같은 뱁새 알이 네 개가 있다. 나는 뻐꾸기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잠시 후 뻐꾸기는 뱁새의 집으로 날아들어 아주 잠깐 머물다 떠난다. 하도 궁금하여 다시 뱁새 집을 드려다 보았다. 굵은 새알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뱁새가 인근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곧장 날아와 다시 알을 품는다. 뻐꾸기는 힘들이지 않고 이세를 번식시키는 얌체 같은 새다. 모정이 없는 사람을 뻐꾸기 같은 인간이라고 하는 말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다.
등산은 둘이 가는 것이 좋다. 부부든 남매든 연인이든 남녀가 산행하면 지루함을 모른다. 그런데 부부라도 남들이 보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앞서가는 젊은이가 로맨스를 속삭이면서 우리를 보고 불륜이라고 음울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불륜의 관계를 맛본 자만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연인이 아니더라도 애인과 함께 왔다고 떳떳하게 말하고 싶다. 요즘 유행어 중에서 애인이 없으면 장애라고 하는 말이 속담처럼 되어버렸다. 연인과 부부는 어디서든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란히 앉으면 연인이고 마주 보고 앉으면 부부라고 한다. 연인은 같은 곳으로 바라보면 생각을 같이하지만, 부부는 마주 보면서 서로의 눈길을 감시하게 된다.
나는 속세에서 인간의 심리를 깨닫고 등산하면서 자연의 소리에 취해 섭리의 신비로움을 느끼면서 오솔길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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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맙습니다.거운 오늘이 되이소.
운영자님도
@프리티 폭스 프리티 폭스님 고맙습니다.
@프리티 폭스 운영자님 고맙습니다.
언제나 향기처럼 주위를 챙겨주시는 프리티 폭스님이 감사하여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마음에 담고 잠시 머물다 갑니다..
더운데 늘 건강 조심하십시요
즐거움과 행복하시고 시원한 마음으로 목욜 잘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까치놀님도 행복한 오늘이 되이소.
지명이님..워요..
소중히 올려주신 긴....장문의글..
감사 드립니다...좋은하루 보내세요....
수고 많으셨어요..
핑크하트님 반가워요
늘 곁에서 챙겨주시니 참으로 고마워요.
좋은 오늘이 되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