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촌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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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표시되는거라곤 철길과 찻길 물길밖에 없는 한산한 모습...
갈촌역 가는길은 걸어갔네요. 전날밤, 피곤을 무릎쓰고... 다음날에 오늘처럼 피곤하지 않을라면 어케 해야하는가? 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철길은 열차타고 간다!
아,
정석이죠잉~ 근데, 이 지역은 하루에 6편밖에 다니지 않는 한갖진 동네... 둘쨋날의 목표는 하동까지의 각역답사인데,
답사해야하는 역은 총 14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상당수는 열차가 서지 않는 무인역들인지라,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한
정차역과 다음 정차역 사이에 무정차역이 없는 구간이어야 하고... 그나마도 열차시간이 맞아야 사용이 가능하다는, 은근히 어려운
조건들을 맞춰야 하더라구요. 결과적으로 이 날 열차를 예정대로 이용한 것은 첫 구간이라 당연직인 반성 - 진성을 제외하고는, 이
다음에 탑승하게 될 갈촌 - 남문산 구간 두 곳 밖에 되지 않았네요. 물론 막판에 양보 - 하동간을 열차로 지나갔지만, 그건
조난(^^)당한 상태에서, 횡천역을 패스해가며 어거지로 지나간 것인지라 예정내라 할 수는 없고...
첫 구간인
반성에서 진성은 9시 2분차를 타고 9시 8분에 도착하면 됩니다. 문제는 다음차가 오는 간격이 이 구간에서는 무척이나 짧은 간격인
한 시간! 겨우 한 시간즈음만인 10시 18분에 갈촌역에 다음차가 오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하려면 그냥 주저앉아 기다렸다 타면
됩니다만... 문제는 아무리 한 여름이라지만 해가 떠있는 시간은, 하지에서 불과 4일이 지난 이 날도 15시간이 채 안되고...
15시간이라지만 해가 뜨는 6시부터 활동하는게 아니고 9시에나 눈뜨고 일어나는 상황인지라 실제로는 12시간 이내... 그
12시간동안 14곳의 역을 답사해야하는데 그 중에 상당수는 걸어야 한다면, 한 역에서 한 시간을 죽때린다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일이거든요.
그렇기에 어떻게 방법이 없나... 했더니 위 지도에서 보시듯이 진성에서 갈촌까지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
3.6킬로미터! 진성역 답사를 잽싸게 마치고 재빨리 갈촌역까지 걸어간다음 갈촌역을 둘러보고 때맞춰 오는 열차를 타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에, 진성에서 갈촌까지는 걸어갈 생각을 했던 것이죠. 다만, 지도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걷는 것은 또 다른 것이기에,
이게 시간내에 닿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이미 말했듯이 까짓거 놓치면 마는거죠 뭐~ 그런 생각으로, 진성에서
갈촌으로 또 한번 발걸음을 옮겨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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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역 굴다리를 나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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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촌으로 가는 길이 뻗어 있...다가 '험준한 고산준령'에 가로막힙니다. 이미 한니발이 되어 한번 알프스같은 억시령을 넘었지만
이번엔 나폴레옹이 되어 한번 더 넘어야 할 거 같은 이 기분...-- 과연 한 시간내에 갈촌레이드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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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똑딱이의 15배줌을 이빠이 땡겨 바라본 모습. 별 거 아닌거 같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가야하는 입장에선 맥이 타아~~~~~악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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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하늘이 좋습니다. 내 마음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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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이 좋네요. 다만 전망이 좋다는 것은 꽤 높다는 이야기... 아이고 다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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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산읍이 보입니다. 드디어 다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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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개뿔...-- 뭐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야 있겠습니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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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줄기와 철길과 찻길이 나란히 뻗어 있습니다. 이곳에선 철길도 자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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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단 말이죠.(철덕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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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열차가 달려옵니다. 줌을 떙기면 화질이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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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니 순천발 삼랑진경유 서울행 무궁화호 제 1272열차입니다. 바로 다음다음날 제가 타고, 장장 8시간 16분동안 서울을 향해 몸을 맡길 그 열차지요. 내일모레는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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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가 털털털털~
태워달랄 숫기는 커녕, 정면샷을 찍을 배짱조차도 없어서 눈치만 슬쩍 보다가 지나간 다음 뒷모습만
도촬합니다. 어르신들은 너그러우실거라 믿는데, 제가 편협해서 말이죠... 힝...-- 제가 인간적인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저
할매의 맞은편에 앉아서 시골 어르신들 이야기도 듣고 제가 여행하면서 본 것도 이야기하면서 잠시나마 좋은 인연을 맺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러한 스스로의 야박함을 그리 쉽게 어쩔 수 있다면 고민같은거 왜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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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는 저보다 그렇게 빠르지도 않습니다. 제가 초조한 마음에 최대한 빨리 걷고 있어서기도 하지만... 그렇게 시골길에서, 저 혼자만의 숨막히는 레이스! 를 펼치다보니 갈래길이 나옵니다. 오른쪽의 문산을 향해 틀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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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랫길 사이에는 마을도 있고 숲도 있고 논도 있고... 자연의 틈새를 인간이 비집고 들어와사는 모습입니다만, 제가 인간이라 그런지 너무나도 '자연스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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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촌역 가는 길에 들어서니 마을이 보입니다. 송정마을이라는데... 송정이란 지명이 한국에 몇군데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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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너머로 보이는 집은 되게 깔끔하고 새것스러운데... 대문이 엄청 낡은것도 낡은 것이거니와, 그 양식? 이랄까? 그런 것이
엄청 오래되고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그런 모습입니다. 마치 일제시대 형무소 문같은 느낌이... 언밸런스함이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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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마을의 핵심시설들이 한눈에 보이는 모습. 마을회관과 버스정거장이 있습니다. 물론 마을회관문은 잠겨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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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듯이 대문을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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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촌역이 가까워옵니다. 레이드는 무난히 성공할 거 같군요. 근데 탁 트인 지형인데도 역 같은건 안보이는데? 저기 수풀더미가 하나 보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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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의 고장의 위엄.JPG
