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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농부 아저씨가 당나귀를 타고 올리브 밭으로 가던 것을
그리고
기억하세요?
태국의 사탕수수 밭에서 밝게 웃던 아이들을 얼굴을
오늘은
페어,트레이드 (Fair Trade)를 소개할까 합니다.
희망의 무역, 페어트레이드(Fair Trade)
- 신한FSB리뷰 2007년 5월호에 기고 -
5월은 페어트레이드의 달이다.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이면 IFAT(국제페어트레이드연맹)에 가입한 70개국, 3천여 개 페어트레이드 조직 및 생산자단체가 세계 각국에서 관련 이벤트 및 캠페인을 동시에 전개한다. ‘페어트레이드’란 개발도상국과의 무역에 있어 선진국 기업의 수익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무역과는 달리 제3세계 생산자들의 적정이윤 보장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한 무역으로, 90년대 이후 선진국 소비자들 사이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같은 값이면, 아니 좀더 비싸더라도 환경을 보호하고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는 제품을 선호하는 ‘윤리적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페어트레이드 관련단체의 활동영역과 취급상품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다, 이러한 소비자 인식변화에 대응해 스타벅스, 테스코 등 대기업들의 페어트레이드 동참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5월을 맞아 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페어트레이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제3세계 농민에게 제값을 주고 직거래
국제빈민구호기구 옥스팜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1~02년 영국의 최종 소비자가 우간다산 커피에 지불한 돈 가운데 커피재배 농민에게 돌아간 몫은 0.5%에 불과했다. 다국적 기업이나 도매 무역업자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농민들로부터 터무니없는 헐값에 커피콩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무역 구조에서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이 얻는 이익의 비율을 단 1%만 올려도 1억 2,800만 명의 가난한 이들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동 보고서는 지적한다.
이와 같은 불공정 무역구조를 공정한 것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글로벌 시민운동이 바로 ‘페어트레이드(Fair Trade)’다. 개발도상국의 원료나 제품에 대해 정당한 값을 지불함으로써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들의 경제적, 생태적 환경을 개선하고 세계화의 폐해를 줄이자는 것이 이 운동의 주된 취지다. 이를 위해 시장가격을 상회하는 값을 치를 뿐만 아니라 수익금의 일부를 떼내 친환경적인 재배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자본 및 기술지원도 하고 있다. 페어트레이드 커피나 설탕, 바나나, 면 등이 대부분 친환경적인 유기농산물인 것은 이 때문이다.
예컨대 오늘날 부자나라 소비자들은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잡화와 식품을 놀랄 만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데, 이런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생산국에서는 과도한 농약 및 화학비료 사용으로 농지가 피폐해지고 현지인들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며 때로는 불법적인 아동노동이 자행되기도 한다.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며 무심하게 물건을 고르는 최종 소비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진열대에 쌓인 저가 수입품의 이면에는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아동, 여성 등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세계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60년대 유럽에서 이러한 현실에 반기를 든 소비자들이 ‘원조가 아닌 무역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페어트레이드 시민운동을 시작한 이래 2007년 현재 이 운동은 세계 70개국으로 확산되었으며(IFAT 가맹국 기준), 유럽의 경우 페어트레이드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Fair Trade in Europe 2005’). 초기에는 식품을 중심으로 했으나 최근에는 관련단체 및 참여기업이 늘면서 화장품, 가구, 의류, 주류, 보석 등으로 취급상품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깨끗한 옷입기 캠페인(Clean Clothes Campaign)’과 같은 윤리적 소비운동이 대중화되고 친환경 패션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페어트레이드 패션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에선 당당히 주류시장에 진입
브뤼셀에 본부를 둔 Fair Trade Advocacy Office가 2006년 발표한 ‘Fair Trade in Europe 2005’에 따르면 유럽은 전세계 페어트레이드 매출의 60~70%를 소비하는 최대 시장이다. 유럽 소비자들은 역내 7만 9,000개 판매거점을 통해 관련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연간 소매 판매액은 6억 6,000만 유로를 상회한다. 이는 5년 전 조사 때에 비해 154% 증가한 것으로, 연평균 20%의 높은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성장의 상당 부분은 기업들이 상업적인 파트너로서 페어트레이드 운동에 참여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현재 유럽 소비자들은 5만 6,700곳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페어트레이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전체 바나나의 47%, 생화의 28%, 설탕의 9%를 페어트레이드 라벨을 붙인 상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보다 인구가 8배나 많은 영국에서도 커피시장의 20%, 홍차시장의 5%, 바나나의 5.5%가 페어트레이드 상품이다. 이탈리아에서는 2003년 1월까지 16만 5,000개의 페어트레이드 축구공이 판매되었다. 과거 중산층 이상의 의식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틈새시장 정도로 여겨지던 페어트레이드 상품들이 주류 유통채널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들도 페어트레이드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예컨대 EU(유럽연합) 의회는 공식 회합에 페어트레이드 커피나 홍차를 내놓고 있으며, 의사당 로비 등에서 페어트레이드를 소개하는 리셉션을 개최하고 EU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페어트레이드 정책을 책정하기 위한 서명운동도 펼치고 있다. 또한 EU는 페어트레이드 촉진 캠페인에 대한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유럽 내 많은 지방자치단체도 공공조달 품목 선정시 페어트레이드 요건을 포함시키거나 학교 식당에서 페어트레이드 식자재 사용을 확대하도록 하는 등 물심양면의 지원을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 영국의 페어트레이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배경에는 토니 블레어 수상 등 정치인들의 참여도 크게 공헌하고 있는데, 2005년 2월 현재 영국의 100개 지자체가 페어트레이드 도시 선언을 하였으며 지자체 관련 공공단체들이 페어트레이드 상품을 구매하고 지역 내 상점들에 대해 상품판매를 촉구하는 등 지자체가 솔선해서 페어트레이드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영국에서는 지난 4년간 페어트레이드 시장이 연간 40%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국민의 40% 이상이 페어트레이드 마크를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차, 커피, 코코아를 중심으로 페어트레이드 상품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2005년 1월에는 엘로우페이지(직업별 전화번호부)에 ‘페어트레이드’가 개별 직업분야로서 등재되기도 하였다.
