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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한국의 오지를 찾아서 스크랩 [ROAD No 1]국도1호선도보여행 여덟번째 이야기-우석대학교(삼례)에서 정읍시 태인까지
장형 추천 1 조회 319 11.10.22 22:52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국도1호선 도보여행 여덟번째 이야기[2011년 10월 02일-03일] - 우석대학교에서 정읍시 태인까지

 

한여름의 불볕더위를 뒤로하고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한 가을날.

또다시 내 뱃살만큼이나 두터워진 삶의 무게를 내던져버리고 그 자리에 작고 붉은 배낭을 대신 둘러멘 채 아이와 여덟번째 여행을 출발한다.

 

한여름, 삼복의 여행에서 어찌나 혼이 났는지 더위가 누그러지기 전까지는 배낭을 다시 멜 수가 없었다.(덕분에 집과 사무실에서 보낸 여름은 그리 덥지않게 보낼 수 있었다.30도가 훨씬 넘는 불볕더위에서 20km가 넘는 길을 걸었으니 다른 더위야 뭐... )

 

어쩨든, 엄청 덮기도 했고, 비도 유달리 많았던 올해의 여름도 지나가고 만물이 영글어가는 가을이 시작되었다. 봄을 지나 여름을 거쳐 가을에는 이 길이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상념에 잡힌 채 지난 여름 더위로 우리를 괴롭혔던 전주 우석대학교를 향해 기차가 서서히 출발해 가고 있다.

 

■ 오늘의 여정 : 삼례역 - 전주 - 전주월드컵경기장 - 서전주IC - 금구면(1박) - 금산면 - 용호리 -

                        정읍시 태인면(피향정)

 

여덟번의 여행으로 이젠 제법 여행자의 Force가 흐르는 울 아들

 

 

이번 여행의 출발지인 전라북도 삼례역

 

전주 만경강을 건너

 

대부분의 국가하천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고

토목이 업인 나에게는 국가하천은 언제나 대형교량이 있고

하천정비공사들이 많아 잘 알고 있는데

만경강은 위치와 규모가 언듯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만경강이 전북을 흐르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가을볕에 곡식은 여물어 가고...

 

이제 계절은 곡식을 여물게 고개 숙이게 할만큼의 무게로 밀려들고 있다.

 

커다란 평야가 가을바람에 흔들려 

황토색 물결을 일으키고

가을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신방의 구멍뚫린 창호지 사이로 보이는 연지곤지 각시마냥

살포시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황토색 물결에 쓸려

쑥스러워 고개숙인 각시같은 가을에 둘러쌓여

그렇게 부자는 길을 재촉한다.

 

전라도에 들어서면서 점차 만족스러워지는 식탁...

점심식사도 챙겨먹고...

 

전주월드컵 경기장

 

경기장구경도 할 겸 구장쪽으로 갔더니

이것 저것 군것질거리가 있다.

여러가지 군것질거리 중 재환이가 고른건

솜사탕!

 

가끔 여행을 하며 난 내아들 재환이가

10살 초딩이라는 사실을 잊을때가 있다.

요녀석 가끔 아빠에게 오늘처럼 외쳐댄다.

"아빠! 나 아직 요런 솜사탕을 좋아하는 초딩이에요

아빠! 잊어버리지 말라구요"

그래! 울아들 아직 초딩이지.

아직은 솜사탕이 어울리는 초딩이지!

잊지 않을께 아들아!

아빠는 아빠 욕심에 자꾸 그걸 잊어버리는 구나!

어리석은 아빠를 이렇게 한번씩 니가 깨우쳐주렴.^^

솜사탕을 좋아하는 내아들 환아--

 

영글어가는 가을

 

감과 밤이 영글어가고

벼가 익어 추수를 하기 시작했고

마을입구와 시골집 담장밑에는

코스모스가 사람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익어가는 가을을 맛보고 싶어

담장 넘어 온 감을 하나 따서

옷에 쓱쓱 문질어 아이에게 한입 배어물게 해 봅니다.

욱!! 감이 떫었는지 이내 뱉어내내요.

그렇지요

사람손에 가까운 익은 감은 이미 다른 사람들의 몫이었나 봅니다.

