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목적지는 '지곡지'였다. 영원한 낚시 동지 '초시'와 정말 오랜만에 의기투합. 초시가 가보자고 인터넷에서 고른 곳이고, '저렴하면서 어종이 풍부한 곳'이란 사전지식으로도 흥분됐다.
사무실에서 퇴근 후 출발. 월간지 마감을 채 못 끝내고 삼실을 나서 좀 찜찜했지만,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초시 집으로 가서 그를 픽업,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그리고 약도대로 지곡지에 도착.
웃기는 건 좌대를 타러 갔는데(미친 짓이었다. 집중호우가 이틀간 걸쳐 내린다는 데도 굳이 떠난 길이었다. 그래서 좌대는 필수일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주인 왈. 둘이 10만원. 헉! 여지껏 십여년간 낚시를 즐겼지만, 아울러 좌대도 많이 타봤지만, 팀도 아니고 두당 계산해 '10만원'이란 가격은 처음이었다. 말도 안되는 논리(노지에서 낚시하는 게 두당 3만원이니까, 그들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좌대는 '두당 가격+알파'여야 한단다. 송전지나 고삼지는 노변 낚시 안하니까 좌대값만 받는 거라고. 실제 이런 경우가 있는 지는 모르지만, 우린 첫 경험이었다. 좌대를 사람 수대로 계산한다? 이해 안됐다)에 아연실색, 이미 늦은 시각에도 불구, 계획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용인이니까 당연히 '송전지'를 추천했다. 초시가 다른 곳을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일단 방향을 튼 곳이 고삼지. 신갈에서 용인까지 무진장 헤매다 용인 도착. 마침 한 곳 문 연 곳을 찾아(이때가 이미 밤 12시가 넘었다) 고삼지(정확히 말하면 행정구역상 '안성'?)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차를 몰았다.
新도로를 좇아 도착한 고삼지. 사방이 어두웠고, 방향감각도 없었다. 이리저리 차를 몰다 '고삼낚시터'를 찍었다. ㅎㅎ. 전에 한 번 왔다가 엄청나게 퍼붓는 비바람때문에 발길을 돌렸던 곳. 할머니, 할아버지가 길라잡이를 하던 곳이었다는 내 추측이 들어맞았다. "좌대 있어요?" 주무시는 어르신들을 깨워 좌대로 들어갔다. '고삼저수지 35호'.
아주 어렵게 자리를 잡은 시간이 이미 새벽 2시 가까웠다. 다소 지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좌대를 펴는 기쁨은 여전했다. 그 넓은 좌대 틈 새 자리를 잡은 것은 우리뿐. 낚시가게에서 소개받은 곳에 먼저 전화했었는데, 좌대 다 찼다는 퉁명스런 답변만 들었는데, 이 곳은 의외였다.
일단, 엔진배로 좌대까지 이동해주는 게 아니고, 각자 나룻배를 몰고 좌대로 가는 식. 오랜만의 경험이었고, 더 나은 방식이라 생각했다.(술 많이 마시고 몰면 아주 위험하겠지만) 무엇보다 화장실. 아예 화장실이 없었고, 비니루 깔고 '응가'하는 것도 아니었다. 육지가 가까우니까 배를 저어 나가면 된다. 특히 여성 동지들.
여기까진 사족이었고.
이후 별로 쓸 말이 없다. 조황이 아주 '꽝'이었으니까. 입질 두 어 차례. 이윽고 새벽녘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하는 비. 여름 내내 맞지 않던 기상청 일기예보가 원망스럽게 이날은 똑 떨어졌다. 난 잠깐 눈 붙였고, 초시는 의자에 앉아 존 것을 빼곤 꼬박 밤을 새웠다. 여전히 입질 없는 무심한 낚싯대. 건너편 좌대로 옮겨보기도 했지만, 여전했다.
점심이 지나니까 빗줄기도 다소 소강상태. 바람도 멎었고 뭔가 감이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 무리 손님이 건너편 좌대를 탔고, 이후 다소 소란. 젊은 애들이었는데, 물론 낚시가 목적은 아닌 듯 했다.(낚시터에선 고성방가 하지 맙시다!!. 쓰레기도 주워오고 ^^)
그냥 가야하느냐, 하루를 더하느냐의 선택기준은 16시로 잡았다. 조짐이 읽히면 더 하고, 아님 꽝이니까 접자고.
첫 붕어는 초시에게 찾아왔다. 중간급 크기로 찌가 말 그대로 뿌리까지 쑤욱 올라오는 걸 낚아챘다. 그리고 내가 초시를 좇아 지렁이와 떡밥, 짝밥을 갈아끼워 넣는 데 연이어 또 한 수. 비슷한 크기의 붕어였다. 일단 초시가 손맛을 봤다.
중얼중얼. 난 주문(^^) 외웠다. 대물을 기다리는 초시완 달리, 난 집 수족관에 넣어줄 '뉴페이스'가 필요했다. 큰 고기들은 잡아봐야 손맛만 보고 놓아줘야 하니까, 잔 크기를 원했다. 그리고 초시가 붕어를 낚았으니까 이왕이면 잉어를 원했다. 마침 집 수족관에도 잉어는 없었으니까.
딱 한 마리, 내가 발갱이(잉어 잘은 놈)를 건진 것은 그 얼마 뒤였다. 아가미 수염이 그렇게 반가운 적 있었나. 이제 다양한 어종으로 풍부해질 수족관을 생각하며, 'Thanks GOD'했다.
더 웃기는 건 이어 초시가 자라를 건진 것이다. 엄청난 크기, 엄청난 무게를 느끼면 초시가 내지른 '비명'은 이어 자라란 것을 확인하고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미신은 아니지만, 거북이나 자라는 왠지 영물이라는 느낌. 초시도 건져내지 말고 줄을 잘라버리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줄 자르기 위해 낚싯줄을 잡아 올리는 데 엄청난 무게였다. 대물을 기대했을 초시의 맘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반나절을 꼬박 무소득으로 보내다 불과 한시간 새 다양한 어종을 두루 올렸다. 더 할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밤새 엄청난 비를 고스란히 맞은 데다 잠도 부족해 컨디션이 연 이틀 낚시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접었다.
내내 잉어로 어떻게 수족관을 채울까(개체수가 넘 많고 잉어 크기도 작지 않았다. 그래서 이봉이한테는 미안하지만, 근처 교회 야외 연못에 놓아주고 대신 잉어를 수족관에 담으려 했다) 행복한 고민은 초시를 집에 내려주면서 풍비박산 났다. 잉어 한 마리, 붕어 두 마리 중 하필(!!!!) 잉어만 숨져 있었던 것. 그때 아쉬움이란. 고스란히 초시에겨 건넸다. 귀가하는 내내 운전은 내 허탈한 맘이 했다.
첫댓글 암튼 수고하셨습니다..앞으로도 즐낚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