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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 모정무한(母情無限) - 01
- 나에겐 아이가 있었다.
사공운은 후들거리는 하체에 내공을 모아 진정시켰다. 마치 수만
여리를 전력으로 질주하고 난 다음 갑자기 멈추어선 것처럼 그의
다리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충격이 제법 적지 않았음이리라.
정면을 주시하는 사공운의 시선 안으로 하나의 그림자가 들어섰
다. 곰인가? 상대를 보고 그렇게 착각할 만큼 나타난 자는 무려 칠
척(이미터 십센치)에 가까운 거한이었다.
그는 마치 만월을 빼다 박아 놓은 것 같은 크고 부리부리한 눈으
로 사공운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대지를 디딘 두 다리는 철탑처럼
단단하게 버팅기고 있었으며, 그의 온 몸은 청동색으로 번쩍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무엇인가 특수한 무공을 익히고 있음이 분명해 보
였다.
'넌 오늘 반드시 죽는다.'
나타난 거한은 눈으로 그렇게 말하는 듯 했으며, 그의 온 몸에
넘치는 패기와 기상은 과히 사공운을 기세만으로 주눅들게 할 정도
였다. 결국 백발음마는 도망친게 아니라 지금 나타난 거한에게 사
공운을 떠넘긴 셈이었다.
조금 더 확실한 강자에게.
사공운은 짧게 물었다.
"누구요?"
"난, 금강 사호다."
사공운은 혼란스러웠다. 상대는 전혀 농담이나 자신을 놀리기 위
해 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름이
금강사호라니, 아무 곳에서나 찾기 쉬운 이름은 절대 아니었다. 보
통 하층민의 경우 장대, 장이, 장삼 등으로 숫자를 붙여 이름을 짓
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누구처럼 금강사호니 삼호니 하는 이름은
없었다.
사공운은 다시 한번 상대를 살폈다.
그의 표정은 마치 고목을 깎아 놓은 듯 전혀 변화가 없어서 분명
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농을 할만한 모습도 아니었다.
"자신의 소개가 그것이 다요?"
"넌 사공운이냐?"
"그렇소!"
"그럼 죽어야 한다."
"이유는?"
"내 주인이 너를 죽이라 한다."
"당신 주인은?"
"비밀이라 했다."
"당신이 사호니까 일호, 이호, 삼호도 있소?"
"있다."
"어디서 왔소?"
"마교다."
사공운의 안색이 변했다.
"마교?"
그러나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여기서 왜 마교가 나오는가? 그
리고 강남 지역은 마교의 활동이 뜸한 곳이었다.
마교의 본거지가 강북인데, 여기까지 저 정도의 덩치에, 약간 티
나는 거한을 데리고 이동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무엇
보다도 자신의 주인을 말하지 않으면서 마교란 말은 너무 쉽게 하
였다.
'그것도 그저 그렇게 하라고 시킨 말인가?'
사공운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긴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지금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이니.
그래도 알아볼 필요는 있었다.
"당신 주인이 그렇게 말하라 했소?"
"모른다. 그 다음 물음에 대해서는 모른다."
"당신은 바보요? 그것도 모르게."
"이제 죽어라!"
거한은 참으로 쉽게 죽으란 말을 하며 천천히 사공운에게 다가섰
다. 참으로 시기 적절한 대답이었고 행동이었다.
사공운은 더 이상 상대에게 무엇을 알아내긴 불가능함을 알았다.
거한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당겨진 활처럼 팽팽해지는 긴장감을
감지하고, 그는 유령신검을 뽑아 들아 들며 한번 더 물었다. 이젠
그도 반말이다.
"흥,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바보가 날 죽일 수 있겠느
냐?"
거한은 차가운 눈으로 사공운을 노려보았다.
어설픈 격장지계에 넘어갔음인가?
"복마금강동인(伏魔金剛動人) 중, 사호다."
그 말은 차라리 안 들은 것보다 못했다. 그 동안 수 차례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사공운도 이때만은 안색이 일변했다.
