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미안하다
/김요한
막내아들의 병으로 제 발로 찾은 교회를 다니다가
권사가 되어 92세의 노구로 아프지 않는 데 없단다.
40대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들 셋을 키우느라고
아파트 계단 청소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는 분이란다.
입을 딱 봉한 체 말을 하지 않던 이 권사님이
어느 날부터 얼굴에 홍조를 띠고 거의 매일 온다.
그래서 아예 전용의자를 마련해서 오시기를 기다렸다.
구원이야기, 천국이야기 그리고는 간절하게 기도를 한다.
어느 날부터 아프다는 소리가 없어지고 제발 요양원에
가지 않고 자는 듯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소원이라 한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 것, 그렇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어느 날 권사님이 상추씨를 가져다가 손바닥만한 땅에 부었다.
마른나무와 같던 굳은 표정의 노파가 앳된 미소를 보인다.
푸른 나무가 되어 아멘 소리가 열리고 얼굴윤곽이 뚜렷해진다.
오늘 정권사님이 왜 안 오지하고 혼잣말을 한지 오래지 않아
이웃집 할머니가 지나치다가 오늘 아침에 떠났다는 말을 전한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띵하다 아! 어떻게 이렇게 빨리...
뒤이어 아침나절에 119가 왔다갔다는 말을 들으니 별세가 확실하다.
순간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빚진 자라는 생각에 콧등이 시큰하다.
싱싱하게 자란 상추에 물을 주면서 덩그렇게 남은 의자를 바라본다.
빈 의자와 싱그러운 상추를 남기고 그 분은 하나님께로 떠나셨다.
아멘 아멘 하며 간절하게 기도하던 92세 소녀의 몸은 119구급차에
실려 더 사랑하고 보살피지 못한 회한을 남긴 채 영영 떠나셨다.
사랑은 언제나 모자란다. 사랑은 언제나 미안하다, 그 빚만 쌓여간다.
첫댓글 사랑은 언제나 모자란다, 사랑은 언제나 미안하다....
사랑을 주기보다는 늘 갈구하고 사는 저에게 참 부끄러워지게 하는 표현입니다
그 애잔한 사랑을 제가 좀 담고가서 저도 한번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겠습니다
할렐루야 우리로 사랑하게 하신 주님께 영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