서울내기 부자에게 겨우 돌아온 것은

사람들이 놓고 간 밥톨 몇알뿐입니다.

지금 녀석의 책상위에는

길가다 주운 소중한 밤톨이 몇알이 남아있습니다. 

 

전주를 지나 정읍을 향해...

 

작은 언덕배기에 올라...

 

볍씨말리는 것도 보고

 

요렇게 이쁜 해지는 가을길을 아빠와 걸어서...

 

오늘의 목적지 금구면사무소에 도착했습니다.

 

20KM가 넘는 고된 길을 오늘도 울아들은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문제가 아빠에게 생겼습니다.

요 이야기는 좀 나중에 하고

반가운 사람을 만난 이야기부터....

 

 

"과장님! 전 과장님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요"

 

정읍에 도착하면 꼭 만나야 할 반가운 사람이 있다.

내가 여수현장의 공무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나와 함께 근무하던 신출내기 신입사원이었던 친구인데 지금은 정읍시의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친구이다.

이 친구는 나에게는 나름 특별한 사람이다. 나를 깊은 충격속에 빠뜨렸던 친구였다.

 

한 5년전쯤인가?

여수 현장에서 근무하던시절, 완전히 일에 빠져 살던시절이 있었다. 소위 WORKHOLIC으로 살던 시절.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토요일도, 일요일도 일했다. 여러가지 상황이 나를 그렇게 만들던 시절이었다. 옆을 볼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과로로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병원에서 퇴원하고 몇일 뒤 신입사원이라는 녀석이 나에게 와서 사표를 내겠단다. 그 친구를 데리고 조용한 바닷가의 벤치에 가서 면담을 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 중에 이런 요지의 말도 던지게 된다.

 

"과장님! 과장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감독에게는 꼼짝도 못하고, 결국 병원신세까지 지게 되고... 10년후의 제 모습이 과장님의 모습일텐데... 전 과장님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요"

 

망치로 머리로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다.

이런 말을 듣고 그냥 내 보낼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서로 노력해보자고 꼬득여서, 그 이후 둘이서 30분간격으로 시간을 체크해서 시테크를 하며 야근과 특근을 줄이기도 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이 친구가 좋아하는 컴퓨터게임을 배워서 점심시간과 퇴근후에 한게임씩 하기도 하며 1년여를 보냈다.(이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담배도 술도 마시지 않는다.^^)

결국, 이 친구는 1년뒤에 공무원시험을 보고 회사를 떠났지만, 이 친구가 떠날 즈음에는 서로에 대해 이해의 폭을 많이 넓힌 상태였고 아쉽지만 즐거운 이별을 할 수 있었다. 이 친구를 통해 난 내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주변과의 소통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랜만에 연락을 했더니, 못난 선배를 마다하지 않고 와이프와 함께 나와 주었다.

이제는 초짜배기 신입사원이 아니라 어엿한 환경공무원이 되어 나타나, 여행 온 선배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며 옛 이야기를 나누는 나의 친구가 되었다.

너무나 반갑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본인들의 집(신혼집)에 가서 자야한다는 후배와 재수씨의 말도 안되는 고집을 뒤로하고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다.

 

시종아! 저녁 잘 먹었고,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

근데 말이야, 난 니가 싫어하던 그때 그 과장처럼 자꾸 살아지니 이 일을 우짜면 좋겠노? ㅋㅋㅋ

 

 

다음날 이른 아침을 먹고 정읍을 향해 출발.

하지만, 어제 숙소에 돌아왔을 때 이미 나의 발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양쪽 발바닥 전체에 물집이 생겼다.

간혹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긴 했지만 발바닥에 물집이 크게 생긴 건 첨이다.

바늘과 실로 응급처치를 하고 잤지만, 아침 상황이 많이 심각하다.

어쩨든, 참고 걷기는 했지만 오래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닌듯했다.

문제는 신발에 있는 듯 했다.

등산화가 너무 오래되었고, 바닥이 딱딱해진 때문인 것 같다.

어쩨든, 갈 수 있는데까진 가 봐야지... gogo

 

요런 길도 거치고

 

바로 옆에 4차선도로가 생겨 이제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도 지나간다.

