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갑판장에게 무슨 닭요리를 먹고싶냐' 묻는다면 그 첫번째는 옻오골계탕입니다. 쌉싸름하면서고 구수한 옻향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거무튀튀한 빛깔의 옻오골계탕이야말로 갑판장이 으뜸으로 꼽는 닭요리입니다. 욕심을 부려 옻오골계탕을 본격적으로 먹기에 앞서 에피타이저로 옻개수육도 한 접시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옥쟁반의 옥구슬이요, 금상첨화지 싶습니다만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를 수도 있으니 그냥 옻오골계탕에 부추나 듬뿍 넣어 먹을랍니다. 남은 국물에 찹쌀누룽지를 넣어 죽을 쑤어 먹어도 좋습니다.
평소 오락으로 음주담소(飮酒談笑)를 즐기는 갑판장인지라 풍성한 건더기와 더불어 개운한 국물을 안주삼아 반주를 걸친 후에 곡기를 보충하는 것을 무척 선호합니다. 인위적인 조리과정을 통해 한껏 과장된 맛보다는 각각의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잘 보존할 수 있는 조리법을, 또 담담한듯 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요리를 선호합니다. 단맛, 신맛, 짠맛 보다는 쓴맛이나 쌉싸름한 맛을 선호합니다. 옻오골계탕은 이런 갑판장의 식성과 취향에 부합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옻오골계탕(사진의 출처는 지운아빠의 블로그입니다.)
암만 갑판장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선장님표 옻오골계탕은 흔하게 접하기 힘든 음식이기도 하거니와 고기가 국물에 담긴 탕국류의 음식을 그닥 탐탁치 않게 여기는 아내의 정성과 손맛이 더해져야 비로서 완성되는 음식인지라 갑판장도 맛보기가 무지무지무지무지 힘듭니다. 딸아이 역시 지 엄마를 빼닮아 옻닭이나 백숙, 삼계탕보다는 기름에 바싹 튀긴 후라이드치킨이나 양념치킨 따위를 더 좋아하니 갑판장은 하염없이 시큰달큰한 통닭무나 씹을 수밖에요.
짭쪼름을 넘어 짜겁고, 고소함을 넘어 기름이 느글느글 뿜어져 나오는 튀긴닭보다는 구운닭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갑판장이 지금 먹고 싶은 닭요리' 그 두번째는 닭숯불구이로 하겠습니다. 단, 맛나게 잘 구운 닭일 경우에 한해서 입니다. 딱 생각나는 맛있는 닭구이를 꼽자면 일본의 닭꼬치인 야끼도리입니다만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맛있는 야끼도리야를 찾기도 힘들 뿐더러 설사 어렵게 찾았다 해도 호락호락 방문을 하게 되질 않습니다. 밤까지 일하고 익일 새벽에 수산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야 하는 갑판장의 생활패턴으론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이 아니라면 방문하기가 일단 곤란합니다. 그 대신 낮에는 시간을 좀 내볼 수가 있는데 대개의 야끼도리야는 오후 5시 이후에나 문을 열기에 낮 동안 원정을 다닐 수도 없습니다.
야끼도리(그냥 참고만 하시라고요.)
맛있는 야끼도리야는 한국(혹은 서울)에서 찾기도 힘들뿐더러 한국식 구이집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소량고가(少量高價)의 정책을 시전하기에 손님의 입장에서도 좀 더 섬세한 시선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과연 그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고백하건데 갑판장이 강구막회에서 일을 하기 전,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한창 고민을 하던 시절에 야끼도리야에 대해서 한 1년간 심각하게 궁리를 했었습니다.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 사방팔방으로 소문난 야끼도리야를 샅샅히 찾아 다녔었습니다. 그러던 중 급기야 일본(그래봤자 토쿄로 한정되지만)의 야끼도리야까지 둘러 봤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그 당시의)결론은 '한국과 일본은 사정이 달라 내가 원하는 닭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구나.'였습니다. 품종과 사육지역, 사육방법, 도계일자 등을 까다롭게 지정하여 구하기를 원했었는데 호락호락 하질 않았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야끼도리야를 찾긴 합니다만 한국에선 그닥 만족스럽게 먹은 기억이 드믑니다. 갑판장이 한국에서 으뜸으로 꼽는 야끼도리...가 아니고 닭구이는 작년 여름휴가 때(2013년 8월) 전라남도 화순의 O.K사슴목장이란 곳에서 맛본 것 입니다. 이런 산골짜기에 과연 닭참숯불구이를 파는 집이 있을까 싶을 만큼 험난한 길을 따라 꼬불꼬불 올라 가야 겨우 끄트머리에서 나오는 목장인데 한켠에 식당을 차려놓고 닭, 오리, 돼지, 양, 염소, 사슴 등의 고기를 팔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부터 닭내가 노골적으로 풍기기도 하고, 또 어릴 적 추억속의 시장닭집에서 드럼통처럼 생긴 닭털 뽑는 기계에 닭을 통째로 넣고 돌리는 것 마냥 텅텅텅텅....털털털털ㄹㄹㄹㄹ~거리는 소리가 환청인듯 환청 아닌 진짜로 들립니다.(암튼 갑판장은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O.K사슴목장/화순군, 전라남도
갑판장이 방문했을 때는 한여름이라 높은 곳에 있어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좋은 마루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풍경 속에 풀을 뜯고 있는 사슴도 몇 마리 보이더군요.