복마금강동인이라니 그것이 어찌 마교의 기물일 수 있겠는가? 원
래 복마금강동인은 소림에서 발원한 무공의 일종이었다.
300년 전 소림의 장문인은 무량성승이었다. 당시 그는 소림 최고
의 고수이자 소림 역사상 가장 강한 오대 고수 중 한 명이었다. 특
히 그는 소림의 삼대신공 가운데 복마금강신공을 극성까지 인힌 고
수로 그 이름이 높았다.
무량성승에게는 가장 아끼는 네 명의 제자가 있었고, 그들은 당
시 소림의 호법승인 사대 금강이었다. 사대금강 역시 스승의 이름
에 걸 맞는 기재들로 그들은 자신들의 스승과 함께 소림사의 황금
기를 열고 있었다.
당시 한참 젊은 나이의 사대금강은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었다.
그들은 함께 강호에 나가 사마들을 물리치고 약자를 도와주면서 그
명성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그들의 명성이 중천에 뜬 태양
처럼 빛을 발하고 있을 때였다.
강호에 미호(美狐)라는 음마가 나타났다. 그가 저지른 수많은 악
행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강한 무공과 교활한
꾀로 인해 강호의 명숙들도 그에게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수많은 추적자들을 농락하며 악행을 계속하고 있을 때, 결
국 사대금강이 나섰다. 그러나 6개월간 미호를 추적하던 사대금강
은 오히려 그의 암수에 걸리고 말았다.
미호의 강력한 음약에 중독된 사대금강은 수많은 여자들을 범하
고 그들을 말리는 정파의 무림 고수들까지 죽이는 우를 범했던 것
이다. 제 정신이 돌아온 사대금강은 망연자실했다.
그들은 힘을 합해 미호를 잡아 그를 벌한 다음, 스스로 무공을
폐하고 그들의 사부에게 자신들의 죄를 고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그 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제정신으로 한 일이
아니었기에 그들에게 죄를 크게 물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소
림은 설왕설래하였다. 특히 그들이 죽인 자들 중에 명문대파의 제
자들도 상당수 있었기에 문제는 더욱 커졌다.
충격을 받은 무량성승은 그 날로 장문인 자리를 자신의 사제에게
넘기고 무공이 폐쇄된 네 명의 제자에게 파문을 명하면서 일단락
되었다. 그 후 네 명의 제자들은 소림사가 보이는 곳에 움막을 짓
고 자신들의 죄를 빌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신들에게 죽은, 죄 없는
생명들에게 속죄하며 세상을 살아갔다. 그런 그들에게 소원이 있다
면 죽어서라도 소림에 묻히는 것이 희망이었고 꿈이었다. 그들은
그 만큼 자신들의 사문을 사랑했고, 그들의 스승을 존경했었다.
무량성승은 그 후 은거에 들어갔다. 그리고 60년이 지났다. 이미
죽을 때가 가까워진 사대금강은 여전히 움막에 살고 있었으며, 그
들의 앞에 무량성승이 다시 나타났다.
당시 무량성승은 60년 간 복마금강신공을 변형시켜 복마금강대법
이란 것을 만들어 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제자들을 의한 무공
이었다.
"너희는 소림의 영원한 호법이 되리라."
그 말과 함께 무량성승과 사대금강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육십년이 지났을 때, 소림엔 큰 위기가 도래했다.
마교의 한 지류가 소림을 급습한 것이다. 소림은 전력을 다해 마
교에 대항했지만 마교의 공격은 집요하고 무서웠다. 이때 소림의
새로운 장문인이 사라졌던 사대금강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들은 가
공할 정도의 무공으로 마교를 척살하였으며 위기에서 소림을 구하
고 그들도 함께 죽어갔다. 바로 소림의 제자로.
그 이후에 소림엔 하나의 전설이 생겼다.
