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물웨
물외.
여름을 건너려면 '물웨'가 있으면 좋다.
"여름 건너가려면 딱정벌레처럼 발소리를 줄이고, 달팽이처럼 느리게 걷고, 마음은 느티나무 잎사귀 뒤쪽처럼 서늘해야 한다."
안도현 시인의 말이다. 그런 마음도 좋지만 '물웨'만 있으면 된다. 겨울은 춥다고 웅크리고, 봄은 꽃 보느라 정신없다가 이제 여름이다. '물웨'를 씹으면 입안 가득 물이 흥건하다. 그것은 시원한 물보라 같다. 겨울엔 이글루 같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군고구마를 먹고, 봄이 오면 처음 교복을 입고 어색하게 웃는 학생들처럼 부끄러워 볼 빨개진 꽃들이 피고, 여름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잔치인 양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여름엔 '물웨' 하나만 먹어도 시원하다.
일본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나메모토 산의 곰]에는 엄마 곰과 아기 곰이 나온다. 아기 곰 코주로는 건너편 계곡에 핀 목련꽃을 보고 눈이라고 엄마 곰에게 말한다. 그 대화 중에서 엄마 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엄마는 엉겅퀴 싹을 보려고 어제 저쪽을 지나갔다."
엉겅퀴 싹을 보려고 건너편 계곡까지 가서 살피는 엄마 곰은 봄을 맞이할 자격이 충분하다. 여름을 맞이할 자격으로는 '물웨'만 있으면 된다. 월동 준비라는 말은 있지만 여름은 준비한다는 말은 없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청소하거나 구멍 난 방충망을 손질하는 정도겠지. 준비가 없는 것은 맨몸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웨'만 있으면 된다.
이제 6월. 여름이 출발한다. 이 여름기차는 여름 한복판을 달
릴 것이다. 눈부신 하늘과 나뭇잎에 빛나는 햇살 사이를 지나 바
다 멀리 가 닿는 그곳까지.
제주어 마음사전 중에서
현택훈 글. 박들 그림
첫댓글 물웨? 맛있는데 갑자기 먹고 싶네요. 어릴적에는 많이 먹었는데 . ..
저는 오늘 아침 더위를 우무묵초무침으로 해결했습니다!
맛난거 드시고 힘내세요
@재미(8기 백경미) 감사합니다. 많이 덥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20기 신해정
물외 먹으러 제주가야할듯 덥다덥다가 아니라 이제 뜨거운 여름입니다. 모두 건강챙기며 지내십시오.
무탈하게 지나가길 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