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늘 이 아침 외로운 무리들이 당신의 존전에 모였습니다.
저희 자신이 어떠한 입장에 있는가를 스스로 살펴봐야 되겠습니다.
나는 누구로 인해서 이 시간 여기에 왔으며, 어떠한 인연을 맺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와 있는가를 확실히 깨달아야 되겠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악하고 세상이 아무리 추하더라도 자기 스스로 처해 있는 자리를 완전히 규명하여 아버님과의 관계를 완전히 결정지어 생애노정에 잊을 수 없는 인연을 맺어야 되겠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 할진대, 그 사람이 맺은 인연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큰 것이요, 무엇보다도 귀한 것임을 저희들이 알아야 되겠습니다. 마음으로부터 솟구치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스스로 하늘을 그리워하는 흠모의 심정, 이것이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요,
사망의 물결을 밟고 올라설 수 있는 승리의 방패인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마음으로 몸으로 찬양하여 증거적인 실체로 살 수 있는 그런 인간이 얼마나 귀한가 하는 것을 느낄 줄 아는 참다운 사랑의 모습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저희 자신을 낱낱이 분석하는 데 있어서 내 얼굴은 누구를 위해서 갖추어져 있는가를 생각하여야 되겠습니다.
내 눈은 무엇을 보고 있으며, 내 귀는 무엇을 향해 기울이고 있으며,
내 입과 내 코는 무엇을 맛보고 무슨 냄새를 맡기 위해 있으며,
또 내 손발은 어느 누구에게 무엇을 봉사하기 위해 있는가를 생각하여야 되겠습니다.
진정 하늘과 일치될 수 있는 내 전체의 모습을 갖추어 아버님을 그리워하고 아버님을 모시며 아버님께 충성하는 자신이 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러움의 자리에서 아버지와 사정을 통하는 마음을 가진 한때가 저희에게 없었던 것을 탄식해야 할 자신인 것을 깊이깊이 깨닫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은 이 땅 위에서 산다 한들 칠팔십년 또는 백년 이내의 제한된 생활권 내에서 살다가 흙에 묻히게 되는 모습들이옵니다.
땅 위에서의 모습이 아무리 좋아 보인다 할지라도 자기 스스로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되겠고,
이 땅에서 실적만을 가지고 생활적인 환경을 닦아 나가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알아야 되겠습니다. 내가 태어나 살면서 나의 사지백체가 아버님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확실히 알고 하늘만 의지하며 나가는 모습,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 책임을 지고 결사적인 자세로 천태만상의 어려움을 헤치며 아버지의 뜻을 따라가고 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 가는 모습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저희들은 알아야 되겠습니다. 그럴 수 있는 자리에서 슬플 때 아버지와의 인연을 생각할 줄 아는 저희 자신들이 되고, 기쁠 때 아버지께 감사할 수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갖추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몰리고 몰린 이 역사를 대신해서 모든 어려움을 딛고 나오시는 살아 계신 아버지가 계신다고,
지금 이 시간도 쉬지 않고 우리를 구원하기 위하여 선의 기준을 찾고 있는 아버지가 계신다고 온 천지가 감동할 수 있도록 목놓아 호소하는 참다운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런 입장을 체휼하지 못한 것을 느낄 적마다 아버님의 은총을 받기를 원하고 아버지 안에서 은사의 삶을 살 수 있고 신뢰받기를 저희들은 고대하고 있사옵니다.
아버님, 이러한 저희들은 당신의 인연을 필요로 하고 당신의 경륜을 필요로 하오니,
부디 당신의 생명의 영광만이 저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참부모의 이름으로 기도하였사옵나이다. 아멘. (1969. 1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