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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 모정무한(母情無限) - 03
- 나에겐 아이가 있었다.
금강사호는 비록 사공운을 이기긴 했지만, 상당히 고전했음을 증
명이라도 하듯 그의 옷은 걸레처럼 찢어져 있었다.
"넌 강했다. 하지만 죽는다."
금강사호는 혼자 중얼거리며 사공운에게 다가왔다. 그의 두 손은
복마금강장법의 내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그때, 모든 힘을 다 뽑아낸 듯, 하늘을 향해 검을 들고
있던 사공운의 손이 힘없이 앞으로 툭 떨어졌다. 맥없이 떨어지는
손의 느낌으로 보아 사공운은 이미 정신을 잃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싸우려 했었는가? 그의 손에 들린 유령신
검은 정확하게 금강사호의 머리를 향해 겨누어져 있었다.
금강사호의 입장에서 본다면 경이로운 정신력이라 하겠다.
많이 놀란 눈으로 사공운에게 다가서던 금강사호의 걸음이 갑자
기 멈추어졌다.
"풀썩"하는 소리와 함께 사공운의 신형이 앞으로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던 금강사호의 몸은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더
니 서서히 반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어떻게 된 상황일까?
목성촌이 있는 고우산 아래에 서너 명의 인물들이 서성거리고 있
었다. 사공운을 기다리고(?) 있는 누대치 일행이었다.
기다리는 누대치의 표정은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고, 만월이 하
늘 높이 솟을수록 비례해서 식은땀이 맺히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근데 아직도 연락이 없다니 어찌 된 건가?
금강사호가 실패했을 리는 없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그는 함께 온 봉검대의 수하들을 슬쩍 돌아보았다. 그들도 조금
은 초조한 듯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누대치는 자신의 음침한 눈을 감추려는 듯, 허공으로 시선을 돌
려 만월을 응시했다. 지금쯤은 연락이 왔어도 한참 전에 왔어야 할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설마 복마금강동인이 실패
했단 말인가? 절대 그럴 리는 없다고 스스로 자위했다. 그러나 불
안하다. 자꾸 사공운의 핏발선 눈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서성거리던 누대치는 무엇인가 결심을 굳힌 듯 봉검대의 무사들
을 돌아보며 명령을 내렸다.
"모두 여기서 기다려라!"
"옛, 장로님."
봉검대의 수하들의 대답을 등으로 받으며, 누대치의 신형이 산
위로 화살처럼 날아갔다. 그가 몸을 날리자 사방의 숲에서 보이지
않는 그림자들이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은 숲의 그림
자 속에 숨어 있었고, 무공의 높이는 제일봉검대의 무사들보다 더
강해 보였으며, 그 동작 하나 하나가 은밀했다.
그들은 봉검대의 무사들이 눈치 못 챌 정도로, 숲의 깊은 곳에
숨에 있었다. 누대치의 전음이 그들을 불렀으리라.
수많은 암호와 작은 글씨들이 가득한 종이들이 무려 삼백여 장이
나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 종이들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듯 했지만, 방 가운데 서 있는 용설향의 시선에 모두 들어오도록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그 종이들의 바깥쪽에는 팽예린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상황이 어떤 종류이던 그녀의 입가에 웃음은 여전했다.
묘한 매력을 풍기는 웃음이다.
"결국 사공운에게 무엇을 대가로 주었는지 알아 낼 수가 없었어
요. 아가씨."
용설향은 안색을 미미하게 찌푸렸다.
이유가 없다. 이것보다 더 의심스런 일이 있을까?
용설향은 사공운의 행보가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용설아가 봉성으로 들어갔다. 현재 군사
공정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자칫 범을 우리 속에 끌
어들이는 결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공정이 그것을 모를까? 그럴 리 없을 것이다. 그는 누구보
다도 봉성의 야망을 잘 아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봉성의 담가
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현 상황으로선 어쩔 수 없이 용설아를
봉성에 보낼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 같았다. 무엇
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용설향은 찬찬히 종이들의 내용을 모으고 분석해 보았다.
"언니."
"말하세요. 아가씨."
"여기, 맹호법의 증손녀 말이에요."
"아! 맹취아라고......"
"언제부터 맹각에게 핏줄이 있었지요."
팽예린이 방글거리며 웃었다. 그녀는 무엇인가 기대어린 눈으로
용설향을 보면서 물었다.
"중요한 건가요. 아가씨."
"아직은 모르겠어요. 단지 맹각이 이 꼬마 아가씨를 이렇게까지
비밀리에 데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워요. 우리도 전 정보력
을 동원하고서야 이 아이가 맹각의 증손녀란 사실을 알아 내지 않
았나요."
"그렇긴 하지만, 맹각에게 핏줄이 없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알아 본 바에 의하면 먼 친척 뻘 아이를 데려다 제자겸 양손녀로
키우는 모양이던데. 더군다나 맹호법의 무공은 음한지공이라 여자
에게 잘 맞지요."
