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은행(제1금융권) 대출 조였더니 서민·중기 2금융권으로
올해 2월 수도권에서 시작돼 5월부터 지방에도 시행되고 있는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개인과 기업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초의 우려대로 깐깐한 대출 심사 탓에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회사 등 2금융권 등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려대로 '풍선효과' 뚜렷
은행 주택대출 감소분보다
2금융권 증가 규모가 더 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잠정치)은 1천223조 7천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20조 6천억 원 늘었다.
1분기 증가액은 작년 4분기(38조 2천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축소됐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역시 약해졌다.
올해 1분기 증가액은 5조 4천억 원으로 작년 1분기(9조 7천억 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줄어든 규모보다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난 규모가 더 크다.
1분기 가계신용 증가액 가운데 예금은행 대출은 모두 5조 6천억 원으로 27.2%에 불과하다. 비은행권에서 빌린 돈이 70%가 넘는 셈이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5조 223억 원으로 3개월 사이 1조 3천287억 원(1.8%) 늘었고 상호금융은 155조 768억 원으로 3조 3천60억 원(2.2%) 불었다.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함에 따라 2금융권으로 밀려난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 분석 결과, 3월 말 현재 예금취급기관의 산업 대출금 잔액은 959조 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5조 7천억 원(1.7%) 늘었다. 1분기 증가액 15조 7천억 원은 작년 4분기 증가액 11조 5천억 원보다는 늘었지만 작년 1분기 16조 6천억 원보다는 줄어든 수치다.
이중 예금은행의 산업대출금은 792조 원으로 1분기 중 8조 9천억 원 늘었다. 1분기 증가액 8조 9천억 원은 작년 1분기 15조 2천억 원은 물론 작년 4분기 10조 2천억 원보다 대폭 줄어든 금액이다.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은 1분기에 6조 8천억 원이나 급증해 167조 원에 달했다. 1분기 증가액 6조 8천억 원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구조조정 여파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은행이 가계에 이어 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한 여파로 추정된다.
문제는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금리 차이는 줄었지만 여전히 차이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평균 15.58%로 은행(3.17%)의 3배나 된다. 신용협동조합의 일반대출 금리도 4.64%로 은행보다 1% 포인트 이상 높다.
경기 부진으로 수입이 시원치 않은 서민과 중소기업의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