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미슐랭 별 둘'
尹家의 윤미월 대표
엄마 손맛의 힘, 도쿄 한식당 자존심을 지키다
'보통 한국인 밥상'에 정성 담아 "우아하고 깊은맛으로 인정받아"
이달 초 발간된 2016년판 도쿄 미슐랭 가이드에 한식당 최초로 3년 연속 별 두 개를 받은 레스토랑이 나왔다. 도쿄 번화가 긴자에 있는 윤가(尹家)다.
2013년 5월 문을 연 윤가는 이번 도쿄판에서 별을 받은 유일한 한식당이다. 경남 창원시가 개최한 '제1회 대한민국 김치 엑스포'에 초청받아 잠시 귀국한 윤가 윤미월(58) 대표는 지난 19일 "한식의 우아하고 깊은 맛을 미슐랭이 알아준 것 같다"고 말했다. "별이 떨어질까 봐 당연히 겁이 났지요. 걱정될 때마다 되새겼어요. '최고 자리에서 최고의 한식으로 인정받겠다'던 3년 전 첫 마음을요."
윤가의 메뉴는 '보통 한국인 밥상에 오르는 우아한 한식'이다. 한국 사람이 먹으면 "집에서 늘 먹던 맛인데?"라고 할 수 있다. 콧대 높은 미슐랭을 3년째 사로잡은 한식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퓨전이 아니라 익숙한 '엄마 손맛'이다. 윤 대표는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어깨너머로 배운 손맛에다 요리책 수백 권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메뉴를 구상한다. 요리의 바탕은 '할머니 나물'이다. 귀하던 들기름을 아낌없이 넣어 무치던 할머니의 정성으로 만들어낸다.
이달 초 발간된 2016년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에서 별 2개를 받아 3년 연속 등재된 한식당 ‘윤가’에서 윤미월 대표가 차려진 밥상을 독자에게 권하듯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작가 한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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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일본에서 김치로 성공한 사업가로도 유명하다. 원래는 도쿄에서 야키니쿠(일본식 불고기)집과 순두부집을 했다. 식당을 해보니 일본인에게 한식이란 맵고 짜고 싼 음식이었다. 그들의 편견을 깨려고 명품 거리 긴자에 보란 듯이 한식당을 냈다. 윤가는 방 4개, 16명이면 꽉 차는 작은 규모로, 예약으로만 운영한다.
미슐랭 별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일관성이다. 언제 찾아가도 맛, 서비스, 인테리어가 한결같아야 한다. 윤 대표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3년째 재료별로 한 거래처에서만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뽕소금, 취나물, 고들빼기, 능이버섯 등 한국 식재료는 경남 산청에서 받는다. "거래를 하다 보면 기분 나쁜 일도 생기죠. 음식하는 사람은 한눈파는 마음이 생기면 안 돼요. 조금 서운하더라도 믿고 꾸준히 같이 가야죠."
엑스포 전시장에서 김치 요리 시연 재료를 준비하던 그는 "외로울 때마다 새 조리법 구상을 한다"고 말했다. "미슐랭 별을 유지하려다 보니 힘들고도 외롭고, 외로움을 달래려다 보니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게 된다"며 웃었다. 이번 엑스포에서 시연한 김치카레닭고기와 김치새우칠리도 어느 고단한 새벽에 마음을 달래려 끼적거리다 완성했다.
윤 대표는 지난가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 명인(제66호)에 선정됐다. 조선 시대 '시의전서'에 소개된 배추통김치를 재현해 김치 명인으로 인정받았다. 식품 명인은 20년 이상 한 분야에 종사하고, 전통 방식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윤가에서는 털게장이 가장 인기다. 이번 미슐랭 가이드에도 털게장 사진이 실렸다. 조리법은 한국식인데, 재료를 일본인에게 친숙한 홋카이도 털게를 썼다. 털게장에 들어가는 간장은 황기·감초·생강·마늘·표고버섯 등 12가지를 넣어 한 달 이상 숙성시킨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은 톡 쏘는 청양고추가 한다. 잘 숙성된 털게살은 쫀득쫀득한 찰떡 같은 맛을 낸다.
앞으로 미슐랭 별 세 개를 받는 한식당이 나오려면 우리나라 식문화가 전반적으로 향상돼야 한다는 것이 윤 대표의 믿음이다. 예약만 해놓고 부도를 내는 '노쇼' 문화부터 바로잡으려 한다. 윤 대표가 운영하는 창원의 한식당 '수금재'는 내달부터 예약금 10%를 받을 예정이다. "전 세계 사람이 알아주는 별 세 개 레스토랑은 저나 다른 요리사들이 각자 만드는 게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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