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짜뚜짝 시장
점심 먹고 짜뚜짝(Chatuchak)시장을 가기로 했었다. 짜뚜짝시장은 주말시장
이므로 일요일인 오늘이 지나면 갈 수가 없다. 그러니 오늘 가야한다. 그러
나 시간이 너무 이르다.
짜뚜작 시장은 세계최대의 주말시장이다. 면적이 4 만평이나 되고 27개 구획으로
나누어진 시장에는 15,000개의 점포가 들어 서 있고 하루 방문객이 30만 명에 달한
다고 한다. 미로처럼 배치된 상점에 서는 의류에서 식료품 공예품 군사장비 골동품
살아있는 동식물 등 이곳에서 팔지 않는 물건이 없는 그야말로 복잡하기 짝이 없는
시장이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나 모로코의 재래시장은 저리가라고 할 만큼
복잡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고 남대문시장보다도 취급상품이 다양한 시장이다.
<없는 물건이 없는 이 시장-군용장비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도 있다>
<시장이 하도 크고 넓다보니 이런 전동차를 타고 다니며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다>
패키지여행에서는 절대로 안내하지 않는 관광지이다. 그곳에서는 관광객의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부터 시장에 가서 마누라들을 풀어
놓을라치면 온전히 호텔까지 오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꾀를 낸다.
시장에 가기는 하되 마사지로 유인해서 시장에서 지내는 시간을 단축한다
는 것이다. “어이 어제 밤늦게 비행기 타고 온데다 점심 먹고 나니 좀 노곤
하지? 마사지 한 번 받아보지 않을래?” 마침 바로 옆에 Binkok이라는 깨끗
해 보이는 마사지집이 있다. “어이 타이마사지 1시간에 320Baht란다.”하고
유혹한다. 9,000원돈에 전신마사지 1시간이라니 일행들의 눈이 둥그레진다.
옳지 내 꾀에 넘어들 온다.
우르르 따라 들어온다. 마침 6명이 다 마사지를 받을 자리도 남아 있다.
마사지를 다 받고 나서 잘했다고 생각되면 30밧을 팁으로 주고 시원치 않으
면 20밧만 주라고 일러준다. 나란히 누워서 마사지를 받는다. 단장이 오늘
아침에 세대별로 자료를 두 가지 나누어 주었는데 그것은 이 일대를 돌아다
닐 때 필요한 카오산 일대의 시가지 지도와 마사지 할 때 필요한 태국어를
정리한 것이다.
예를 들면
짜까찌: 간지러워요
싸바이 싸바이:시원해요
아오낙:세게 해 주세요.
아오 바오바오:살살 해주세요
쨉마이:아파요 등이다.
마사지하는 여자가 시원치 않게 주무르면 “짜까찌 짜까찌” “아오낙”하면 배를 잡고
웃으면서 세게 해준다. 그러면 “싸바이 싸바이”하면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웃는다.
금세 우리 단원들과 마사지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접어든다.
종이에 적은 것이지만 마사지에 필요한 태국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마사지용어까지 프린트해서 나누어 주는 여행가이드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라. 마사지 끝나고 나서 팁을 얼마씩 주었는가 물으니 모두 30밧씩 주었다고 한다.
처음 받아보는 타이마사지에 아주 흠뻑 빠진 것 같다.
작전 성공!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이젠 짜뚜짝시장에 가도 되겠다.
마사지 집 앞에서 택시를 잡아서 짜뚜짝시장에 가자고 하니 200밧 내라고 한다.
사전조사로 이 근처에서 짜뚜짝까지 미터요금이 70~80밧 정도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에게 통할 이야기가 아니다.
"러이 밧"(100밧)이 라고 두세 번 우기니 결국 러이 밧에 가겠다고 한다.
여행 떠나기 전에 간단한 태국 말 몇 가지와 태국어 수자를 외워가지고 왔는데
택시요금 흥정할 때에 요긴하게 써먹는다.
택시기사에게 짜뚜짝 중앙시계탑으로 가라고 “Central Clock Tower"하니 안다고
하는데 그래도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종이에 시계탑모양을 그리고 시계바늘까지
그려 보여주니 알겠다고 하기에 김영길 부부와 우리 마누라 를 태워서 보냈다.
김명용 부부와 나는 큰 길에 나와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 았는데 이 택시기사는 별말
없이 미터요금대로 가겠다고 한다.
짜뚜짝시장을 가는 길에 위만맥 궁전 앞을 지나는데 무슨 행사가 있는지 길을 막아
놓고 차를 우회시키는 바람에 교통정체가 몹시 심하다. 방콕의 택시는 거리 시간 병
산제의 요금을 택하고 있어 정체로 인하여 요금이 많이 나와서 시장에 도착하니 100
밧이 약간 넘는 요금이 나왔기에 120밧을 주고 내렸다.
우리가 택시에서 내린 지점에서 사진으로 보던 중앙시계탑이 바로 보이는데 앞서
떠나간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세 명이 주위를 나누어 찾아도 안 보인다. 이 복잡한
곳에서 세 명이라도 서로 떨어지면 찾을 길이 없을 것 같아 흩어지지 않도록 당부하
고 영길에게 전화를 한다.
여기서 전화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자. 한국의 휴대전화를 로밍해 가지고 가자는 이
야기가 나왔었다. 여행 중에 한국에 전화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지만 일행이 여섯 명
이나 되니 택시를 타는 경우 같은 때에 아무래도 두 팀으로 나뉘게 될 때가 적지 않을
것이니 서로간의 연락을 위하여 전화가 있긴 해야 하는데 로밍 전화를 두 대 갖고 가
면 서로 인접해 있는 경우라도 로밍전화간의 통화는 한국을 매개로 한 국제전화가
되어 전화요금이 엄청나게 나올 것이다. 어찌할 것이냐.
