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50년 주담대라는 제목의 언론 기사가 눈에 띕니다.
'주담대'가 '주택담보대출'이란 정도는 이해되는데,
앞으로 50년 동안 상환할 책임을 지고 자금을 빌리는 이가 누구인지
아니 빌려주는 곳은 또 어디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기사를 읽다보면 모기지(mortgage)라는 용어도 보입니다.
집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받는 대출. 차입자 소득에 근거해 장기간에 걸쳐 갚아 나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입니다.
모기지는 ‘죽은·죽음’(mort)과 ‘서약·저당’(gage)이 결합한 단어로서
어원으로는 ‘죽음의 저당’을 뜻합니다.
빌린 돈을 다 갚으면 담보인 집에 대한 채권자의 저당권이 죽고,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집에 대한 채무자의 소유권이 죽는다는 원리를 반영하고 있다네요.
보통은 30년 만기인 장기 대출을 갚느라 ‘죽을 때까지 매여 있기 때문’이란 뜻에서 붙여졌다는
‘웃픈’ 비유가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30년도 짧다며 50년짜리 주담대 상품이 나왔답니다.
지난 달 초에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주담대 만기를 50년으로 연장하면서
주담대 50년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겁니다.
국내 주담대 상품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택금융을 전담시키기 위해 1967년 설립한 한국주택은행의 주택자금대출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상품의 만기는 15년. 이후 부동산 개발 활성화와 함께 주담대 만기도 점차 길어졌고,
2000년대 초반 만기 30년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보통 20대에 입사해 50대 후반쯤 정년을 마치는 생의 주기를 감안하면
30년 정도를 최대 대출 기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30년 주담대로는 감당이 안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주담대 30년 출시 이후 약 20년이 흐른 2021년 시중은행들은 정부 시책에 따라
주담대 40년 만기 상품을 내놓더니 이어 불과 2년 만에 만기 반백 년짜리 상품까지 출시한 겁니다.
다만 주담대 50년은 죽을 때까지 다 갚을 수 없는 기간일뿐더러 이론상 성립되지도 않습니다.
주담대 한도는 정부 대출 규제에 따라 주택 가격은 물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개인소득 조건에 의해 결정됩니다.
차주(빌리는 이)의 주담대 시작 연령이 30세라면
소득이 80세까지 매달 이어진다고 보고 빚을 내준 격인데 그 가정 자체가 어불성설이잖아요.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정치인이
정부가 보증하는 모든 담보대출을 싸잡아서 국민을 볼모로 잡는 시도라고 비난했던 게 떠오릅니다.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면 대학생들도 정부 말을 잘 들어야 하고
농자금 어업자금 대출을 받은 농어민들도 정부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게 주요 논점이었지요.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면 운수 좋게 부채 면제도 가끔 헤택으로 돌아왔던 것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 사는 집을 장만했을 때 주택운행 장기저리 자금을 받고 무려 20년 상환했습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으니 상환기간도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아무리 백세시대라고 해도 서울이나 수도권 집값 갚다가 인생이 끝나지 않겠습니까?
모기지와 주담대라는 용어가 들리지 않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