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지 자세
김정미
체조 선수가 공중회전을 끝내고 착지할 때
양팔을 벌려 흩어지려는 중심을 끌어당긴다
한껏 자유롭던 사람도
한곳에 착지하면
힘껏 녹이 스는 사람이 된다
퇴근만 있는 아버지는
어느 날 주머니에서 전망이라는 말을 꺼내놓았다
꽤 어려운 회전을 한 뒤라서
우리 가족은 그 말을 부축했다
태풍에 휩쓸리던 나무가
고요하게 제자리로 착지하듯
나뭇잎 몇 장 감점되듯
양팔을 벌리지 않고 서 있는 나무들을 본 적 있는가
어떤 종목이든 필수연기가 있고
필수연기에는 감점과 추가 점수가 있다
잠깐 몸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자세일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안간힘의 유래는 리본이나 훌라후프 없이도
기형의 자세에 매달리듯 지금을 연기한다
결국 자기 몸에 영영 갇히게 되면
체조 선수들은 은퇴한다
연습만으로는 불가능한 거리
그곳에 전성기를 두고
공중회전과 착지와 구르기를 끝낸다
체조 선수의 몸엔 쌓고 덧대고 스프링을 달았던 흔적들이 많다
바깥의 소년들처럼,
나갔다 되돌아오지 않는 나무그림자처럼
무릎 나온 바지와 목 늘어난 어둠의 관성들
아버지의 웃음소리는 크게 착지점을 벗어나곤 했다
그건 바닥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공중의 문제였다
녹스는 일로도
꽤 괜찮은 제자리가 된다
—계간 《상상인》 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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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 / 2015년 《시와 소금》, 2024년 영주신문 신춘문예, 202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오베르 밀밭의 귀』『그 슬픔을 어떻게 모른 체해』. 산문집 『비빔밥과 모차르트』『골목, 게으른 산책자』.
출처: 푸른 시의 방 원문보기 글쓴이: 강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