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1명. 지난해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숫자다. 하루 평균 10여명이 가족이나 친구의 돌봄 없이 처절한 고독 속에서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누군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일보는 고독사회의 현실을 짚어보고 이를 보듬는 한국교회의 역할을 세 차례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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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어둠이 내려앉은 서울 강남구의 한 주택가. 취업 2년차 직장인 김요한(가명·30)씨는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된 몸을 이끌고 현관문에 들어서자 그를 맞이한 건 등 뒤에 비치는 백열등 불빛과 고요뿐이었다.
기독대안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기숙사 생활을 포함해 올해 15년째 자취 생활을 하는 홀로 살기 베테랑이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주방 앞에 섰다. 식기와 양념을 준비하며 적당히 배를 채울 식사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취미인 요리로 푼다고 했다. 김씨는 기자에게 자신이 요리한 저녁을 건네며 “그래도 오늘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할 사람이 있으니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과를 풀어갔다.
김씨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한다. 회사 통근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한다. 집에 돌아오면 평균 오후 7~8시. 업무량이 많은 시기에는 자정이 넘어야 집에 도착한다. 외롭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당연히 외롭죠.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갈까 봐 평일에 친구들을 만나서 놀 수도 없고…. 누굴 만날 생각은 거의 못 하죠.”
그래서일까. 김씨는 주말이 ‘희망’이라고 했다. 친구나 부모님을 만날 시간이 그때뿐이니까. 김씨는 그러면서 “특히 주일에는 교회에 출석해 예배하고 기도하면서 일주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상력이 풍부하다 보니 가끔 고독사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교회에서 오는 연락이나 친구, 부모님 등이 옆에 있기에 그런 부분에선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웃음으로 대화를 이어갔지만 문답 사이엔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한국사회의 단면이 느껴졌다.
실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독사도 잦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수는 3661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3559명, 2021년 3378명으로 조사되면서 최근 5년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박승환(가명·33)씨는 자취 12년차다. 박씨는 휴대전화와 통장 비밀번호 등을 서면으로 적어 서랍 한편에 보관한다고 했다. 박씨는 17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고독사 관련 기사를 접하고 나니 이 같은 일이 비단 다른 사람들만의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며 “만약을 대비해 친한 친구들에게 ‘3일 이상 연락이 되지 않으면 전화하고, 2일 이상 회신 전화가 없으면 집에 찾아와 달라’고 부탁했다. 집 비밀번호도 공유한다”고 밝혔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고독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은 고독사를 사회 현상이 아닌 본인들에게 직면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1%는 ‘언젠가 나도 고독사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또 35%는 ‘나는 요즘 고독사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응답자들은 고립감과 외로움의 해결책으로 ‘사회적 차원에서의 접근(87%)’을 꼽았다. 고아 과부 나그네 등 사회적 약자를 품는 교회, 대안 공동체로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1인 가구 등 취약계층을 돕는 박민선 오픈도어 이사장은 “한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화 파편화에 따른 인구 변화를 겪으며 동시에 고독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교회는 공동체 중심으로 예배를 드리는 등 공동체성을 중시한다. 그렇기에 지역사회 내에서 고립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교회 등 구호기관이 위기 신호 등을 파악해 사랑의 언어로 다가가면 지역사회 내의 고립사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