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엊그제 처음 시작한 것 같은데 이제는 마지막 코너를 돌고 있다. 한 사람의 목회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보람 있고 행복한 일이다. 목회에도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다. 그 마디란 시련과 고난의 시간이기도 하고 때론 위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인생의 그 마디를 겪고 나면 그 마디를 지지하고 우리는 쑥 자라게 된다. 대나무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목양 생활하거나 인생을 살아갈 때, 혹은 국가나 어떤 공동체라도 그 집행부의 능력을 평가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위기관리 능력이다. 얼마나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 보다, 위기를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느냐가 그 사람의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만 가지 재주를 가져도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면 말짱 꽝이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목회를 즐기는 편이다. 즐겁게 목회하는 것이, 내 지론이기도 하다. 그리고 함께 신앙을 해 나가는 성도들이 정말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나의 목회 시간은 너무 빠르다. 돌아서면 한주가 가고, 돌아서면 한 해가 간다.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시도한다. 모든 것을 해 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종종 실패도 하지만 그 실패조차도 나에겐 경험으로 축적되어서 힘이 되고 실력이 된다.
사실 나는 문제나 위기를 위기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 위기라는 마디 과정이기 때문에 불편해하거나 회피할 마음은 없다. 오히려 위기라는 파도를 타고 멋진 서핑을 즐기면 그만이다. 그런 위기를 잘 넘기고 나면 교회나 공동체가 많이 성숙해지거나 성장한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여건이나 환경이 좋은 것만, 기대하지 않고 어려운 여건조차도 기대감과 흥분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이제 돌아보면 나에게도 수많은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위기의 시간마다. 나는 더 즐겁고 기대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위기를 너무 심각하게 대처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문제와 위기에 빠지기보다는 위기를 타고 나르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다.
2024년 11월 23일, 어제 우리 교회는 성전 봉헌 예배를 드렸다. 인근 교회들과 여러 곳에서 오신 성도들과 내빈들이 새울산 교회의 성전 봉헌을 축하해 주셨다. 새울산 공동체 구성원들은 정말 뿌듯해했고 교회를 섬기는 종으로서 나는 정말 감사하게 된다. 새울산 교회에 온 지 4년, 그동안 우리는 많이 도전했고 많은 걸 경험했다. 그때마다 좌충우돌 담임목사의 불도저 열정을 묵묵히 지지하고 받쳐준 성도들이 고맙고 기특하다. 이제 그동안 지고 있던 모든 부채를 청산하고 성전 봉헌을 마쳤으니 얼마나 신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주의 사역에 함께 할 것인가?
좋은 성도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새울산 교회는 모든 세대가 골고루 형성되어 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교회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활력 넘치는 사역을 펼쳐 나가고도 남을만한 보기 드문 교회, 이런 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성전 봉헌을 마치고 나니 감사가 절로 나고 기쁨이 넘치는 것은 괜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이제 우리는 드림의 시간을 지나 Dream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얼마나 기대되고 멋진 시간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