용설향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래도 조금 더 조사를 해 주세요. 무엇인가 석연치 않아요."
용설향을 지켜보던 팽예린의 고혹적인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혹시, 그 꼬마 아이가 사공운의 딸인데, 맹각 그 늙은이가 인질
로 잡고 그를 협박한 것은 아닐까요."
용설향은 침묵했다. 팽예린의 말이 아주 허무맹랑하지 않았다.
자신들도 공손명을 인질로 공손기를 협박하지 않았던가? 지금으로
서는 어떤 가능성도 인정해야만 했다. 자신의 의문이 풀릴 때까지
는.
"현재로서는 좀 이른 생각이에요. 하지만 아주 가능성이 없다고
는 못하겠어요. 이유는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 이유가 아주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어찌되었든 사공운의 봉성행에 대한 이유를
알아내야만 공정이나 두 호법의 뱃속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요."
팽예린의 입가에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걱정 마세요. 내가 전부 다 알아내 보겠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의 휘하에 있는 수하들은 일반인의
능력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류의 자들이 아니었다. 특히 정보
수집능력이나 잠행이나 추적술에 있어서는 더욱 믿을 만했다.
캄캄한 방안에 조금씩 빛이 새어 나오더니 하나의 그림자가 방문
을 열고 들어왔다. 흐릿한 눈이 그를 보고 있었지만, 안개처럼 모
호하다. 심호흡을 하고 눈을 비비며 상대에게 마음을 집중했다.
안개 속의 그림자가 점차 또렷해졌다.
"운랑."
용설아의 눈 커플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눈을 뜨지 않
았다. 대신 그녀의 볼을 타고 물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울
고 또 울었다. 아련한 기억 속에 다시 한 노파의 목소리와 아버지
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울리고 있었다.
"부주님, 아기님이 태어나셨습니다."
"오! 산모는 건강한가?"
"산모는 건강합니다. 엄마를 닮은 딸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부주
님."
"으하하......"
"으아아앙~~~"
"앗, 그......그런데, 부주님"
"무슨 일인가? 왕파......"
손에 잡힐 듯 들리는 노파의 목소리 그리고 뒤이어 무엇인가 놀
란 듯 다시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정신을 잃었었다.
그녀의 꽉 움켜진 손이 파들 거리며 심하게 떨렸다. 소리쳐 고함
을 지르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지금 그녀는 너무도 견디기 어려
운 상황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정리해야만 했다.
"어머! 아가씨."
방안으로 들어오던 시녀가 놀란 눈으로 용설아를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녀의 눈이 번쩍 떠지고 시녀를 보았다.
"운랑...... 아니 사영환님은 돌아오셨느냐?"
그녀의 눈엔 물기가 가득 차 있었다. 몹시 초조해 보였다. 격한
감정으로 인해 안정을 찾지 못한 듯 심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시녀는 당황한 눈초리로 그녀를 보며 말을 못했다. 대체 기절했
다 일어난 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용설아와 며칠 간, 곁에서
붙어 있다 시피 했던 시녀가 보기에 그녀에게선 지금 무엇인가 낯
설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시녀는 그녀가 너무 놀랐었고, 그
때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산 위, 숲 안으로 들어온 누대치가 금강사호와 사공운이 결투를
했던 장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방에 결투를 한 흔적이 너무도 명확하게 보였고, 금강사호는
절반으로 쪼개져 죽어있었다. 누군가가 도끼로 내리친 장작 같았
다. 그것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하나는 나무토막이고 하나는 사
람이었으며, 너무도 예리하게 베어진 절단면이었다.
누대치의 옆에 있던 복면인들은 그들이 싸운 결투의 흔적을 보고
치를 떨었다. 누가 보면 작은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을 터였다. 사
방의 땅이 갈라지고 거대한 고목의 한 귀퉁이가 먼지로 날아간 모
습이 보였다.
형당의 척살대인 그들은 누대치가 왜 자신들을 100여 명이나 대
동했는지 알 것 같았다.
"찾아라! 큰 부상을 입었으니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무
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야 한다. 찾으면 무조건 죽여라! 그가 다시
봉성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라!"
누대치의 명령은 강경하고 단호했다.
상황을 보고 누대치는 사공운이 자신의 암계를 눈치챘으며, 자신
이 절대라고 믿었던 무혼기연사를 해독했음을 알았다. 절대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자부하던 무혼기연사가 깨졌다. 그리고 복마금강동인
이 죽었다.
누대치는 무혼기연사의 해독보다도, 사공운이 금강사호를 죽였다
는 사실에 더욱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이 자의 무공이 성주님을 넘어섰다는 말인가?'
