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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열풍', 이제 그가 말하지 않은 것들을 말할 때"[기고] "토지 문제 비켜간 경제 담론 공허하다"기사입력 2010-12-14 오후 5:51:58 상식의 전복자 장하준이 신간을 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이하 "23가지")라는 제목의 책인데 장하준은 이 책을 통해 일종의 공리(公理)라고 알려진 경제학의 상식들을 논파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론의 파괴자 장하준 장하준이 새롭게 세운 경제학 상식들의 목록은 아래와 같이 제법 길다.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하면 안 된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자유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좋은 경제정책을 세우는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등등 장하준은 이전의 저작들(<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등)에서 우리가 진리로 알고 있는 경제학의 많은 이론들과 상식들이 사실은 출생한지 불과 30년 남짓 밖에 않된 신자유주의라는 안경을 통해 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솜씨 있게 증명해 보인바 있다. "23"가지는 전작(前作)들의 문제의식을 오롯이 계승하면서도 더 대중적인 문체로 쓰였고, 보다 넓은 경제학의 주제들을 다룬다. 장하준은 치밀한 논리와 통계들을 가지고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성채(城砦)를 공격하는데 그 공격이 매우 효과적이어서 신자유주의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많은 이론들-예컨대 자유시장 및 자유무역의 우월성,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 시장의 완전성에 대한 믿음, 작은 정부에 대한 선호, 제조업에 대한 금융업의 우위 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안이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며 신자유주의로의 투항을 권유했던 대처 전 영국수상이 "23"가지를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할지 자못 궁금할 지경이다. 그러나 모든 책이 그러하듯 "23가지"에도 아쉬움은 있다. 무엇보다 장하준이 토지의 중요성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무척 안타깝다. 물론 장하준이 모든 경제문제를 다룰 수는 없을 테지만, 토지문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지나가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여전히 토지문제가 정상적인 경제 및 사회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건국 후 성공적인 농지개혁을 통해 단시간 내에 경제발전을 일구어낸 대한민국도 토지문제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의 토지개혁이 필요한 대한민국 토지문제가 대한민국에 야기하고 있는 허다한 문제점들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토지소유 집중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살펴보기로 하자. 2007년 10월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2006년 토지소유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토지소유자중 상위 1%(50만 명)가 민유지의 57%, 상위 10%(약 500만 명)가 98.4%의 민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소유 편중현상이 이렇게 극심하다 보니 토지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불로소득 역시 소수의 토지소유자들에게 귀속된다. 아래의 <표 1>를 보면 1998년 이후 남한에서 최근 10년간(1998년~2007년) 발생한 토지 불로소득의 규모가 총 2,002조원이었던 반면, 조세 및 부담금을 통한 환수규모는 총 116조원, 즉 환수비율이 5.8%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토지에서 발생한 불로소득 2000조의 거의 대부분이 소수의 토지소유자들에게 귀속된 셈이다. 이쯤되면 한국전쟁 발발 직전 단행된 성공적 농지개혁-남한의 농지개혁은 세금 등을 감안할 때 오히려 북한의 토지개혁 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뛰어난 농지개혁으로 알려졌다. 남한의 농지개혁은 산업화의 최대걸림돌인 지주계급의 소멸, 사회구성원들 간의 평등한 출발을 위한 물적 토대의 제공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단기간 내에 비약적인 경제성공을 이루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의 성과가 형해화 될 위기에 처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가 야기하는 문제들
첫째, 빈부격차 심화의 주된 원인이 된다. 이와 관련해서 남상호(2007)의 연구는 눈여겨볼만하다. 그에 따르면 1999년에는 상위 1%계층의 자산 점유율이 9.7%였는데 2006년에는 16.7%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범위를 좀 더 넓혀 상위 10%계층의 자산 점유율이 1999년에는 46.2%였는데 2006년에는 54.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구 순자산의 불평등도를 구성요소별로 분해해 본 결과 부동산 자산의 불평등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2006년의 경우 순자산중 부동산이 약 93%, 금융자산이 약 12%의 불평등도를 높인"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부동산, 더 정확히 말해서 토지소유의 양극화가 전체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외환 위기 이후 불거진 사회적 양극화의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산양극화, 그 중에서도 토지불로소득의 편중현상이라는 사실이 실증적 자료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정부의 재정운용을 왜곡시킨다. 