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호스트를 만나서 집으로 가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만큼 우리는 피곤했고 그날은 너무 추웠다. 택시 한 대를 잡았다. 몬테네그로에서는 택시가 저렴해서 일반적이라나. 이때가 2달 반 정도 여행했을 때였는데, 나 여행 떠나고 나서 택시 지금 처음 타본다고 완전 좋다고 한마디 했다. 그러니까 옆에서 브노아가 하는 말이..
저렴하긴 했다. 기본요금이 0.25유로였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지금 택시 처음 타보는데? 뭐 나도 여행 다니면서 택시 처음 탄다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택시를 아예 처음 타본다고. 뭐?? 그럼 프랑스에서는? 당연히 버스만 탔지. 으악. 그랬구나. 하긴 너희의 그 생활력이 아무런 성장배경 없이 만들어 지지는 않았겠지. 혼자서 택시 타본 경험을 다섯 손가락에 꼽던 내가 아무것도 아닌 보통사람이 되던 순간. 무심코 하는 말 한마디에서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지 느낄 수 있는데, 그에게서는 근면검소의 기운이 팍팍 느껴졌다. 비슷한 부류끼리는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이제 많이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손으로 여닫는 엘레베이터 문은 아직도 낯설다.
그들의 주식. 빵, 치즈, 고기.
사실 이번 호스트와는 아주 많은 대화를 하지는 못했다. 밤에 만나 다음날 아침에 나가게 되어 시간도 많지 않았고, 우리도 너무 피곤했고, 마리와 브노아를 처음 만났던 날이어서 서로 여행얘기 하느라 바빴기 때문. 아직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한 우리의 호스트 슬로보단은, 내 6개월 여행, 마리와 브노아의 2년 여행 얘기를 들으며 많이 부러워했다. 나중에 서유럽에서 취직해서 돈벌어서 여행 간다하니.. 너도 잘 되겠지!
너무 배고팠다. 서로 가방에 있던 음식, 과일 다 꺼내서 그냥 같이 먹었다.
이렇게 처음 만나면 사실 자기소개만 해도 시간이 훅 간다. 나는 2개달 반째 여행을 하고 있었으니 어디부터 시작해서 어디어디를 들러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얘기를 해 주고, 여행 떠나기 전에는 어디에 살았고 뭐 했고, 군대 다녀온 이야기 일 했던 이야기 잠깐씩 하면 한 시간도 금방이다. 마리와 브노아도 마찬가지. 얘네도 할 얘기가 많아서 처음 사람 만날 때마다 하는 같은 얘기를 또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우리 셋이 같이 그런 얘기를 하다 보니 셋이서 여행 얘기 잠깐 했는데 이미 잘 시간이 다 되어 버렸다.
찌거기가 많이 남는 터키식 커피다. 다 마신후 찻잔에 잔을 엎는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장기집권이후 터키 문화가 동유럽 곳곳에 퍼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터키 식 커피는 정말 유명하다. 느낌이 걸쭉하고 찌꺼기도 많이 남는 그런 커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실만은 하다. (커피는 이탈리아 커피가 최고.) 슬로보단이 자기가 그 찌꺼기로 점을 친다기에 한번 보자 했다. 하하. (알고 보니 이렇게 점치는 문화도 유명하더라.)
잔을 엎었다가 다시 뒤집어 본다.
우리 여행이 아주 잘 풀릴거라네, 그래 고맙다 야 꿈보다 해몽이구나 역시.
나 같은 경우 원래 포드고리차에서 2박 예정이었으나 두브로브닉에서 하룻밤 발이 묶이는 바람에 포드고리차에서의 카우치서핑을 1박으로 줄였고, 마리와 브노아는 원래 1박만 하려고 했던 일정. 걔네도 나도 알바니아로 갈 예정이었고 같이 가기로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좀 불안해진다. 과연 세 명이 같이 해도 히치하이킹이 가능할까?
딱 하룻밤 있었는데도 진짜 잘 놀고 왔다.
그래서 우리가 계획한 게 일단 셋이 같이해 보고 너무 잘 안 된다 싶으면 그냥 각자 갈길 가는 것. 그래 좋아 일단 도전 해 봐야지. 여행 가기 전에는 블로그에 그렇게 히치하이킹 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글도 쓰고 그랬는데 두 달 반 동안 두 번밖에 못 한 게 좀 창피하기도 했다. 혹여 잘 안되더라도 나 혼자서라도 원래 했어야 했던 것이니까 겁내지 말자.
면도 중입니다. 한국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이 사진을 그렇게 좋아 하시던데..
히치하이킹 할 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 깔끔해 보이는 것. 그 외에도 어려보이면 더 좋고, 학생같아 보이면 더 좋고, 여자면 훨씬 좋고 그런게 있는데 여튼 더러워 보이거나 위험해 보이면 안 태워준다. 이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면도부터 했다. 수염이 그렇게 길었던 것을 보니 그동안 히치하이킹에 전혀 관심 없었구나 싶기도 하고, 반성좀 했다.
면도 끝! 헤어지기 직전 호스트와 사진 한 장 ! 하룻밤은 너무 아쉬웠다.
블로그도 합니다용~ http://bananabackpack.egloos.com/
쪽지보다는 블로그가 답변이 빨라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