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김남길 주연의 공포 스릴러 <클로젯>이 베일을 벗었다. 한국적인 색채가 가미된 오컬트 무비를 표방하며 판타지와 드라마까지 접목시키며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접목한 주제를 가지고 관객들을 맞이했다. 왜 벽장 문이 열리고, 아이가 사라지기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까 한다. 외진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부녀, 그리고 아이가 사라진 이후 찾아온 한 남자, 그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졌는지 들어가 볼까 한다.
클로젯(The Closet, 2020)
2020.02.05 개봉 예정
미스터리, 드라마 / 98분 / 15세 관람가
감독 : 김광빈
출연 : 하정우(상원), 김남길(경훈), 허율(이나)
끔찍했던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인해 담은 쌓은 딸 '이나(허율)'와 함께 시골의 외진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건축가 '상원(하정우)', 도착하는 첫날부터 오싹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대화조차 쉽지 않았던 딸 '이나'는 뭔가 이상스러운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를 키워줄 도우미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자신이 맡았던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 문제에 고민하게 된다. 평범하지 않은 딸과 아빠의 관계만큼이나 교통사고 잃은 아내에 대한 공황 증세와 함께 딸은 엄마를 잃은 슬픔으로 아빠에 대한 서운함과 외로움이 대립하는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치유를 위해 찾아온 새로운 보금자리인 그곳에서 딸이 사라져버리게 된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하고 방송을 통해 찾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딸의 흔적은 찾을 수 없게 된 한참 뒤에 '경훈(김남길)'이라는 의문의 남자가 그를 찾아오게 된다. 딸이 사라진 이유와 함께 사라지기 전에 보였던 이상한 행동에 대해서 알고 있는 그는 퇴마사라는 직업으로 비슷하게 사라진 아이들을 추적해온 인물이었다. 이후 '상원'과 '경훈'은 이나를 찾기 위한 일을 시작하는 한편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지지직거리는 비디오 화면 속 굿을 펼치는 장면이 등장하며 벌어지는 끔찍한 도입부를 시작으로 하우스 호러를 표방하며 한국적인 색채가 가미된 오컬트 장르의 맛을 보여준 김광빈 감독, 서양적인 장르의 도움을 빌어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소재들을 통해 벽장 속으로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인 '이계', 이계에 존재하는 요괴인 '어둑시니'라는 소재를 가지고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한 두 남자의 사투가 펼쳐지는데 꽤나 소름 돋게 만드는 장면들로 관객들을 긴장감 넘치는 스릴과 함께 공포감을 주는 시퀀스들로 채워준다. 오컬트 장르에서 등장하는 퇴마사의 등장과 더불어 무당이라는 소재를 통해 서양과 동양의 혼합적인 정서들을 교차하며 꽤나 흥미로운 장르적 재미를 선사해주는 연출이 만족스럽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다만 후반부에 펼쳐지는 가장 중심적인 소재와 장치들 그리고 주제가 펼쳐지는 과정이 다소 판타지적 형태로 흘러가는 장면은 장르적 재미가 다소 반감되는 효과로 비쳐졌다.
사라진 아이들은 바로 부모나 어른들로부터 학대와 폭행을 당하거나 방치된 아이들이었다. 이나를 데려간 악귀 또한 부모의 학대로 인해 악귀에 씐 존재로 이나는 여기서 방치에 속한 아이였다. 바쁜 직장 생활로 딸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아빠였던 그가 엄마의 죽음을 아빠의 탓으로 생각하며 멀어진 감정, 딸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아는 게 별로 없는 아빠의 모습 뒤에 그저 비싼 인형으로 그 거리를 좁히려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기까지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부정을 그려낸다. 물론 이런 정서와 주제가 영화의 후반부를 채워주며 드라마적인 요소로서 펼쳐지게 된다. 앞서 펼쳐졌던 오컬트적인 요소가 판타지적인 장르로 변화하며 영화의 주제를 펼쳐내는데 그 변화 과정이 생각보다 그리 매끄럽지가 못한 느낌을 받게 하는 부분은 가장 아쉽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하정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딸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메마른 느낌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사라진 딸을 찾으려는 모습보다는 기존의 '하정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밋밋한 절절함이 다소 드러나 보이지가 않았다. 죽을 수도 있는 '이계' 속으로 들어가 딸을 찾기 위한 모습이나 악귀의 혼령이 가진 한을 풀어주는 장치 또한 너무 가볍게 그려진 점도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왠지 퇴마사라는 직업이 어울릴 것만 같았던 '김남길'의 캐릭터는 나름 유쾌함을 갖게 하면서 하정우와 케미도 어느 정도 잘 맞아들어가는 것 같았다. 정체 모를 존재로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를 찾아온 능글능글한 모습으로 중간중간 유머도 보여주지만 확실히 퇴마의식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몫을 보여주는 연기를 선보이며 꽤나 흥미로운 이국적인 오컬트 장르의 재미를 보여주는 캐릭터를 보여준 것 같았다.
중반부까지는 나름 공포감을 선사해주는 장면들로 오싹함을 보여주며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후반부에서는 조금은 풀어진 느낌이 아쉬움을 더했던 <클로젯>, 아동학대라는 소재만큼이나 주제를 보여주기 위한 디테일함이 좀 더 살렸으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나름 한국적인 정서가 가미된 오컬트 장르만의 재미를 좀 더 강렬하게 그려낸 장면들로 후반부를 채웠으면 하는 아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공포 영화를 잘 못 보는 관객들의 눈에는 서늘한 오싹함과 공포감을 사뭇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올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