아래 〈표 2〉는 주요국가의 기능별 재정지출 현황 가운데 사회개발비와 경제개발비를 비교한 것인데 주요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이 사회개발비에 비해서 경제개발비가 유일하게 높게 나타난다. 대표적 토건국가인 일본 정도만 경제개발비가 사회개발비의 75%수준에 달할 뿐이고 다른 주요 국가들은 정부 재정 지출 가운데 사회개발비의 비중이 경제개발비의 비중을 압도한다. <표 2> 주요국가의 기능별 재정 지출 비교 물론 각 국가마다 처한 현실과 과제가 다르기 때문에 사회개발비와 경제개발비의 비율이 어떠해야 한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후발국가나 후후발국가 단계일 때는 아무래도 국가가 경제개발을 주도하기 마련이므로 통상 경제개발비의 비중이 사회개발비 보다는 높은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선진국 단계에 진입하면 국가가 경제개발과 관련된 역할은 민간에 넘기고 사회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대한민국이 유독 이러한 추세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토건국가화(土建國家化)'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토건국가화'의 배후에는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가 도사리고 있다. 2007년도 정부 총지출 규모는 예산과 기금을 합쳐서 237조 1000억원이다. 여기서 직접적 건설 부문 예산은 18조 2000억원(7.7%)이고, 공공부문 건설투자는 무려 52조 3000억원(22.1%)에 이른다. 정부재정에서 토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30%에 이르는 셈이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써서 전국 곳곳에서 불필요한 도로 · 공항 · 댐 · 신도시 건설, 간척사업 등이 이루어진다.(홍성태 2007) 이처럼 정부 재정이 토건 부문에 과도하게 투입됨에 따라 정작 재정투입이 절실히 요구되는 복지 ㆍ 교육 등의 사회개발비 지출은 인색하게 될 수밖에 없다. 셋째,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산업구조를 후진화 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산업구조를 건설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토건형 구조로 만드는데, 토건형 산업구조는 세계적 흐름인 지식기반 · 기술기반경제구조에 역행하는 후진형 산업구조다. 건설업이 대한민국 산업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자. 대한민국이 대표적인 토건국가인 일본을 능가할 정도로 GDP가운데 건설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래의 〈표 3〉은 이를 잘 보여준다. 〈표 3〉OECD 국가별 G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1980~2000) 자료 : 한국은행 (2004), 박배균(2009)재인용 GDP 대비 투자 비중을 봐도 건설업의 비중은 지나치게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국내 총생산에서 건설투자 비중이 23.4%이지만, 선진 8개국의 비중은 평균 13%수준에 머물며, 특히 주택 투자와 토목 투자는 우리나라에 비해 각각 3분의 2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적도기니, 투르크메니스탄, 부탄, 레소토, 에리트레아…이름조차 생소한 이들 나라는 1996~2000년 사이 건설투자 비중이 높은 20개국 중 상위 1~5위 국가들이다. 한국은 이들 나라 틈에 끼어 세계에서 건설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14위다(손낙구 2008). 비단 건설업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GDP 대비 투자 비중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기형적으로 높은 것이 아니다. 성장률도 대다수 선진국의 건설업이 기껏해야 1~2%를 기록하고 높아봐야 3%대를 넘지 않는데 반해 대한민국은 70년대에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1980~90년 내내 5.6~7.9%의 가파른 성장세를 계속했으며, 2001년 5.5%, 2002년 2.8%, 2003년 8.1% 등 최근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손낙구 2008)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벌이나 대기업들이 건설업에 몰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자산 규모 상위 10대 건설업체들은 2002년 7,631억, 2003년 1조 5,979억원, 2004년 2조 1,689억원 등 4차 부동산 투기가 한창이던 3년 동안 총 4조 5,298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음을 알 수 있다(남경필 2005, 손낙구 2008). 아래 〈표 4〉는 주요대기업 집단이 소유하고 있는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와 도급순위를 나타낸 것인데,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집단 가운데 건설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표 4〉주요 대기업 집단 소속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와 도급순위 (2008년)