소림이 위기에 처해지면 사대복마금강동인이 나타나 소림을 구한
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무량성승이 만든 복마금강대법에 대해서도
그제 서야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해지기로 이 복마금강대법을 시전하게 되면 과거를 완전히 잃
게 되고 성격은 단순해지며 오로지 시술자나 시술자가 지정한 자의
명령만 듣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대복마금강동인을 만들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며, 그 방법이 너무 까다롭고
어려워 그 이후 다시는 이 대법을 펼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전해
졌었다. 특히 산자를 상대로 펼치는 일종의 강시대법과 비슷해 중
죄인이 아니면 이 대법을 펼칠 수도 없었다. 아마 이 대법을 시술
받은 자가 과거를 완전히 잃게 되는 원인은 무량성승이 자신의 제
자들을 위한 안배가 아니었나 추측할 뿐이었다.
소림은 이 대법을 함부로 할 수 없다하여 장경각 깊숙이 숨겨 놓
았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그 복마금강동인이 왜 이 자리에 나타났
단 말인가?
사공운으로서는 기겁할 일이었다. 상대의 표정과 온몸이 청동색
으로 빛나는 것으로 보아 복마금강대법으로 탄생한 복마금강동인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사공운은 더 이상 복마금강대법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사호금강인의 양손이 앞으로 쭉 밀려나오며 섬전 같은 광채가 그
의 허리를 향해 날아왔던 것이다. 상대의 장법은 복마금강장법이리
라. 사공운은 이를 악물었다.
사공운과 금강사호가 생사의 결투를 하고 있는 그 시간.
봉성의 내택이라 할 수 있는 봉화원(鳳花院)내 봉황실(鳳凰室)로
들어가는 정문에 한 명의 시녀가 나타났다. 교교한 달빛에 드러난
그녀의 모습은 평소 얼굴이 알려진 시녀였기에, 그녀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또한 이 시간에 시녀가 봉황실에 오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방안에서 줄을 당겨 신호하면 하녀는 언제든지 봉황실로 달려올
수밖에 없을 테니, 용설아가 밤참을 시키던가 차를 마시려나 했다.
봉화원 내부는 봉검대 중에서도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제삼봉검
대가 도맡아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들 제삼봉검대의 대주는 벽봉
살검(碧鳳殺劒)강명히라는 여중 고수였다. 올해 나이 삽십이세인
그녀는 언뜻 보아 겨우 20대 중반 정도의 나이로 보일 정도였다.
그녀의 숙소는 봉황실에서 가까운 벽봉당(碧鳳(當)에 기거하고
있었으며, 그 곳은 바로 제삼봉검대의 총 지휘본부이기도 했다. 그
외에 제삼봉검대 대원들의 숙소는 봉화원 주변을 돌아가며 네 개의
건물에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봉화원 안 쪽으로는 봉성의 중요
여자들 숙소가 담장으로 나누어진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중국의 주택문화에서 실(室)이란 집 주인의 거처를 말하는 곳으
로 용설아가 봉황실에 기거함은 그녀가 바로 봉성의 여자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공운이 머물고 있는 숙소도 봉화원내의 한 쪽 귀퉁이에 자리하
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봉성에서는 영환호위무사이자 10대 고수 중
하나인 사공운의 지위에 걸 맞는 대우를 했다고 할 수 있었다. 최
소한 봉화원내의 남자는 사공운이 유일했으니.
정문을 통과한 시녀는 작은 보따리를 들고 쫄쫄거리며 봉황실로
걸어 들어갔다. 봉황실 정문을 지키던 두 명의 봉검대 여자들은 시
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본 척도 안 했다.
그녀들이 시녀 따위에게 관심이 있을 리 없었다.
안으로 들어간 시녀는 용설아가 있는 방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
다. 밖으로는 철통같은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서
자 경비는 한심할 정도로 허술했다.
단 한번도 살수가 들어와 보지 못한 봉화원이었다. 그 정도면 그
누구라도 방심이란 독을 키우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그것은 시녀로
분장한 공령에게 큰 도움이었다. 한데......
'겨우 두 명.'
공령은 안색을 찌푸렸다. 그녀에게 감지된 인원은 두 명이었다.
이 두 명이 방안의 용설아를 보호하고 있는 비밀 여 호위무사들 전
부였다. 또한 그녀들의 무공 수위는 공령이 생각했던 것보다 아래
였다. 이것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그래도 자신을 막고 시간을
벌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한데 지금 숨어있는 둘 정도로는 자신에게
너무 손쉬운 상대였다. 만약 자신이 진짜 살수였다면 용설아는 죽
은목숨이라 하겠다.