O.K사슴목장의 메뉴판(2013년 8월초 기준)/화순군, 전라남도
닭참숯불구이(4만9천원)의 가격이 예상보다 비싼 것으로 보아 양이 많을 것으로 예상 되는 바, 반 마리(3만원)를 주문하려 했으나 시장이 반찬이라며 한 마리를 외치는 좀비스런 아내와 딸아이를 끝내 외면하질 못했습니다....갑판장의 예상이 맞았고 결국 셋이서 반도 못먹고 남겼다는 술 푼 소문만 무성합니다만...그리하여 갑판장네 가족은 잘 먹고 잘 살았다는.....전설따라 삼천리.......흙..절대 맛이 없어서 남긴 것이 아니라 양이 많아서 남긴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주지시켜 드립니다.
O.K사슴목장에서 닭참숯불구이를 주문하면
신선한 근위(모래집, 일명 똥집)와 가슴살은 날(생회)로,
나머지 살부위는 참숯불소금구이로,
마무리 식사로는 닭(뼈)을 푹 곤 국물로 쑨 녹두죽이 나옵니다.
다른 말씀은 다 부질없고 닭고기 자체가 다릅니다. 결도 맛도 냄새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 수...두 수...음....암튼 맛있습니다. 양념이고 소스고 간에 다 쓸데없는 짓이고 소금으로 간만 맞추고 강렬한 숯불위에서 잘 굽기만 하면 아주 그냥 쥑입니다. 닭껍질을 혐오하던 아내가 닭껍질을 더 내놓으라고 앙탈을 부릴 정도였다고나 할까...북채, 사이살, 닭봉, 날개 심지어는 퍽퍽살까지 졸깃하니 맛있게 씹힙니다. 이것 때문에 화순까지 다녀오라고 권하진 않겠습니다만 그 근처로 가실 계획이라면, 닭고기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드셔보시길 권하겠습니다. (돼지갈비는 담양의 승일식당!!!!!)
아참! 남도지방에선 닭의 가슴살이나 발, 근위를 생회로 먹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쪽으로 가신다면 한 번 드셔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만 생회라고 해서 생선회 마냥 시원할 것이라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닭의 체온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강촌숯불닭갈비/구로구(신도림역 부근), 서울
옻오골계도 맛나고, 야끼도리도 맛나고,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닭참숯불구이가 아무리 맛나면 뭣합니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닭요리인 것을....서울하고도 금천구 가산동의 후미진 골목에 자리 잡은 강구막회에서 일을 하는 갑판장이 뻔질나게까지는 아니라도 가끔씩 기분좋게 들리는 숯불닭갈비집의 닭갈비(라 씌여 있지만 사실은 닭다리)를 '갑판장이 지금 먹고싶은' 그 세번째 닭요리로 정할랍니다.