주요 대기업 집단이 건설업에만 매진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토지 가격이 국민소득 대비 세계최고 수준이고 중단 없이 상승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재벌 및 대기업들은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는 등한히 하고 토지 투기에 열중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재벌들은 3차 부동산 투기 파동이 한창이던 1989년 당시 장부 가격으로 자기자본 18조원의 절반이 넘는 10조원어치의 부동산을 보유하며 생산 활동보다 땅 투기에 열을 올려 국민적인 공분을 산 적이 있다. 토지공개념위원회의 연구에 따르면 1974년에 똑같은 금액을 토지와 자본에 투자해 1987년에 이르렀을 때 토지 투자이득이 자본 투자이득 보다 6배 이상 컸다고 한다.(손낙구 2008) 이처럼 토지 투기로 톡톡히 재미를 본 재벌들의 토지 사재기는 토지공개념 3법의 도입과 외환위기로 말미암아 주춤하는 듯 했지만 외환위기가 진정되고 토지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자 이내 재개된다. 각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시가총액 상위 30개 상장사가 보유한 부동산은 72조 693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6조 4,287억원이 증가했다(손낙구 2008). 대한민국 기업들의 부동산 사랑은 각별한 데가 있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총자산 대비 토지 보유 비중은 여타 선진국 기업들을 압도하며 그 결과로 설비투자 효율성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001년 말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 기업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조사한 데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 보유 비중은 총자산 대비 12.5%로 미국(2.1%), 일본(9.9%) 등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1980년(4.9%)에 비해 2.6배나 커졌다. 건물의 비중도 12.8%로 1980년(8.7%)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나, 설비투자와 직결되는 기계장치의 비중은 1980년(17.9%)보다 낮은 15%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생산과 거리가 먼 부동산 자산을 늘리는데 힘쓰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행 2003b, 손낙구 2008). 부동산 자산을 늘리는데 힘쓰다 보니 총자산 중 유형자산의 비중이 2001년 말 현재 45.2%로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24.9%), 일본(30.7%) 등 주요 선진국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의 총자산 회전율은 미국, 일본과 비슷한 반면 설비투자의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는 유형자산회전율(매출액/유형자산)은 2001년 중 2.18회로 미국(3.67회), 일본(3.25회) 등의 약 3분의 2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체가 동일 규모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미국 ㆍ 일본 기업에 비해 각각 1.7배와 1.5배의 유형자산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다(손낙구 2008). 아래의 〈표 5〉를 보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지를 대략 알 수 있다. 〈표 5〉30대 대기업이 보유한 토지가격(2006년) 단위 : 억원 참고로 국세청이 심상정 의원실에 제출한 〈법인 토지분 종부세 납부자 상위 100개 주택자산 현황(2006년 신고실적 기준)〉에 따르면 비싼 토지를 많이 소유하고 있어 종부세를 가장 많이 낸 상위 땅부자 100대 법인이 소유한 토지자산은 60조 4,678억원이며, 2006년 신고실적 기준으로 토지분 종부세를 내고 있는 1만 1,000개 법인이 낸 종부세는 9,177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가, 빌딩, 공장 등 일반 건축물의 부속 토지 등 사업용 토지가 4,555억, 나대지 ㆍ 잡종지나 일부 농지 ㆍ 임야 ㆍ 목장 용지 등 사업과 관련 없는 땅이 4,622억원으로 비사업용 토지가 더 많다.(손낙구 2008) 이처럼 토건형 산업구조는 대한민국 산업구조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했고 선진형 지식기반경제로 산업구조가 도약하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토지투기와 건설업 영위를 통해 천문학적인 이득을 얻는 기업들이 굳이 힘들게 기술개발을 하고 설비투자를 하며 더 나아가 선진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토지불로소득 사유화에 기인한 토건형 산업구조는 토지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정상적인 퇴출을 억지하고,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려는 기업들의 진출을 가로막는 악영향을 경제에 미친다. 시장논리로 따지면 마땅히 퇴출되어야 할 기업이 단지 토지를 소유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얻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출을 면하거나 퇴출시기를 늦추는 반면, 새로운 기술과 경영기법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높은 지대(rent)로 인해 시장에 진입하거나 안착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제일의 토건국가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박배균(2009)은 "정당정치에서의 중심적 균열구조가 지역에 기반을 두고 형성됨에 따라 정당과 정치인들이 지역 차원의 개발주의 정치에 쉽게 순응하여 국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게 되고, 계급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미성숙 탓에 지역 차원에서의 장소적 이해가 강하게 영역화 되는 경향을 보여주며, 1970년대부터 지속된 지역주의 정치의 영향으로 지역의 정치―경제적 현실을 해석하는 담론의 프레임이 '중앙-지방'관계를 중심으로 매우 정치화되어 있다는 조건들이 한국 국가의 토건지향성 강화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박배균(2009)의 이 같은 분석은 타당한 대목이 많다. 그러나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와 건설업의 비대 사이의 인과관계를 결여한 부분은 아쉽다.