'이런 한심한 경호라니.'
공령이 한숨을 내 쉴 때였다.
"넌, 뭐 하는 것이냐?"
차가운 물음 소리와 함께 두 명의 여자가 공령에게 다가서고 있
었다.
'강자다.'
공령은 순간적으로 나타난 상대들이 강자들이란 사실을 알아챘
다. 그녀들이 바로 근처에 나타나기 전까지 기척을 느끼지 못했었
다. 공령은 조금 긴장한 눈으로 두 여자를 보았다. 둘 다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에 가벼운 경장 차림이었으며 허리에 보기에도 예사
롭지 않은 검을 차고 있었다.
공령은 자신이 아는 봉성의 여 고수들 중에 그녀들과 인상착의가
같은 여자들을 쉽게 찾아 낼 수 있었다.
청의 무복을 걸친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바로 봉검대
의 대주인 벽봉살검(碧鳳殺劒)강명히였으며, 그녀의 옆에 서 있는
3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봉검대의 4대 부장 중 하나이자 부대주
인 백겸(白鎌) 요호호였다.
그녀들의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강명히는 삼십이세였고, 요호
호는 사십여세가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강명히는 검을 익힌
고수였고, 백겸 요호호는 허리에 찬, 검도 매섭지만 몸 어딘가에
지니고 있다는 작은 낫은 더욱 매섭다고 했었다.
"저......전......"
시녀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자, 두 여자는 무엇인가 이상함을
눈치챈 듯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평소 그녀들이 아는 시녀 유
월이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넌, 유월이 분명 하느냐?"
"전......"
말을 하던 시녀의 눈에 살광이 어렸다.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용
수철처럼 퉁겨져 용설아의 거처로 뛰어 들어갔다.
"막아라"
고함과 함께 강명히의 신형이 시녀로 변한 공령의 뒤를 쫓았다.
방안으로 들이닥친 공령의 검은 지체 없이 살기를 내 뿜으며 침
대에 앉아 있던 용설아를 찔러갔다.
용설아는 무엇인가 잡힐 듯 한 어떤 실체를 찾아 잠을 이루지 못
하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안개 속에 가득한 그 무엇이 이제는 그
녀의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심란한 마음과, 백발음마를 잡으러 간
사공운에 대한 걱정까지 겹쳐 그녀의 잠을 빼앗아 갔다.
한데 갑작스런 소란과 함께 자신을 겨누고 날아오는 검을 보았
다. 그녀의 눈이 커지며 자신을 죽이려 하는 살수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한데......
용설아는 순간적으로 상대가 자신에게 살의가 없다는 것을 알았
다. 그녀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나름대로 상대의 눈에
깃든 살기를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특히 지금 자신을
죽이려 하는 상대의 눈은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그런 눈빛이었
다. 무슨 일이지? 용설아가 놀라서 머뭇거릴 때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나 그녀의 앞을 몸으로 막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숨어 있던 두 명의 여자 호위무사 중 한 명이었다.
공령은 이미 그녀가 나타날 줄 알고 있었기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공격하던 검을 거두며 발로 그녀를 걷어찼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공령을 막아선 여호위무사는 그 자리에
서 즉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사이에 방안으로 뛰어 들어온 강명
히의 검은 인정사정 없이 공령의 허리를 향해 그어왔다.
공령의 허리가 묘하게 율동을 하며 상대의 검을 피함과 동시에,
그녀는 품에서 단검을 뽑아들고 오른발을 축으로 반 회전하며, 작
은 궤적을 만들어 놓았다.
강명히는 얼른 검을 회수하며 그녀의 검을 막아내려 하였다.
차창, 하는 소리와 함께 공령의 신형이 뒤로 물러섰다. 덕분에
그녀와 용설아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고 말았다.
순간 아차, 하는 기분은 두 여자 모두였다.
