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침에 요란하게 까치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고 좋아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나니 까치란 새는 삶의 터전을 중하게 여겨서 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이 대단하다는 것이었지요.
까치가 낯설어하는 이가 나타남이 누구에게는 반가운 손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예부터 중국엔 손님 맞아들이는 의례가 풍성했나 봅니다.
중국인이 만들어낸 어휘에서도 그 점은 충분히 두드러집니다.
환영(歡迎)이라는 말이 우선 그런데, ‘기쁘게 맞이하다’라는 뜻의 단어이잖아요.
그와 더불어 상대를 높이는 방식도 발달했습니다.
광림(光臨)이라는 말이 대표적이라 하겠습니다.
‘영광스러운(光) 방문(臨)’이라는 맥락입니다.
같은 흐름으로는 광고(光顧)라고도 적고, 은혜로운 그것이라서 혜고(惠顧)라고도 합니다.
아예 ‘내려오시다’라고 해서 강림(降臨)으로 할 때도 있습니다.
손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신다는 뜻에서 탓할 바가 없는 표현들이지요.
그러나 굴곡이 지고, 그늘마저 드리우니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나친 위계(位階)나 이해(利害)에 눌려 비굴하다 못해
상대에게 제 모든 것을 맡기고 기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흔히 영합(迎合)이라고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손님 또는 상대를 맞이해 나아가(迎) 그에 자신을 아예 합쳐버리는(合) 일입니다.
“대중에 영합하다” 하는 식으로 우리도 자주 쓰는 말이 되었습니다.
제 이해관계에 따라 본뜻을 굽혀가며 누군가를 추종하는 일이 바로 영합이거든요.
요즘 8일째 이어지는 야당대표의 단식을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 것에서
도저히 환영할 수 없는 낯선 영합을 보게 됩니다.
단식이 나타나는 정치는 정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비판하던 이들이 지금은 적극 동조에 나서고 있으니 이 또한 비정상입니다.
봉영(逢迎)도 같은 행위로서 매사에(逢) 남의 뜻에 따르는(迎) 일을 뜻하는 말입니다.
사실상 아첨(阿諂)이나 아부(阿附)와 동의어라고 봐도 됩니다.
그저 남의 것을 받드는 봉승(奉承)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이고요.
때론 아유봉승(阿諛奉承)이라는 성어로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남이 하면 비판받아 마땅하고 내편이 하면 옳다고 하면 이야말로 영합이고 봉승이 되는 겁니다.
손님이 꼭 낯선 이를 뜻하지 않듯이 낯익은 이도 손님으로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반겨 맞아주기를 바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헛기침을 하는 정도라면 좋으련만...
메가폰을 들고 어릿광대까지 몰고와서 고함치는 정도라면 누가 반가워할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