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사제와 레지오
일손을 돕고자 모여든 열심인 신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제의 모습은
바로 우리 주님께서 보여 주신 모습이다.
주님께서는 온 세상을 회개시키려고 준비하실때 당신이 뽑은 사람들을 주위에 불러 모아 가르치시고
당신의 정신을 넣어 주셨다. 이와 같이 주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사도들은
그 가르침을 배운 대로 실천에 옮겨 그들을 도와서 영혼을 구하는 일에 나설 사람들을 모두 불어 모았다.
비싸르도 추기경(Cardinal Pizzardo)이 지적한 바와 같이 가장 먼저 로마에 예수 그리스도를 알려
로마가 어머니 교회로 자리 잡도록 씨를 뿌린 사람들은 아마도 성령께서 내려오시던 날
사도들의 강론을 들은 '로마에서 온 나그네들(사도2,10)이었을 것이다.
그 뒤 베드로와 바오로 두 분 성인이 로마에 가서 정식으로 교회를 세우게 된 것이다.
"만일 열두 사도들이 '우리는 하늘의 보화를 간직하고 있소. 이 보화를 두루 전파하는 일을 도와주시오'
하고 말하면서 남녀 노소를 가지리 않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 않았더라면,
사도들만으로는 이 드넓은 세상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교황 비오 11세 / Pius Ⅺ) 온 세상을 회두시키는 일에 주님과 사도들이 보여 주신
모범을 모든 사제들이 그들을 작은 세계 이를테면 본당, 교구 또는 특수 사목 활동 들을 통해서
볻받아야 한다는 것을 다른 교황님의 일화를 들어 강조하고자 한다.
"어는 날 추기경들과 함께 한자리에서 성 비오 10세 교황께서는
'지금 이 세상을 구원하는 데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라고 물으셨다.
추기경 한 분이 '가톨릭 학교를 세우는 일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다른 추기령이 '아닙니다.
성당을 배로 늘리는 일입니다' 하고 말했다. 세 번째 추기경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제 양성을 위해서 신학생 모집 인원을 늘리는 일입니다.' 라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교황은 '아니오, 그렇지 않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각본당에 덕망 있고
명석하고 결단력과 참다운 사도직 정신을 지닌 평신도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오' 라고 말씀하셨다.
이 교황은 그의 말년에 이르러 열심인 평신도들을 훈련하여 말과 행동으로 좋은 표양을 보이게 하며
사도직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구원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분은 교황이 되기 이전에 여러 교구에서 사목하는 동안, 본당 신자 교적부보다는 사도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신자 명단을 더욱 중요시하였다. 이분은 어느 계층에서든지
이런 선택된 평신도들을 모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으며 사제들을평가할 때 그
들이 이 점에 쏟은 열성과 노력으로 얻은 성과를 기준으로 삼았었다"(소타르 / Chautard : 사도직의 정신)
"사람이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신비체를 이 세상에 남겨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셨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주님의 사업은 갈바리아에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주님의
수난은 인류에게 구원을 얻어 줄 수 있는 가치를 지녔지만 막상 십자가로부터 생명을
가져다줄 교회가 없었다면 과연 몇 사람이나 하늘나라를 얻으수 있었겠는가? 그리스도께서는
특별한 방식으로 당신을 사제와 일치시키신다.
사제는 영혼들 안에 초자연적 생명의 피를 퍼 올려 주는 보조 심장과 같다.
사제는 그리스도 신비체의 각 지체들을 영신적으로 서로 연걸시켜 주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부분이다.
만일 사제가 실수하게 되면 그 연결 체계가 막히게 되어 사제에게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주시려는 생명을
받지 못하게 된다. 사제와 신자들과의 관계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와 같아야 한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또 다른 모습이며 결코 단순한 고용인이나 추종자나 문하생이나 후원자가 아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셩명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활동을 거들어 드린다.
그들은 그리스도와 같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대해야 한다.
사제들은 가능한 모든 면에서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는 당신을 위해 신비체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셨으므로 사제도 이와 똑 같이 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제 역시 자신을 위해 하나로 일치하고 있는 신자들이 있어야 한다.
자신과 일치를 이루고 있는 살아 있는 산자들이 없는 사제는 활동이 보잘것 없게 되고
고립되어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눈이 손더러 너는 나에게 소용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머리가 발더러
너는 나에게 소용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1코린 12, 21)
그러므로 만일 주님께서 그리스도 신비체를 영혼들에게 이르는 당신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 원리로 삼으셨다면 이와 동일한 질서가 새로운 그리스도인 사제를 통하여 정확히 작용하게 될 것이다.
만일 어느 사제가 에페소 의신자들에게 보낸 서간(4,12참조) 에서처럼
그리스도 신비체를 완전히 세우는 일에 맡은바 열성을 쏟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의 생명이 영혼들 안에 들어가 결실을 맺는 일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더구나 그러한 사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게 되고 만다.
머리가 하는 일은 몸에 생명을 주는 일이지만 머리는 몸의 생명 때문에 살아 있으므로 결국 머리의 생명은 몸의 생명이 커지면 더불어 커지고 몸이 시들면 더불어 쇠퇴하여 아무런 힘을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사제 직분의 이런 원리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제는 평생 그의 능력의 일부밖에는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그리스도 안에서 부여받은 참된 사명은 그리스도를 위해서 땅 끝까지 헤쳐 나가는 일이 아니던가."
(뤼플리 신부 / Fr. F. J. Rip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