지지난 번에 숯불구이가 맛있는 이유에 대해 언급을 했었으니 여기서는 그 이야긴 생략하겠습니다.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닭고기도 질 좋은 숯불로 잘 구우면 참 맛있습니다. 강구막회에서 약 3.5km쯤 떨어진 신도림역세권에 자리잡은 강촌숯불닭갈비가 나름 그 조건에 부합합니다. 상기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숯불의 질이 양호하고, 대개의 숯불구이닭갈비집이 그렇듯이 (대중적인 선호도가 높은)닭다리 부위를 뼈채 포를 떠서 돼지나 소의 갈비부위를 포 뜬 형태마냥 흉내내어 닭갈비라는 메뉴명으로 팔고 있습니다. 까칠한 갑판장이 이를 콕 찝고 싶습니다만 계륵(鷄肋)이라는 단어가 본시 닭의 갈비를 뜻하기는 하나 버리기에는 아까우나 그다지 쓸모가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통용되는 것처럼 진짜 닭갈비는 발라먹을 살이 별로 없는 비인기 부위입니다. 70~80년대의 포장마차의 인기메뉴였던 뼈째 잘게 조자서 연탄불에 구워주던 닭발(갑판장이 소시적에 참 좋아했던 메뉴인데 요즘은 통 볼 수가 없어 무지 안타깝습니다.) 마냥 조리를 해주면 모를까 후라이드치킨을 먹을 때도 맨 나중까지 남아있기 것이 닭갈비입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닭다리를 닭갈비라 파는 행태에 대해 잠시 눈을 감겠습니다.
포를 뜬 닭갈비에 고추장양념을 덧발라 달콤맵콤하지만 과하지 않기에 갑판장은 이 집의 닭갈비라면 잘 먹습니다. 국내산 닭갈비 3대(1인분)에 1만원(2014년 10월말 기준)을 받으니 가격도 착한편입니다. 항상 그러는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갑판장이 갔을 경우에는 쥔장이나 직원이 늘 자리에 와서 직접 구워주니 대접을 받는 기분도 들고 굽는 스킬도 만족스럽습니다. 게다가 강구막회보다 훨씬 늦은 시각까지 영업을 하기에 강구막회의 영업을 마친 야심한 밤(22시 30분 이후)에 가도 느긋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야심한 밤, 갑판장이 아내와 함께 가산동에서 굳이 택시를 타면서까지 신도림역세권에 있는 강촌숯불닭갈비로 찾아가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 인근에 갑판장과 아내의 친구인 하모씨와 파출변여사 내외가 살고(라고 쓰고 '항시 대기중'이라고 읽음)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맛난 음식, 좋은 술이라도 공유할 벗이 없다면 무슨 맛으로 먹고 마시겠습까. '어디'와 '무엇'보다 '누구'와 '어떻게'를 중하게 생각하는 갑판장입니다. 외국의 유명한 쓰리스타 레스토랑에서 진수성찬을 먹는다 한들 혼자라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갑판장이라면 차라리 동네 선술집에서 친구와 재밌게 놀고, 먹겠습니다. 그 친구가 바로 하모씨와 파출변여사입니다. 강구막회에서 불과 4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항시 대기중인 흥이 많은 부부라나 뭐라나...
<갑판장>
& 덧붙이는 사진 :
첫댓글 닭회가 또 입맛을 다시게 만들구먼...
거참, 맛나 보이네.
허허...
시골에서 지내기가 적적할텐데 말이지..
함 가보도록하겠습니다
그러시구랴
@강구호 갑판장 덕분에 잘먹고 왔네
@편안한나날 근처에 구씨네맥주집이라고 에일생맥주 마실만한 곳도 있는디..
@강구호 갑판장 애 데리고 가서리! 다음에 콜!
@편안한나날 연이 닿으면 고 동네서 볼 수도 있겠구만요. ㅎ~~
형님. 엠프입니다 건강하신지요.
오! 오랜만...뭐 해 먹고 사는지..
잘살지.
흐흐. 외근직 작년에 끝내고 내근직 된지 오늘로 11개월이네요. 회사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데 못뵙네요. 조만간 조촐하게 찾아 뵐게요.
오늘 혼자 방문하는 친구와 함께요. ;ㅁ; 덩치큰 훈남이 혼자 가서 먹는다네여.
아! 그 양반이 엠프친구였구나..
나름 먹고마시는 커뮤니티을 운영하는지라 흐. 게을러서 안부를 못여쭙다가 여기다 인사드린게 더 민망하네요 ㅠㅠ
지금 온 친구한테 아는척 했구만..
페북에 위치정보는 있는데 페이지는 안보이네요. 굳이 번거로우실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ㅎㅎ
페북은 내가 안해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