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필연적으로 건설업의 비대화를 초래해 산업구조를 왜곡시키며, 그로 인한 숱한 부작용을 낳는다. 넷째, 토지 불로소득의 사유화는 부정부패를 양산한다. 남한의 2008년 부패지수는 40위로 상당히 높은 편인데 부패의 절반 이상은 토건업이 차지하고 있고, 부패에 연루되어 구속되는 공무원의 60% 이상이 건설, 토건 관련 공무원이다. 각종 인ㆍ허가권을 쥐고 있는 공무원에 의해 따라 엄청난 토지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그들은 집중 로비의 대상이 되고, 이를 둘러싸고 부패가 끊임없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섯째, 토지불로소득을 노린 토지투기는 흔히 토지 가격의 폭등 및 그로 인한 거품생성과 붕괴의 과정을 거쳐 경제위기로 귀결되곤 했다. 이제 그 과정을 한 번 살펴보자. 경제성장과 인구 집중, 인프라의 구축 등과 같은 계기로 인해 특정지역의 토지가치상승이 일정기간 계속되면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장래에도 그 지역의 토지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토지불로소득을 노려 토지매입에 나서게 되고, 이는 토지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본 다른 시장참가자들도 경쟁적으로 토지 매입에 나서게 되면서 투기광풍이 불고 이는 다시 토지가격상승으로 연결된다. 토지는 공급이 제한된 대표적인 재화인데다 투기목적의 가수요는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기가 투기를 불러 토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여기에 유동성까지 가세하면 토지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폭등하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거품의 팽창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어떤 재화이건 한 없이 가격이 상승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마침내 시장참가자들이 더 이상 토지가격의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순간 투매가 일어나고 토지가격은 급락하게 된다. 토지투기로 인한 거품의 생성과 팽창 및 붕괴는 단순히 토지 매매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다. 토지와 관련된 거의 모든 산업 및 금융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주어 국민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의 형성과 붕괴가 금융 위기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는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의 스웨덴과 핀란드, 1980년대 말 이후의 일본, 1997년 외환 위기 전후의 태국, 1982~84년과 1994~96년 두 차례 금융위기를 겪었던 멕시코를 들 수 있다(전강수 2009). 지금도 진행 중인 미국발 금융위기의 근본원인도 역시 '토지 투기와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앙등'이다.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한 부시와 그린스펀 등에 의해 부동산 가격은 한 없이 상승했고, 이를 기반으로 주택저당증권(MBS), 주택담보부증권(CDO), 신용디폴트스왑(CDS), 복합 CDO 등의 파생금융상품이 만들어졌는데,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자 금융시스템 전체 더 나아가 경제전체가 파멸적 타격을 입게 되었다. 여섯째,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노동과 자본 간의 갈등을 첨예하게 만드는데도 큰 기여(?)를 한다. 토지불로소득의 발생과 이의 사유화가 토지가격의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주거비-집값과 전ㆍ월세가격-의 상승을 견인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당연히 사용자들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사용자들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노동쟁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래 〈표 6〉을 보면 부동산 투기 및 그로 인한 토지가격 상승과 노동쟁의 간의 상관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노동쟁의가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토지투기 및 주거비 상승만이 노동쟁의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의 통계가 보여주는 것처럼 토지투기 및 그로 인한 주거비 상승이 노동쟁의의 원인 가운데 하나 임은 추정할 수 있다. 외환위기로 잠시 하락했던 부동산 가격은 2000년을 기점으로 땅값과 집값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다시 뛰어오르기 시작해 4차 부동산 투기 파동이 일었다. 소득 증대 외에 저금리와 이에 따른 월세 이율 하락(2001년 8월 1.31%→2004년 6월 1.05%)으로 이전에 비해 주거비 부담의 상승 정도는 약했지만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이전 시기에 비해 노동쟁의 발생건수나 참가인원, 손실일수를 증가시킴으로써 2000년대 초 노동자들의 노동쟁의에 빼놓을 수 없는 배경으로 작용했다(손낙구2008). 〈표 7〉은 이런 사실을 보여준다. 통계를 보면 부동산 투기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우리나라 노동자 가계부에서 주거비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대정 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90년 19만원 수준이던 노동자 가계부의 주거비는 1995년 45만원으로, 2000년에는 60만원으로 늘어났다. 한 달 월급 받아서 주거비에 쓰는 돈의 비중도 1990년 20.5%에서 1998년 27.8%로 껑충 뛰어올랐다.