인터넷의 정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 아이디어 좋은 사람이 태국의 휴대전화
를 갖다가 인천공항에서 대여해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임차료도 비싸지가 않다. 우리의 경우 3주일간 빌리는데 전화 1대에 22,000원.
(하 루 천원 꼴이다.)전화요금은 태국의 “세븐 일레븐” 같은 편의점 어디에서나 파는
0ne Two Call Card를 사서 충전하면 되는데 우리의 경우 3주일동안 300밧
(9,000원)의 카드로 통신 문제를 해결하였다.
우리는 이런 전화 2대를 빌렸다. 미리 예약을 하면 우리가 가지고 갈 전화의 번호를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면 한국의 가족이나 친지에게 태국에서의 연락처를 미
리 알려주고 떠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빌린 태국의 휴대전화는 이런 때에 최대의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마치 등산할 때에 선두 후미사이의 교신용 워키토키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영길에게 전화를 한다. 벨소리가 나니 영길이가 받는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니 어디 있나?" "여기 시장근처에 왔는데 시계탑은 안 보이고 천정에 시계가 달려
있는데 택시기사가 그걸 가리키며 다 왔다케서 내렸다.” 하이고 걱정스러워라. 어떻
게 해야 두 팀이 합류할까? 몇 번의 전화통 화를 하고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영길네
팀이 중앙시계탑으로 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
영길이의 무용담. 그들이 타고 온 차도 길이 막혀서 많이 정체가 되었단다.
택시기사가 차를 돌리더니 고가 차도를 달려오더란다. 고가차도는 유료도로 이다.
미터요금이 104밧이 나왔는데 택시기사가 140밧 내라고 하더란다. 우리의 CFO가
누구인가. 100밧으로 약속하고 왔으니 더는 못주겠다고 우겼단다. 택시기사와 옥신
각신하니 경찰관까지 왔는데 택시기사와 우리 CFO가 서로 말은 안 통하는데
자기주장만 떠들어대다가 결국 택시기사가 포기하고 100밧 만 받고 갔단다.
우리의 CFO는 방콕에서 택시미터요금까지 깎은 사나이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 택시기사가 140밧 달라고 한 것은 요금을 더 달란 것이 아니라 유료도로의 통행
료를 달라는 것이었을 텐데 우리의 CFO가 인정사정없이 최초의 약속만을 내세워 묵
살해 버린 것이었다.
와! 대단한 우리의 CFO! 우리 팀의 재정에 적자가 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모처럼 합쳐지긴 했는데 6명이 뭉쳐 다니며 시장구경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 시장의 통로는 폭이 1.5m밖에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미로처럼 얽힌 시장에서
헤어지면 또 사람 찾느라고 정신없게 될 것이다. 단원들에게 부탁한다.
다니다가 2시간 뒤에 다시 중앙시계탑 에서 만나기로 하자.
짜뚜짝시장은 정말 재미있는 시장이다. 시장 안에 오가는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보다
는 시장 구경하러 온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없는 물건이 없다더니 별의 별 물건을
다 판다. 교차길 근처에는 옛날 한국에도 있던 즉석에서 얼려주는 아이스케키를 파
는 노점상도 많다. 대부분은 소년들이 하고 있다.
시장이 하도 넓고 복잡하니 아예 시장에서 운영하는 전동차를 타고 다니며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시장은 엄청나게 복잡하지만 나름대로 구역을 나누어 특화한 상
품을 팔고 있는 것 같다. 인포메이션부스도 있어 시장의 배치도를 나누어 주기도 한
다. 이 시장의 물건가격은 아주 저렴하여 액세서 리나 인테리어 소품 같은 것들은 한
국 시세의 10분의 1정도로 싼 것도 있으며 기념품들도 배낭여행자의 천국인 카오산
로드보다 싸다고 한다.
정확히 2시간 후 중앙시계탑 앞에 다들 모였다. 한 번의 이산을 경험한 일행들은
또다시 이산가족이 되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확실히 보인다.
CEO의 부인 장금자 여사는 그 와중에도 옷가게에서 CEO가 입을 타이 실크 티셔츠
를 몇 벌 샀다. 아주 싸게 샀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CFO가 자기 부인을 바라보며 “니
는 뭐했노?”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중앙시계탑을 떠나 택시를 타기 위하여 큰 길로 나온다. 나오는 통로 길도 혼잡하긴
마찬가지이다. 이 복잡한 곳에서 돈을 찾는 사람들이 현금인출기 (ATM) 앞에 기다
란 줄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일행과 함께 큰 길에 나왔는데 단장 마누라가 안 보인다. 시장 끝에까지 잘 따라 왔는
데 또 어느 가게에 눈이 팔려 잠시 들어갔는가 보다. 일행들보고 한 곳에 모여 있으라
하고 허겁지겁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서구문화탐사 때에 우리 단원들에게 확실히
알려둔 철칙이 있다.「이동 중에 일행과 떨어 졌을 경우에는 일행을 찾으러 다니지
말고 최종적으로 헤어진 지점에 꼼짝 말고 있어라.」다행히 마누라도 이를 잊지 않
고 일행을 놓진 지점에서 기다 리고 있었다. 잠깐 동안의 이산이지만 남편과 재회하
며 눈물을 글썽인다.
호텔을 나설 때 호텔의 주소가 태국어로도 적혀있는 명함을 일행전부에게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택시기사에게 명함을 보여주니 군말 없이 미터요금 으로 가겠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은 교통정체도 풀려 어렵지 않게 호텔에 도착하였다. 택시 두 대가
별 시간차 없이 도착하였다. 택시요금도 80밧 전후 밖에 안 나왔다. CFO가 잔돈을
택시기사에게 팁으로 주는 여유도 부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