강명히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공격으로 인해 살수가 더욱 용설아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고, 공령의 입장에서 보면 용설아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자칫 그녀가 다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차 싶
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기회가 있을 때 용설아를 공격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걱정은 숨어 있던 또
한 명의 봉검대 여자무사가 해결해주었다.
공령이 재차 돌아서기도 전에 그녀는 용설아의 뒤쪽에서 뛰쳐나
오며 공령을 공격하였다. 이미 기다렸다는 듯 강명히도 자신의 검
을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졸지에 앞뒤에서 협공을 받게 된 공령이
었다. 뿐만 아니라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 보아 봉검대의 무사
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은 나중이고, 그녀의 몸은 이미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
다. 공령의 몸이 왼발을 축으로 다시 한번 빙글 반 바퀴 회전하면
서 손에 들은 단검으로 둥그런 원을 그리고 지나갔다. 날카로운 검
기가 띠처럼 그녀를 두르고 지나갔으며, 차장, 하는 소리와 함께
제삼봉검대 대주인 강명히의 검이 퉁겨져 나갔고, 무공이 약한 여
무사는 배가 갈라진 채 바닥에 쓰러졌다.
공령은 지체하지 않고 오른발을 앞으로 디디며 왼발로 용설아의
어깨를 걷어찼다. 대기를 가르는 바람소리로 보아 그 위력이 결코
약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용설아는 급하게 뒤로 몸을 빼, 피하려 하였고 다급한 강명히는
전력을 다해 자신의 검을 재차 휘둘렀다.
부대주인 백겸(白鎌) 요호호보다 열 살이나 아래인 강명히가 삼
봉검대의 대주가 된 것은 바로 실력 때문이었다. 그것은 요호호조
차 인정하고 있을 만큼 그녀의 실력은 나름대로 뛰어난 여 고수였
으니, 공령이 결코 얕볼 수 없는 위력의 검세였다.
발을 차가던 공령의 왼발이 그냥 앞으로 뻗으며 그녀의 몸이 아
래로 바싹 낮추어졌고, 강명히의 검이 그녀의 머릿결을 스치고 지
나갔다. 공령은 가슴이 서늘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
었다. 다시 한번 앞으로 퉁겨나가며 한 손으로 용설아를 가격하였
고, 단검을 뒤로 던져 강명히의 얼굴을 공격하였다.
강명히는 몸을 휘청거리며 단검을 단숨에 피하고, 다시 앞으로
내 달리며, 용설아를 공격하는 공령의 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자신의 대응이 늦다는 것을 안 강명히의 안색이 창백해졌
다. 그때 하나의 작은 낫이 팽이처럼 돌며 공령의 머리를 치고 나
왔다. 방안에 뛰어든 부대주인 백겸 요호호가 그 유명한 백겸을 암
기처럼 날린 것이었다.
그녀는 백겸을 품안에서 꺼내 던졌고, 동시에 허리에 찬 검을 뽑
아 들었다.
공령은 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앞으로 재주를 넘으며 백겸과 강
명히의 공격을 한꺼번에 피했고, 용설아의 어깨를 재차 가격하였으
며, 그 반동을 이용해 창을 부수고 밖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녀
는 다급한 상황이라 힘 조절을 확실히 하지 못해 생각보다 강하게
용설아를 후려치고 말았다.
용설아의 몸은 허공에 떴다가 침대 아래로 떨어지며 기둥에 부딪
쳤다가 다시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쫓아라!"
강명히가 악에 바친 고함을 질렀고, 밖에서 우르르 쫓는 소리가
들렸으며, 백겸 요호호는 공령이 도망친 창문을 완전히 부수며 그
뒤를 쫓았다.
강명히는 얼른 용설아를 안아 일으켰다. 그녀는 이미 기절해 있
었다. 다행히 충격은 있었으되 생명을 위협 할 만큼 큰 상처는 아
닌 듯 했다.
그녀는 가볍게 안도의 숨을 몰아 쉬었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ㅎㅎㅎ
즐감~!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ㅈㄷㄳ
기습
ㅈㄷㄱ~~~~~~```````````````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즐독
잘읽었습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