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둑
이윤학
남자는 대형견 켄넬을 왼 어깨에 짊어지고
가파른 철둑 억새 망초를 삽으로 헤집었네
철둑 쪽으로 바짝 휘어진 지방도 갓길에
걸쳐진 기운 전봇대 칡덩굴이 장악하고
트럭 조수석의 외국인 여인은 하천의
물웅덩이 보조개를 바라보았네
포플러 잎사귀 잔바람을 걸러내고
철둑 너머에서 삽질이 시작되었네
아이에게 젖을 물린 외국인 여인
하천 건너 수박밭에 분사되는
스프링클러 물줄기에 뜬 무지개
젖은 눈을 감았다 뜨고는 하였네
삽날에 자갈이 찍히고 열 몇 칸짜리
화물 열차가 휘고 굴다리 근처
두부집 주차장에 차들이 채워지고
건널목 종소리 들려오고
자동차단기 내려졌네
남자는 삽 등으로 켄넬에 든 대형견
봉분 흙을 마저 다졌네 수박 순을 집은
여인들이 파라솔 그늘에 모여 짜장면을
감아 먹었네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는 여인
철둑의 엎친 망초꽃을 올려 보고 있었네
무덤을 쓴 남자가 삽을 짚고 포물선
오줌을 질렀네 아이의 머리를 젖비린내
나는 품에 안고 잠이 든 여인의 얼굴에
땀이 맺혀 눈물 자국을 지우고 있었네
카페 게시글
시
철둑/ 이윤학
강명수
추천 0
조회 21
22.12.17 22:29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