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은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이란 책에서 어느 날 경제학 용어를 떠올리다 깜짝 놀란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수요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수요곡선의 추상적 수치와 그래프가 떠오르더랍니다. 또 공급이라는 말에서는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애쓰는 농부의 땀방울이 아니라 경제학 논리와 공식이 떠오르다라는 겁니다.
선생은 깜짝 놀라 자신이 아는 지식이 모두 창백한 회색 지식인의 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사람이 사라진 논리만의 세계에 있으면서 사람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이는 허구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후 선생은 회색 지식인에서 피가 통하는 따뜻한 지식인이 되고자 애썼다고 합니다.
실업 하면 좌절한 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실업자의 눈동자를 떠올렸습니다. 그것이 신영복 선생의 인생을 전환시킨 힘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은 새로운 시선 하나였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중심이며 최종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서원|샘터|『말과 마음』에서
우리는 한반도 통일의 대 전환적인 시점에서 톰피터슨의 해방론 세계의 경제론이 아닌 우리 고유의 미학으로 세계를 리드해야 하지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