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22회
진철은 무슨 말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서 수정에게 말을 건네자 수정이도 고개를 들어 망자의 사진을
자세히 바라본다.
“그렇네, 오빠 이빨이 참 예쁘네,”
조금 젖은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러는 모습을 한경이 보더니 그도 빈소로 들어왔다. 그리고
“참! 내일 장례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랬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직 수한이의 장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별것 있나요. 아침 일곱 시에 발인해서 벽제 화장장에서 화장하고 강에 뿌려드려야지요.”
수찬이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우리가 도울 것은 없나?”
한경이 묻는데
“아! 오빠 집에 가서 오빠 짐을 정리하야 하는데”
하며 수정이가 생각난 듯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깜빡한 것이다. 수한이의 집에 가서 그의 물건 중에 함께 태워야 할 옷가지들은 챙겨야
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생각난 게 다행이네,”
“그러게, 그럼 빈소에는 수찬이가 있고 수정이는 우리와 함께 다녀오는 것이 좋겠는데”
한경이 우리라는 말은 진철을 지칭하는 말인 것을 진철은 느끼면서
“그래! 그러자 구, 생각난 김에 다녀오자 구.”
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한경과 수정이도 일어선다.
12
수한이의 집, 진상리까지는 채 이십 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였고, 그들은 곧 수한이의 집에 도착했다.
열려진 사립문, 텅 빈 공간이 되어버린 작은 마당, 마당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화단, 그곳에는
잡초만 우글거리고 있었다. 언제 마당을 청소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당은 온갖 나부랭이들이
허접하게 늘어져 있었고, 부엌문도 열려 있었으며 한 칸 방문도 활짝 열려있는 상태였다. 쪽마루 앞에서
마루를 내려다보니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아마 어제 수한이의 시신을 옮기기 위해 사람
들이 신을 신은 채로 드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방 안도 어지러웠다. 아랫목에 요가 깔려 있었다.
아마 수한이가 약을 먹고 저 자리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윗목의 작은 서랍장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고 서랍장 옆에 작은 탁자와 탁자 위에 티브이가 놓여
있었는데, 아주 오래 된 티브이였다.
벽에 못을 치고 옷을 걸어 놓았는데 윗도리 두 개와 바지 두 개가 걸려 있을 뿐이다.
한 쪽 벽에 사진이 걸려있는 것이 보였다.
두 장의 사진 중 하나는 수한이의 부모 사진이었고,
한 장은 수찬이와 수정이와 셋이서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들 온 가족의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일부러 걸지 않았거나 온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었거나 그랬을 것이다.
방 안을 살펴보던 수정이가 방바닥에 털퍼덕 주저앉더니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치며 울기 시작했다.
“오빠!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살았어!”
진철도 방 안을 두루 살피면서 그 녀석을 다시 생각했다. 어떻게 살았을까? 무엇을 먹었을까?
혼자 잠자리에 누우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