논농사를 하는 와중에도 비는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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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목적지가 있는게 아니라면 어디까지고 하염없이 뻗은 길을 마냥 걸어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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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의 그 수풀더미가 역시 갈촌역이었던 모양입니다. 작은, 숲아닌 숲 사이로 빼꼼 역 건물이 내다봅니다. 할매 한 분이 그 앞에서 걸음을 쉬시는 모습... 시골 사진이라면 너무 뻔한 구도라고 욕먹을거 같은 사진이네요.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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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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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탁 트인 평지에 다 논인데, 그 한가운데 역하나 서 있고 거기만 수풀로 둘러쌓여 있는게, 무슨 꼬꼬마들 비밀기지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저는 어렸을때 그런 비밀기지 놀이하고 놀 친구 같은거 없었기에, 20세기 소년 보면서도 감정이입이 덜
되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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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갈촌역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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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뭔가 할 말을 잃게 하는... 좀 더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모습을 잡았어야 한다는 생각을 떠나고 나서야
했습니다... 하긴 곧 열차가 올 시간이 되었기도 하지만... 이 길의 역들은 정말 하나하나 다들 자기만의 멋스러움들을 품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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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을 돌아들어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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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고도기준표가 있습니다. 이 곳은 해발 57미터. 즈이 집하고 비슷한 해발고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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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내부의 모습. 이 곳의 역들은 상주근무자가 없기에, 사진에서 보시듯이 거점 역들(진주역같은...)에서 근무하는 정비반원분들이
이렇게 매일 정기적으로 무인역들을 돌아다니면서 점검을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몇시간에 한대씩 오는 열차를 타고 다시 본근무지로
돌아가는... 일종의 외근이라면 외근인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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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타세요. 두번 타세요.
값도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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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역 사용요령이야 다 같은 내용이지만... 공고자는 반성역장입니다. 이 역은 반성역 역무원분들이 관리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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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으로 올라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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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이 나부끼지 않는 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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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밖에서 찍으면 숲때문에 전모를 잡을 수 없어서 안에서 찍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찍어도 거의 전체가 다 들어오는 아담한 갈촌역.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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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일대는 대개 지세가 험하고 선형이 굽이가 심하기에... 이렇게 죽 뻗은 철길을 찍을 기회는 별로 없었네요. 마음껏 달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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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승강장은 비교적 큰 편인거 같네요. 주변 지형이 평탄해서 역 부지를 넓게 쓸 수 있어서 그런건지도... 저 멀리는 화물을 부릴만한 고상홈 같은 것? 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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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나무들 아래 키 작은 갈촌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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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사이에 포근히 안겨있는 듯해 보고 있는 제 마음이 외려 편안해지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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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의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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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머리 참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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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촌의 행선판은 하얗네요. 파란색, 검은색, 하얀색... 가지각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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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촌역과 인근 삼림지대를 찍고 있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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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제가 탈 열차가 달려옵니다. 15배 줌으로 찍을때마다 싸구려 똑딱이는 헐떡헐떡 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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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가급적 줌 안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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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촌역을 뒤로하고 남문산으로 떠나갑니다. 철길만 없으면 딱 공원같은 느낌의 갈촌역. 열차가 다니지 않더라도 이 곳 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시기를 바래봅니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으악!
훈훈한 마음으로 스크롤 쭉쭉 내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왠 훈남님께서 나타나십니까 --
아무튼 잘봤습니다 ^^
흔한 얼굴인데요 뭐~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폭 파묻힌, 그런 느낌이지요~
도시에서는 참..보기 힘든 모습들.. 그나저나 저리 잘생기셨다니 여행도 여행이지만 외모까지 질투나는군요 엉엉 ㅠㅠ
아니 뭐... 저는 제 외모가 그닥 맘에 들진 않긴 합니다만...--
여기도 행정구역상으론 진주시내긴 하지요~ 진주시 문산읍이니께... 다만, 말만 진주시지, 행정구역 통합으로 구 진주시와 구 진양군이 통합이 된 것인지라 그런건 단지 이름일 뿐이고...--
도시에서도 저런 맛깔나는 모습들을 만들 수 있을거 같은데... 확실히 앞만보고 달려오느라, 저런 모습들이 우리의 이웃에 있음을 많이들 잊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근데 철길도 저렇게 구불구불하게 있기도 하군요(....)
마... 사실 이 곳의 묘미는 구불구불함이긴 하죠~ 영동선, 경북선, 경전선같은 오래된 지역노선의 경우는 구불구불주춤주춤~
재밋겠네요 셀카옆 그물같은게 뭔가요 ?
사슴모양 조형물이더군요. 멋있으라고 만들어놓은거 같긴 합디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