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정세연의 음식처방] 운동 전에 피해야 할 음식 4가지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입력 2023-04-04 03:00업데이트 2023-04-04 08:51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근육량이 적거나 운동 강도가 높다면 운동 시작 1, 2시간 전에 간단하게라도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운동 전에 먹으면 안 좋은 음식들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첫째는 고구마다. 밥 대신 찐 고구마로 요기를 하고 운동하는 경우를 보면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다. 고구마를 먹고 나면 생목이 오르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고구마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해 고구마와 위액이 잘 섞이지 못하고 같이 역류하기 때문이다. 고구마는 그만큼 섬유질이 많고 소화가 만만치 않은 음식이라, 운동 전에 먹게 되면 역류성 식도염에 걸릴 위험이 있다. 운동 전에는 감자가 더 좋은 대안이 된다. 감자는 고구마보다 수분 함량이 훨씬 높고 소화해야 할 탄수화물 양은 적기 때문이다. 감자 100g당 수분이 70∼90% 들어 있고 같은 무게 대비 탄수화물은 고구마의 절반 정도로 부담이 덜하다.
두 번째는 우유다. 우유는 지방 함량이 높아서 소화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유 단백질의 80%를 이루는 카제인이라는 단백질의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카제인은 산과 만나면 응집되는 특성이 있어 위산을 만나면 소화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따라서 우유보다는 두유가, 두유보다는 오트밀크, 아몬드밀크 같은 대체 우유가 부담이 덜하다.
세 번째는 현미밥이다. 현미밥은 흰쌀밥보다 혈당지수가 훨씬 낮다.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하기 때문에 그만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당뇨, 고지혈증 관리에도 좋다. 그런데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는 얘기는 탄수화물이 분해돼 포도당이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운동 전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운동하기 2∼4시간 전에 식사할 수 있다면 현미밥을 먹고, 그보다 더 촉박하게 1시간 전에 밥을 먹어야 한다면 간단한 죽이나 미숫가루를 먹는 것이 좋다.
마지막은 샐러드다. 필자도 샐러드를 매일 먹지만 운동하기 전에는 먹지 않는다. 샐러드처럼 섬유질이 풍부한 데다 익히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음식은 소화가 굉장히 더디다. 게다가 샐러드는 주로 차게 먹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주재료인 채소들은 차가운 성질이 많아서 소화가 잘되려면 위장에 혈액 공급이 충분히 돼야 한다. 그런데 운동할 때는 혈류가 근육으로 다 가버려 위장은 냉해지기 쉽다. 그러면 갑자기 배탈이 나게 된다. 운동 전에는 채소를 살짝 쪄서 갈아 만든 채소주스에 꿀을 넣어서 먹는 것이 좋다.
여름을 앞두고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운동 전 위에 부담이 가지 않는 음식을 챙겨 먹어 운동 효과를 높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