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넘의 말 때문에
2023년 9월 12일 (화) 오전 6:27
일요일 낮에는, 손녀 크로이하고 엄마는 크로이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고 혼자 남은 큰 아들이 왔다. 마침 오징어 뽁음 요리하던 아내가 얼씨구나 반가워 더 설쳐 저녁 식사를 멋지게 하고 오징어 뽁음과 월요일 아침 식사 용으로 해물 스파게티 까지 해서 보내고 흐뭇한 마음으로 나는 컴퓨터에 앉고 둘째는 지 방으로 들어가고 아내는 샤워하러 갔다.
막 컴을 켜고 유튜브로 들어가니 첫째 장면이 "명국환. 95세로 홀로 쓸쓸히 하늘로 갔다" 이었다. 누가 썸 네일을 슬프게도 달아놨다.
나는 문뜩 '카보이 아리조나 카우보이. 황야를 달려가는 아리조나 카우보이. 저 멀리 인디안의 북소리 들려 온다~ ' 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카우보이 아리조나
카우보이
광~야를 달려가는
아리조나 카우보이
말채찍을 말아 들고
역마차는 달려간다
저 멀리 인디안의
북소리 들려~오면
고개 너머 주막집~에
아가씨가 그~리~워
달려라 역마차야
아리조나 카우보이)
그리운 고향을 찾아 달려가고픈 사람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그 외도 많은 즐거운 노래를 불렀던 그 분이 어차피 가야 할 길을 가서 마친 것이다.
이래 가나 저래 가나 가는 것이고 간 자는 말이 없고 남은 자만 지 맘대로 흐느적 거린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저렇게 가시나. 내 앞 길도 모르지만, 다시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잘못이다. 내가 감히 그 분의 죽음에 쓸쓸하다 느니, 허망하다 느니 할 수 있겠나. 이북 고향 떠나 열심히 나름대로는 열심히 산 삶이고 조용한 어쩌면 멋진 죽음인데...
아내가 샤워 마치고 나와 팬티만 입은 채 창가에 서서 스트레칭을 하길래 말 했다.
"명국환 가수 분이 쓸쓸하게 돌아 가셨다" 고.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초라하게 돌아가셨는데?"
그냥 아는대로 말하면 좋았는데, 실수했다.
"니 같은 사람들이 무관심하니 그냥 가야지. 어쩌노?"
"뭐. 나 같은 사람이 어쩠다 고. 니 나 잘하시지." 등 등. 벌집 쑤셨다.
그리고 나는 할 말없어 침대로 가서 누웠다.
일어나니 아침 6시 20분. 보통은 먼저 일어나 부엌에서 들락 날락 하는데 아직 침대 위에서 잔다.
어이구, 실수가 고생하게 만드네. 속으로 생각하며 같이 나갈 생각을 포기하고 샤워하고 빽쌕에 물 한병 넣고 완전 군장을 챙겼다. 꽤나 무거웠다
그때 아내가 일어나 얼굴 씻고 부엌으로 가더라. 조금 기다리면 커피며 물이 든 도시락을 챙겨 같이 나갈 수 있는데... 그냥 나왔다. 또 실수였다. 으이그~ 오늘은 안돼네.
뻐스를 타니 꾸역 꾸역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탄다. 나는 자리에 앉았지만, 팬데밐이 끝나고 개학 후 이라서 많다. 새로운 힘듦을 겪는다.
그리고 핀치 역. 역시 평상시 같이 자리에 앉았다. 집에서 일찍 출발했기에 일 터가 가까이에 있는 콩코스 레벨, 풋코드의 팀하튼에서 오전 오후 용 미디움 커피 2잔 도너츠 3종류 6개. 으랏! 17불.
이렇게 많이 들어가? 오늘은 왕복 차비 포함 토탈 25불을 써야 한다. 한국돈으로 따지면 약 2만 5천원.
그렇게 놀라면서도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 동안은 일어나 싸준 도시락 들고 내 차타고 역까지 와서 지하철 타고 일 터에 도착하고 마치면 고츄레인 타고 집 가까운 에이진 코트역에 내려 기다리는 아내와 함께 내 차타고 집에 오면 땡이었다. 나는 일 전도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의 말 실수 때문에 배도 고생하고 마음도 고생했다.
나이들어 뭐 그까짓 것 가지고... 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게 아니더라. 잘 갈 수 있었는데, 그 넘의 한마디 말 때문에 오늘 하루 쌩 고생 했다.
"할무이요. 5시 12분 차 탔오"
하니 "오케이" 왔다.
지금부터 다시 잘하자. 도너츠는 2개 만 먹고 나머지는 잘 싸서 가방에 챙겼다. 둘째가 밤에 일하며 먹을 것이다. -끝-
커피하고 도너츠 2개 먹느라 애도 같이 먹는다.
명국환 선생님. 내 잘못 돌려 주고 가소~~~ 끝.
첫댓글
푸ㅎㅎㅎ~앞으로도 남은 30여년쯤의 세월을 삼시세끼 잘 얻어 잡수 실라면
더더욱 마음 다짐을 해야 될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힘찬 파이팅~!! 보냄니더
ㅎㅎㅎ 예. 감사합니다. 신화여 님.
지금도 화장실 방 청소들을 열심히 잘 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멋진 날들 되십시오~
재미있는 말실수 웃고 갑니다.
아리조나 카보이
이 노래는 제 남동생이 즐겨 부르는 노래로 여기서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ㅎㅎㅎ 함께 해 주신 낭만 님, 감사합니다.
저도 가끔 흘러간 노래 속에서 명국환 선생님이 부른 아리조나 카우보이를 들으며
고향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추석 명절에는 뵙지는 못하지만, 호주에서 한국을 방문하여 동생집에 머물 누님에게
전화라도 해야 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들 되십시요~
ㅎ
말 실수
부인께 순간의 실수로
몇시간 힘드셨군요??.
ㅎㅎㅎ 순전히 제 생각의 발로로 좀 애먹었습니다.
와이프도 같은 대학 1년 선배인데다 사법고시 합격하고 결혼하자 꼬셨는데...
지금 여기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참 재미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함께 해 주신 정하나 선생님,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멋진 날들이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