 

재환이와 난 이런 도로를 제일 좋아한다.

이렇게 도로 한가운데 서서 사진도 찍고,

자동차 걱정없이 이야기하며 걱을 수도 있어서

야릇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인적이 끊긴 도로는 바로 자연의 습격을 받는다.

예전 한 영화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심이 채 100년이 지나지 않아서 정글같은 모습이 되는 것을 보았다. 이 도로에서 난 그 전초를 보았다. 

이 도로는 우리가 걸은 30-40분동안 차가 채 3-4대도 지나가지 않는 도로이다.

나무와 풀들은 이미 갓길을 지나 본 도로로 나오려고 하고 있고,

사진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도로주변은 깊은 산속과 같은 을씨년스럽움에 휘감겨 있었다.

인간의 문명과 존재는 어쩌면 공룡과 같이 한차례 자연의 습격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논길을 지나다가 논가에 고개를 파 묻고 있는 개 한마리를 발견한다.

어!! 근데, 개가 좀 이상하다.

 

그렇다. 고라니이다.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갔는데도

정신없이 벼이삭을 먹던 녀석은

셔터소리에 놀라

논속으로 몸을 숨긴다.

논 사방을 뛰어다니던 녀석의 흔적은

벼의 물결로 나타난다.

얼마 전 뉴스에서 고라니와 멧돼지가 가을 곡식을 축낸다더니

실제로 보게될 줄이야.

 

재환이가 발견한 왕사마귀.

 

아들래미 어찌나 겁이 많은지

요 녀석을 발견하고 질러대는 비명소리에

내가 넘 놀라 간떨어지는 줄 알았다.

 

태인면에 도착.  백반을 시켰을 뿐인데...

전라도쪽으로 넘어오면서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반찬은 타도와 비교 불허

 

anyway, 발의 상태가 도를 넘어갔다.

발의 물집이 다시 부풀어 올라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

이제껏 여행하며 이정도로 물집이 심한건 처음이다.

여행을 하며 정해진 목적지까지 못 간적은 없었는데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더이상은 무리이다 싶어 오늘은 여기까지... 전라남도 정읍시 태안면까지

버스를 타고 정읍으로 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여행의 묘미는 삶은 달걀에 탄산음료

돌아오는 길!

여느때처럼 달걀 꾸러미와 탄산수를 들고

이번 여행의 이야기와 사진들을 둘러보며

아내와 딸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횟수가 거듭해 질수록

출발지까지 가야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회사일도 바빠져서 시간내기가 쉽지 않지만,

아들과의 약속이니

어떻게든 완성해야 한다.

이번 여행처럼 아빠때문에 여행을 그릇치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물집이 얼마나 심했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요넘때문에 고생해야 했다.

다음 여행은 아마도 가을의 끝자락이 될 것 같다.

아.... 신발부터 하나 사야겠다.

 

사랑한다. 내 아들아...

 

총이동거리 : 234KM

오늘이동거리:35KM

(5km버스로이동)

 

총도보수 : 407,824보

오늘의 총 도보수 : 53,078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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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1.10.22 23:01

    첫댓글 올봄에 10살난 아들래미와 시작한 국도종주 도보여행이 여덞번째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가을이 되었고 전라북도 정읍까지 내려왔네요. 최종 목적지는 국도 1호선의 시발지인 전라남도 목포입니다. 울 아들 재환이가 목포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 11.10.23 00:11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 작성자 11.10.23 09:34

    감사합니다. ^^

  • 11.10.23 19:34

    재환아~
    아주 멋진 아빠와의 여행 성공을 기원한다.
    건강하게 도보여행 성공 기원 한표 ~~~

  • 작성자 11.10.24 14:40

    감사합니다. 꼭 건강하게 완주 해야지요.^^

  • 11.11.26 01:35

    태인....거기에 한우요리 잘하는 산외마을..^^

  • 작성자 11.11.28 16:29

    낭만님 오랜만입니다. 저흰 태인에서 한우가 조금 섞인 백반을 먹었다는...ㅎㅎ

  • 11.12.26 13:38

    워...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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