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최고로 비싸다는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 노동자들의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은 2~3배에 달한다. 일본 노동자 가계부에서 소득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0이라면 한국 노동자 주거비는 208로 2배가 넘는다(송태정 2004, 손낙구 2008). 결국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와 이로 인한 토지투기 및 토지가격 상승은 노사갈등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장하준에 바란다 위에서 자세히 살핀 것처럼 토지문제는 대한민국의 고질병일 뿐 아니라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제3세계 국가들도 사정은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훨씬 나쁠 것이다. 설혹 장하준이 폭로한 신자유주의의 문제점들이 거의 해결된다 하더라도 토지문제가 엄존하는 한 국민경제 및 국가의 건강한 발전이 지체되거나 왜곡되기 일쑤다. 이렇듯 심대한 중요성을 지닌 토지문제에 대해서 장하준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장하준이 토지를 자본의 일부로 취급하는 프레임에 갇힌 것이나 아닐까? 편견과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않은 경제학자인 장하준이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쪼록 장하준이 토지 문제까지 포함해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발전적으로 지양하는 국가발전모델을 정립하길 기대한다. 장하준은 이미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가운데 한명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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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ature&love 원문보기 글쓴이: 나무사랑
첫댓글 장하준 선생이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깨뜨리는 용감하고 양식있는 분이기에 매우 좋아합니다. 집에 '23'을 사두고도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만, 이태경 선생의 글도 매우 본질적인 문제를 짚고 있네요. 인구 1%가 민유지의 57%를, 10%가 98.4%를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2006. 행자부)는 우리의 경제적 모순이 어디서 출발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라 하겠습니다. 또한, 불로소득 2000조에 조세 및 부담금은 고작 116조 였다니(지난 10년간) 경제정의가 실종된, 아니 무관심한 사회라고 해야 하겠지요. 그 와중에 오세훈 시장은 700억이 아까와 초등생 무상급식을 못한다고 결끼를 보이는 웃기는 연출을 하고 있지요. 16일(목) 장 교수의
16일 장하준 교수가 서강대에서 강연을 한다기에 한 번 가볼 계획입니다만, 여기 올린 이태경 선생의 문제의식은 더욱 근본적이니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양쪽 모두 강추!!!^&^
저도 얼마전 사놓고 아직 채 읽지 못한 책입니다. 목요일 강연에 선생님 가시네요. 전 방학중 사마리아인과 23, 두 책 읽는 걸로 빈 머리나 채워야겠습니다~^*^
지난 주 TV에서 밤늦은 시간에 장하준님의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바꿨다'라는 책에 대한 토론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잠깐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거창하게 토지분배의 흐름은 몰라도 서울시민 전체가 아파트 투기꾼이었던 사회 분위기가 싫어서 지금까지 남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어렵겠지만 저도 방학 중 책한권 잡아볼까 합니다. 글구 위의 글 끝까지 모두 읽었습니다. 후우!!!!!
^&^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출력한 다음에 줄쳐가면서 공부하듯이 읽어간답니다. ㅎㅎㅎ
저도 오늘 서강대에 장하준 교수 강연 들으러 갔다왔습니다. 가서 질문도 드렸습니다. '4대강 문제'와 '석유 고갈시대의 산업 전망에 대하여' 답변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특히 4대강 부분에서는 답변을 피해가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 쉽지 않아서 그런지...
저도 갔어야 하는데, ㅠㅠ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 교수야 신자유주의를 격파하는 이론가로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4대강 문제'와 '석유고갈시대'에 대한 전문가는 바로 김 대표님이십니다. ^^
아참, 내가 어찌 4대강 문제와 석유고갈시대의 전문가입니까? 강연은 별로 안 하고 질문과 답볍으로 걍연을 이끌었는데,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쟁'의 문제를 많이 지적을 하면서 교육을 바라보는 것까지는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은데, '4대강 문제'에서 특정 권력이 국가 예산과 하천(국유지)을 마음대로 쓰고 개발하는 문제에 대하여 경제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냐?에 대한 물음에 영 답변이 시원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석유고갈 시대는 자신이 어렸을 때도 들었다는 이야기며, 내가 석유 관련 산업(나프타 산업까지 포함) 우리 경제에서 30-40% 정도는 점유하고 있을 거라니까, 그렇게야 되겠느냐는 것으로 보아 이 부분은 연구가 부족한 느낌
그렇겠지요, 언젠가 리 호이나키의 <<비틀거리며 정의의 길을 걷다>>를 조금 읽었는데, 자본주의 체제를 환멸한 나머지 종신 대학교수직도 버리고 시골살이를 선택한 저자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자본주의 체제내의 분들에게 당장은 '4대강 문제'가 안 보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