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이건 아마도 많은 부모와 자녀간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의미겠지요. 부모자식의 관계는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을 이루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 관계를 잘 성립한 사람은 안정감 있는 인간관계의 기본이 잡혀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잘 모릅니다. 부모들이 묘사하는 자녀와 실제의 자녀는 완벽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를 참 많이 목격합니다. 어떤 부모가 이렇게 말합니다. “제 아들은 게임 같은거는 안해요.” 하지만 실제로 만난 자녀는 이미 게임 중독 상태였습니다. 어떤 부모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제 딸은 이성관계에 서툴러서 참 걱정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딸은 이미 몇번째 남자친구가 바뀌었는지 셀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자녀를 잘 알아야 할 부모가 도대체 왜 자녀를 잘 모를까요?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자신이 바라는 자녀의 모습이 있고, 이것이 틀이 되어 자녀를 그 틀에 끼어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딴에는 삶을 통해 터득한 ‘옳은 사실’들을 자녀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네모를 강요합니다. 하지만 자녀들의 세대에는 그 네모가 옳지 않은 구시대의 답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들은 세모가 된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세모를 바라봐주지 않는 부모는 자녀들에게 매우 폭력적입니다. 제 몸을 깎아서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네모로 들어가라고 강요할테니까요. 20살 이전의 자녀와 부모의 관계는 절대 평등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죠. 그러니 자녀들은 눈물을 흘리며 부모의 폭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솝우화에 한 농부와 자녀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농부는 포도농장을 운영했는데 자녀들이 참 어리석고 게을렀습니다. 살아 생전에는 그나마 자녀들을 돌볼 수 있었던 농부가 죽음을 맞이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녀들의 삶이 참으로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숟가락 하나 마음대로 들 수 있는 힘도 없는 지금 그가 자녀들을 바꿀 수는 없었죠. 그래서 그는 살아생전 관찰한 자녀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그는 유언을 하기 위해 자녀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그리고 매우 단순하고 탐욕적인 유언을 했죠. “내가 죽는다면 포도밭을 파보거라. 그곳에 나의 모든 유산이 들어있다.”자녀들은 게을렀지만 유산에 대한 탐욕을 원동력으로 단순하게 땅을 팠습니다. 하지만 파고 또 판 땅에서는 아무런 보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농부가 자녀들을 속인 것일까요?
땅을 하도 파고 뒤짚은 덕에 포도밭의 토질이 비옥해졌고, 그 해 포도는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풍작이었습니다. 농부는 자녀들에게 한 번에 가질 수 있는 유산이 아닌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농장운영의 비법을 전수한 것입니다.
자녀가 만약 멍청하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아무리 자녀가 천재라고 떠들고 다녀봐야 부모도 자녀도 늘어나는 것은 상처뿐입니다. 더불어 자녀와의 사이 역시 한 없이 나빠지겠죠. 자녀는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엄마 아빠는 나를 몰라.”
이것이 불통의 시작입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멋대로 바라보는 존재를 누가 좋아할까요? 더군다나 부모는 멋대로 바라보는 관점을 강요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경우가 여러번 쌓이면 자녀는 결코 부모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됩니다. 자신을 보여봐야 돌아오는 반응은 네모속에 들어가라는 강요뿐일테니까요. 그렇게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숨어 버립니다. 한 집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모자식간에만 생겨나는 문제일까요? 서두에 말한 것처럼 부모자식 관계는 모든 관계의 원형입니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장 오래동안 이어지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관계는 평생에 걸쳐 강렬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있는 그대로 상대를 인정해주는 것은 모든 인간관계에 통용되는 지혜입니다.
우리의 선조에게 사랑한다는 것은 아낀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형제가 형제를, 부부가 서로, 동료가 동료를… 모든 관계속에서 그 사람을 아끼는 마음은 관계를 개선하는 소중한 보석입니다. 그리고 아낀다는 것은 마음에 드는 부분만을 아끼는 것이 아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까지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를 아껴주세요.
모든 존재는 자신을 사랑합니다. 물론 자신의 나쁜 점을 스스로 비판하고 혐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그 약점을 비판하고 트집잡으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심하면 그 사람을 적대하게 됩니다. 이것은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적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이 점을 주목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자신의 나쁜점조차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응원해준다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위로를 받는 것 같고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그 순간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아군을 만들고 싶다면 이 점을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모두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바라볼 때 가능해집니다. 누군가를 아낀다는 것은 망상을 버리고 그 사람에게 눈길을 주는 것일테니까요. 그를 아끼는 눈빛으로 관찰하는 것이 기본일테니까요. 그렇게 그 사람을 바라봐주고, 그 힘으로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발견할 때 진정한 관계는 시작됩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힘을 키우세요. 그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힘입니다. 이 눈을 가진다면 당신은 세상 어디를 가든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소중한 인간관계를 원하는 자신에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눈을 선물해주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