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반짝반짝 크리스마스트리축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배고프다.
옷은 못 사도 참고 지나가지만 배고픈 건 절대 못 참는다. 가자 밥 무로.
( 60년 전통의 맛! 18번완당집)
카페에서 만난 마음 좋은 친구 몬로님의 옛 추억을 따라 18번완당집을 찾았다.
남포동 이야기만 나오면 "아항 그 만두집! 종잇장처럼 얇시리한 그 만두!!" 라며,
부산을 떠 올리며 화들짝 반기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얇시리한 만두집으로 왔다.
(젊은이들이 많다)
젊은이들이 참 많이 왔네! 대학생들인가, 직장인들인가?
부럽네! 나는 저만한 나이에 뭘 먹으러 다닌다는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부모님들이 다 부자인가 봐, 부모님들이 수단이 좋아 돈을 잘 버는가봐?
옆에 있던 사람이 듣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저러지" 이런다.
그런가? 요즘 대학생들은 똑똑하여 벌기도 잘 벌고 쓰기도 잘 쓰네!
나도 학교 다닐 때 초등학생을 가르쳐 보았지만 별 넉넉지가 않던데?
(메뉴판)
완당 5,500원, 김초밥 3,000원, 소고기덮밥 6,000원, 모밀국수 5,500원
(완당)
완당집에 왔으니까 당연히 완당을 먹어야 되겠지,
이 집의 특기이며 60년 전통의 완당 한 그릇을 시켰다.
그런데 오늘은 만두 빚는 언니가 안 보인다.
섭섭해서 어쩌나? 만두 빚는 모습도 보여 줘야 하는데,
왜 안 보일까, 휴가 갔나? 일하는 아이를 불러 물어보았더니,
요즘은 17시 까지만 하고 일찍 마친단다. 늦게까지 안 한단다.
(18번 완당의 특기는 시원한 국물과 얇은 만두 피)
캬아~ 국물 맛은 옛날 그대로군! 만두피도 그대로고!
그런데 그릇이 좀 바뀐 것 같다. 먹어보니 양이 영 안 차.
하기야 물가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데 무슨 조치가 있어야지,
이 18번 완당은 국물이 시원하고 만두피가 아주 얇아 해장으로 먹었다.
한창 광복동이 흥할 때 새벽 2시부터 4시 사이에는 완전 바글바글 했었다.
만둣국 한 그릇 먹고 나면 배가 불룩, 퍽퍽한 속이 확 풀리면서 술이 깨었지,
내 마음이 허전하나?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싹싹 긁었는데도 포만감이 없네.
(이 호떡집은 오늘도 불났군)
완당 한 그릇으로 양이 안 차서 호떡집에 와서 줄을 섰다.
그러나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해서 그 옆에 집에서 사먹고 말았다.
역시, 손님이 붙지 않는 이유가 있었네, 속이 뜨끔뜨끔 맛이 별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볼거리를 만들어준 부산시가 참 고맙다.
우울했던 기분이 반짝거리는 화려한 불빛으로 달아나지 않았더냐,
오늘은 불빛으로 마감을 하고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