누대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일대일이라면 성주인 담숙우도 금강사호를 이기지 못한다. 그것
은 누대치가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금강사호가 죽었다.
그가 알고 있는 사공운의 무공은 절대 담숙우 이상은 아니었다.
'혹시 무공을 숨기고 있었던가?'
다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럼 누가 도와 준 것인가? 누대치는 사방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금강사호가 죽으면서 남긴 검상을 살펴보았다.
너무도 깨끗하다. 분명히 검강을 이용한 심검의 경지에 다다른
자가 아니면 흉내내기 어려운 그런 흔적이었다.
누대치의 안색이 점점 질려갔다. 공포, 그렇다 누대치는 사공운
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의 노려보는 눈초리와 거침없는 유
령신검이 당장이라도 자신의 목을 노리고 나타날 것 같았다.
'오늘 죽이지 못하면 나는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
누대치는 하체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산기슭을 돌아 내려오면 거대한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고, 그
소나무 근처엔 제법 커다란 바위가 서너 개 있었다.
한데 그 바위 중에서도 유난히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었다. 그
바위 속은 믿을 수 없게도 텅텅 비어 있었다. 아니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바위자체가 없었다. 그 바위는 사공운이 미리 만들어
놓은 환영대석진(幻影大石陣)이로 인해 보이는 환상일 뿐이었다.
형당의 수많은 척살대가 그 근처를 지나면서도 사공운을 찾지 못
한 이유이기도 했다.
진안에는 사공운과 진충이 앉아 있었다.
사공운은 사문의 약을 먹고 운기 조식 중이었으며, 진충은 그를
호법하고 있었다. 사실 진법으로 인해 그의 호법은 별 소용이 없었
지만 그는 정말 진지했다.
검을 한 손에 들고 앉아 사공운을 보고 사방을 둘러보는 진충의
눈엔 감탄과 찬탄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처음 사공운에게 도움을 요청 받고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이
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그저 어리둥절했다. 그가 부탁 받은 일이란
아주 간단했다.
먼저 사공운은 목성촌에 먼저 가서 숨어 있다가 그 곳에서 만나
자고 하였다. 진충은 평소 존경하던 사공운의 한마디에 무단으로
봉검대를 이탈해서 목성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공운은 누대치
를 산 아래에서 기다리게 한 후, 진충을 만난 다음 그를 데리고 이
곳으로 와, 진법을 설치하고 진법에 대해 설명을 해 준 후, 자신의
근처에 숨어 있어라 하였다.
그 다음에 그에게 지시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이 백발음마나 또 다른 누구와 큰 결투를 치르고 부상을 당
하면, 자신을 이진법 안으로 데리고 올 것, 만약 자신이 죽으면 그
냥 돌아갈 것, 그 다음 자신이 준 환약을 지니고 있다가 자신이 큰
부상을 당하고 기절하면 먹여 줄 것, 일단 진법 안으로 들어오면
그 누가 지나가도 절대로 모른 척 할 것, 설사 누대치나 봉성의 성
주가 자신을 찾아도 자신이 정신을 차리기 전엔 그 누구에게도 위
치를 말하지 말고 진안에 함께 있을 것 등이었다.
진충은 멀리서 금강사호와 사공운이 결투하는 장면을 지켜보았었
다. 백발음마가 나타나고 사공운이 그 뒤를 쫓자 진충도 허겁지겁
그 뒤를 쫓았었다. 물론 그의 신법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그들을 다시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결투를 아무 소리 없이 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특히 생사를 걸
고 하는 결투라면 그 시끄러운 소리가 나 여기 있소 하는 셈이었
다. 하지만 진충이 그 곳에 도착했을 때는 백발음마가 아니라 복마
금강동인이 사공운과 결투를 하고 있었다.
둘의 어마어마한 대결을 넋이 빠지게 보던 진충은 사공운이 밀리
자 얼른 내려가서 누대치를 데려 올 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사공운
의 당부를 생각하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공운은 자신이 누구와 싸우다, 설사 죽더라도 절대 누대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말라고 했었다.
무인의 자존심을 걸고 하는 부탁은, 설사 부탁한 상대가 정말 죽
어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충이었다. 그는 사공운의 부탁을
성실하게 들어 주었다. 그러나 진충은 아직까지도 자신이 얼마나
큰 일을 했는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기엔 상황이 너무 복
잡했고, 그의 봉성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했다.
비록 무공은 아직 일류에 못 미치지만, 그는 뼛속까지 무인이었
다. 그래서 자신보다 어린 사공운을 조금도 사심 없이 존경할 수
있었으며, 그의 부탁대로 그를 이 진안으로 데려 올 수 있었다.
사공운이 주의를 준대로 미리 준비한 보자기로 사공운을 감싸 피
가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였으며, 나무 위와 바위만을 밟고 신법을
펼쳐 여기까지 왔기에 그 누구에게도 흔적을 들키지 않았다.
