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신용대출을 받아 서울 시내 주택을 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은 뒤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내 집을 사면 곧바로 대출을 회수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발표한 ‘최근 가계대출 동향 및 관리방안’에서 “신용대출 누적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한 차주(대출받은 사람)가 1년 이내에 전체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하면 해당 신용대출을 즉시 회수한다”고 밝혔다. 서울 전역과 접경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이미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분류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도권 집을 살 때 신용대출은 활용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달리 은행의 용도 확인이 쉽지 않아 대출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오는 30일 이후 신규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아 1억원을 초과하게 된 사람에 한해서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16 대책을 통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봉쇄하는 고강도 대출규제를 시행해왔다. 그런데 저금리 속에 신용대출을 활용한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집을 산다는 의미)’ 매매가 계속되자, 집값을 잡기 위해 신용대출 규제라는 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다만 이날 정부 규제로 현금이 넉넉지 않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가 무주택자나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비판이 나왔다.
1억원 넘는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신설된다. 지금까지 DSR 규제는 규제 지역 내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 주담대에만 적용됐지만, 이달 30일부터는 연 소득 8000만원 넘는 사람이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도 각종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 이내까지만 허용된다. 연 소득과 신용대출 총액 기준을 둔 것은 신용대출이 서민층의 생활자금 수요라는 점도 고려한 것이다.
은행의 신용대출 관리도 강화된다. 정부는 은행들이 각자 자체 신용대출 관리 목표를 세우게 하고 이를 준수하는지 매월 점검하고, 연소득의 2배 넘는 과도한 신용대출이 있는지 여부도 상시 점검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에도 대출 목적 등에 대한 심사가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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