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청남북도와 대전광역시의 인구와 유권자 숫자가 전라남북도와 광주광역시를 추월하면서 향후 충청권 민심의 향배에 여야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차세대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친노(親盧) 핵심인사로 꼽혀온 안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충남지사로 당선된 뒤, 차분하게 도정(道政)에 임해왔다.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의사도 간접적으로 내비쳐왔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선출된 공직자가 4년 임기를 가지고 일을 마무리할 순 없다. 도정의 연속성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며 재출마 의사를 밝힌 뒤, 차기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도전 가능성을 묻는다면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가능한 영역이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내가 일하는 현장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대권 도전 여부는 뒤에 가봐야 알 문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여건만 갖춰진다면 차기 대권 도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 지사는 조용하게 세력 확장 작업도 하고 있다. 자신의 정책특보 출신으로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박수현 의원, 충남 정무부지사 출신으로 민주당 논산·계룡·금산 지역 위원장인 김종민씨 등이 핵심이고 노무현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낸 사람이 여럿 비서실 등에 들어가 있다. 이들 외에도 대전·충청권 의원들 및 친노(親盧)계 의원들과 두루 가깝다.
야권에서도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는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이 주로 거론되지만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은 안 지사가 더 크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에서도 안 지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안희정 지사만은 꺾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인물인데다 그의 재선이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했던 충청권의 민심에 영향을 미쳐 이후의 선거에서도 악재(惡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에서 안 지사의 기세를 꺾지 못할 경우 대전과 충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안 지사의 재선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안 지사 측도 “충남지역은 정당 지지도로 보면 새누리당이 절대 강세”라며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안 지사는 42.25%를 득표했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의 득표율은 39.94%. 불과 2.31%포인트 차였다. 게다가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가 17.79%를 얻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권 단일 후보가 나섰을 경우 안 지사의 승산은 희박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이 지역을 새누리당에 내줬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도 민주당은 부여·청양 지역에서 전 지사였던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에게 대패(大敗)했다.
지난 5월 21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외백)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가 충남 출신 국회의원들을 초청, 도정간담회를 열고 있다/조인원기자
전국적으로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20% 안팎으로 지난 대선 이후 답보 상태다. 안 지사의 한 측근은 “충남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1.5배쯤 높다고 판단한다”며 “하지만 안 지사의 지난 도정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인데다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새누리당 충남지사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점도 안 지사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낸 홍문표 의원, 충남 행정부지사 출신인 이명수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을 비롯,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전용학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성무용 천안시장 등의 출마설이 나돈다. 안 지사는 최근 한 시사잡지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차세대 리더’ 정치인 분야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 지사 측은 이 조사 결과에 상당히 고무돼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노년층 인구가 밀집해 있는 등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충남에 40대의 젊은 나이에 뛰어들어 표밭을 일군 안 지사가 대중 흡입력과 소통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최근 안 지사는 중앙 정치와 관련해서도 종종 자신의 주장을 던지고 있다. 통로는 주로 SNS다. 지난 달 21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위기 앞에 제안한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국가기관들의 선거개입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그 기관들은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까지 공개하면서 정당정치의 한 복판에 뛰어들어 정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이제는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현 대통령께서 직접 관여한 일이 아니라 믿는다. 국민은 대통령께서 직접 관여했느냐고 박 대통령께 묻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국기문란을 해결해야할 책무가 현 대통령에게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안 지사 측은 차세대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점이 내년 충남지사 선거에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치와 관련된 언급은 최소한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나치게 나섰다가 보수적인 성향의 도민들의 외면을 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지금은 도정에 전념해 안정적인 도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간혹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것은 여러가지 중앙정치의 현안 관련해서 안 지사 본인이 몹시 하고 싶은 얘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첫댓글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충청도를 잡지 못하면 여당이든 야당이던 집권은 어려울 것이다. 그 만큼 다음 지방선거는 충청도의 전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