사공운을 진안으로 데리고 온 후에는 그가 미리 준비해 준 가루
약을 사방에 뿌려, 피 냄새와 사람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
그는 밖에서 사공운을 찾는 사람들이 설마 형당의 고수들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사공운을 죽이려 하는 자들이 자신이 속한
봉성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게 당연하리라.
진충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사공운을 도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
다. 평생을 무인으로 살며 무엇인가 하나는 이룬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해졌다.
이 강하고 강한 사내가 자신이 없으면 죽는다. 내가 도와서 살았
다. 평생을 두고 자랑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무인이 되어 그가 이
룬 최고의 업적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최강의 무인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최강이 될지도 모르는 무
인을 자신이 구했다. 그것은 진충에게 대리만족이라는 큰 감동까지
안겨 주었다. 그는 자신이 최고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구해준 사람은 틀리다. 이제 자신은 그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룰 수도 있다. 그렇게까지 생각의 범위를 넓혀
가는 진충이였다.
그래서 그는 무인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태어나 삼류무사가 되
는 운명을 알고 있었다손 치더라도 그는 무사가 되리라.
얼마나 지났을까?
사공운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일단 급한 대로 어느 정도 내상은
치료가 된 듯 했다.
사공운은 금강사호와의 대결을 떠 올렸다. 치열한 결투 속에서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일념과 사부님의 아련한 목소리, 사방에서
검을 겨누고 용설아를 노리는 무리들, 반드시 그 자리에 자신이 있
어야 한다는 신념이 그를 극한 상황에서 유령신공을 최고로 발휘하
게 하였다.
마지막에 자신이 펼친 것은 유령검법에 천룡무상검을 가미한 초
식이었다. 어떻게 그 초식을 펼치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가물거렸
다. 용설아의 모습 속에 천룡무상검의 초식이 보였고, 그녀가 자신
의 품에 안기듯 무상검은 유령검법에 녹아들었다.
마치 두 개의 선이 하나로 연결되듯이.
무엇보다도 내공이 흩어지며 기도(氣道)속으로 숨어들었던 유령
신공이 실타래처럼 묶이며 자신의 검으로 흘러 들어갔다. 당시를
어렴풋이 기억해 본 결과, 마지막 순간의 유령신공은 사단계의 초
입인 유령종(幽靈宗)의 경지였었다. 한 순간에 올랐다가 내려온 유
령종의 경지는 사공운에게 새로운 자긍심과 또 다른 목표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다시 한번 그 당시의 검로와 내기의 흐름을 기억하려
했지만, 마치 거대한 대해 속을 헤매는 듯, 가물거린다. 그러나 이
미 그의 유령신공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차후 그것을 자
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공운의 노력 여하에 달렸으리라.
생각을 정리한 사공운은 백발음마를 생각해보았다.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가장 큰 의문이었다. 물론 복마금강동인이라는 절대 믿을 수 있
는 자가 있었기에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함께 자신을 공격했
다면 더욱 확실했을 것 아닌가? 무엇인가 급한 일이 있었던가? 아
니면 ......
한동안 추측을 해 보았지만 생각할수록 오리무중이었다. 결국 고
개를 흔들어 사념을 떨친 사공운은 자신의 내외상을 정검해 보고
진충을 보았다.
복잡하게 변하는 사공운의 안색을 살피며, 말 한마디 없이 그를
지켜보던 진충의 시선이 사공운의 눈과 마주쳤다.
"고맙네. 진충."
진충은 가슴을 타고 올라오는 뜨거운 감정을 느끼고 일순 말문이
막혔다. 저리도 강한 사내가 나에게 고맙다고 하였다.
마치 전설처럼 들리는 그의 무공은 둘째치고, 그에겐 하늘과 같
았던 봉성의 소공녀인 담소봉에게 검을 겨누었으며, '무사는 모욕
을 참지 않는다,'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당대의 미녀를 무시했던
저 철혈의 사내가 자신에게 고맙다고 하였다.
자신의 무공이 사공운과 같았다면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까? 그 날 이후 내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지만, 매번 대답은
같았다. '난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공운을 존경했다. 그의 강한 무공에도 반했지만 남자의
기백과 무사로서의 혼을 존경했었다.
진충의 허리가 자신도 모르게 굽어졌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전 지금도 꿈만 같습니다."
"자네는 더 이상 봉검대에 있을 수 없을 것일세."
진충이 놀란 눈으로 사공운을 보았다.
"자네만 괜찮다면, 내가 거두고 싶은데 어떤가?"
진충의 눈이 더욱 커졌다.
첫댓글 ㅎㅎㅎ
잘읽었습니다
즐~!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ㅈㄷㄳ
감사해요~~~^~
ㅈㄷㄱ~~~~~~~~`````````````````
성공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즐독
잘읽었습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