소비자행동이 기업활동에 압력
페어트레이드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시장을 잃지 않으려는 기업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스타벅스, 돌(Dole), 치키타(Chiquita) 등 다국적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페어트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스위스 네슬레는 옥스팜과 같은 페어트레이드 단체들의 집요한 압력에 굴복해 2005년 ‘네스카페 파트너스 블렌드’라는 페어트레이드 인증 커피를 내놓았다.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 총회가 열린 시애틀에서 세계화 반대시위가 처음 벌어졌을 때 시위대의 집중표적이 되었던 스타벅스도 지난 2000년부터 페어트레이드 커피를 일부 판매하고 있으며, 정크푸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힘쓰는 맥도날드도 2005년 페어트레이드 인증을 받은 원두커피를 선보였다. 세인스버리, 테스코, 까르푸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페어트레이드 라벨이 붙은 상품들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또한 영국 BBC방송, 메릴린치, 폭스바겐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커피나 홍차에 페어트레이드 제품을 사용하도록 납품업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많은 기업이 회사 내 매점이나 카페테리아에 페어트레이드 상품을 구비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와 같은 대기업들의 참여가 바람직하기는 해도 여전히 전세계에 만연한 불공정 거래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으며,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일 뿐 진정성은 없을 것이라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기도 한다. 또한 대기업과 대형 유통체인들의 독자적인 ‘페어트레이드’ 브랜드 도입으로 기존의 소규모 상품들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태동기에 있는 국내 페어트레이드 시장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경부터 아름다운재단의 네팔 유기농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 두레생협의 팔레스타인산 올리브유와 필리핀산 ‘마스코바도 설탕’ 등 페어트레이드 상품이 하나 둘 선보이기 시작했고, 몇몇 언론보도나 방송사의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해외의 페어트레이드 운동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페어트레이드의 개념조차 잘 모르는 실정이며, 안다고 하더라도 판매채널이 극히 한정되어 있어 실제 소비행동으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는 국내 소비 트렌드가 지속가능한 소비(LOHAS), 윤리적 소비보다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추구하는 이른바 웰빙 소비 중심이므로 페어트레이드 같은 이타적인 소비행태가 보급되고 활성화에 이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더욱이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기존의 웰빙, 유기농 관련상품들은 제품 자체의 품질에 ‘친환경(=내 몸에도 좋은 것)’이란 차별화된 가치가 명확히 반영되어 있었기에 조금 비싸더라도 지갑을 열 수 있었던데 반해, 페어트레이드에서 다루는 것은 ‘제3세계 생산자들의 공정한 노동’이라는 제조 프로세스의 문제이므로 소비자의 관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난점도 있다. 따라서 페어트레이드에 담긴 부가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인지시켜 웰빙, 유기농 상품처럼 생활 전반에 파고들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 친환경 개념을 인지시켰을 때 이상의 노력과 아이디어, 그리고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부터 홈플러스가 전국 33개 점포에서 페어트레이드 커피인 ‘히말라야의 선물’을 판매하기로 한 것은 중대한 진전의 하나로 평가된다. 그 동안 아름다운 가게 등 대안적 채널에서만 접할 수 있던 페어트레이드 상품이 주류 유통채널 입성에 성공함에 따라 페어트레이드 확산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 이외의 기업이라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서 자사 내에서 소비하는 커피, 과일 등을 페어트레이드 제품으로 바꾸고 이를 CSR보고서를 통해 홍보하거나 대고객 사은품 등의 구매시 페어트레이드 라벨이 붙은 생활잡화, 유기농 설탕을 도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페어트레이드를 이미 알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기업이미지 향상을, 모르는 소비자들에게는 페어트레이드의 의의를 알리는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구의 커피회사, 농산물회사들이 소비자단체들의 보이콧 캠페인 등 계속되는 압력에 못 이겨 페어트레이드를 받아들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기업이 생산, 유통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근로자를 착취하지는 않았는지 감시하고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서는 불매운동과 시위도 불사하는 소비자행동은 날로 적극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세계시장을 무대로 기업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국내외 투자가들의 입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페어트레이드를 CSR과 마케팅의 새로운 과제 중 하나로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 출처: 신한FSB리뷰 2007년 5월호 -
-기회가 닿으면 저도 이쪽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요.
제 삶을 좀 덜 이기적인 방법으로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