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온 개발자의 성공스토리
입사 20여년만에 CEO되자마자
'윈도의 추업' 과감히 포기하고
가상저장 공간 '클라우드' 집중
나델리+르네상스=나델라상스
스마트폰 시대에 뒤처졌던 MS
나델라 취임 4년만에 시총 1위로
주가 3배 이상 폭등 '완벽한 부활'
혁신적인 신기술 공개
AI, 목소리 분석해 회의 내용 기록
지구 반대편 사람과 가상회의도
마이크로소프트 부활시킨 CEO 사티나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례 개발자행사 '빌드(build)'가 열린 6일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 스테이트 컨벤션 센터.
반팔 티셔츠 차림의 사티아 나델라(Nadella 52)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등장하자,
전 세계에서 온 6000여 개발자가 환호성을 보냈다.
나델라 CEO는 '빌드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MS합류를 결정해던 1991년 나도 관중석에서 빌드를 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인도 출신의 청년 개발자였던 나델라는 MS 입사 20여 냔 만인 2014년 CEO에 올랐다.
당시 MS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
구글.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대에 뒤처진 채 여전히 PC의 운영체제(OS)인 윈도 수익에 매달린 탓이다.
나델라는 MS를 윈도 회사에서 클라우드(cloud.가상저장 공간) 회사로 완전히 바꿨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서 MS는 현재 세계 1위 시가총액(9819억9000만달러.약 1145조5000억원) 기업이 됐다.
나델라가 CEO로 취임한 지 4년 만이다.
주가는 3배 이상으로 폭등(2014년 1월 37.16달러~6일 현재 128.15달러) 했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6일 자 최신호에서 나델라를 표지 모델로 싣고
'나델라상스(나델라+르네상스)'란 제목을 붙였다.
그가 MS를 다시 復活시켰다는 뜻이다.
SW 기업 MS의 힘...윈도에서 클라우드로
나델라 CEO는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강조했다.
MS 부활 방정식을 꿰뚫는 핵심 요소다.
나델라 CEO는 '애저(MS) 클라우드 이름)는 전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전 세계 54곳에 클라우드 거점(region)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1위 아마존의 거점(20곳)을 압도한다.
그는 신사업인 클라우드 시장에서 해당 분야 1위 아마존을 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선두 아마존(점유율 31.7%)과 ms(16.8%)의 경쟁 구도다.
아마존의 1년 새 점유율이 제자리지만 ms는 같은 기간 점유율을 3% 포인트가량 끌어올렸다.
나델라 CEO는 취임 5년간 MS에서 '윈도'란 말을 싹 걷어냈다.
윈도의 성공에 기댄 '윈도폰' 사업을 과감히 매각했고,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명이었던 '윈도 애저'에서도 위도를 빼버렸다.
PC 시절의 성공에 대한 향수를 직원들의 머릿속에서 삭제한 것이다.
이후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면서는 MS가 쌓아온 최고의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다.
윈도.워드.액셀과 같은 기존 사무용 프로그램에, 똑똑한 두뇌인 AI를 결합하는 전략으로 기업 고객을 다시 사로 잡은 것이다.
나델라 CEO는 마치 '가량비에 옷 젖듯' 각종 사무용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AI 서비스를 보여줬다.
예를 들어 직원 3명이 노트북을 가운데 놓고 회의하면 애저의 '스피치(Speech) AI'가 각자의 목소리를 분석해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를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치는 식이다.
다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물론 그날 회의 요약본까지 작성한다.
회의실에 '막내 서기'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
이메일 서비스인 아웃룩을 통해 회사 동료로부터 '내일 언제 회의할 수 있을까요?란 메일을 받았다면,
번거롭게 스케줄을 보여주고 빈 시간대를 터치하면 이를 상대방에게 공유한다.
고객사가 각사의 특징에 맞는 '대화형 챗봇'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도구도 탑재했다.
나델라 CEO는 '포천 500대 기업 중 95%가 MS 애저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홀로그램 회의'
나델라 CEO는 '스타벅스의 혁신은 클라우드와 AI가 결합한 성공 사례'라고 했다.
스타벅스는 MS 클라우드를 도입해 특정 날짜, 날씨, 과거주문 이력 등에 따라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춘 커피를 추천한다.
또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된 매장의 커피머신은 원두 종류부터 커피 온도, 수질까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앞으로 커피 원두 포장지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전 세계 38만개의 제휴 커피 농장 중 어느 곳에서 재배했고,
언제 커피 원두를 볶았고, 맛에 대한 평가는 어땠는지 등 블록체인(분산저장) 기반의 추적 정보까지 제공항 계획이다.
머리에 쓰는 복합현실(MR) 기기 '홀로렌즈2'도 공개했다.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으로 가격은 3500달러(약410만원)다.
이 기기를 쓰면 지구 반대쪽에 있는 사람과도 눈앞에서 '가상 회의'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개발자와 미국의 디자이너가 함께 홀로렌즈2를 착용하면 눈앞에 상대방의 가상 아비타가 나타난다.
허공에는 디자이너가 그린 3D(3차원 입체) 제품 모형을 띄워 함께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허공에 손을 뻗어서 가상 이미지를 좌우로 움직여보고, 쭉 잡아 늘리는 식의 조작도 가능하다.
2002년 나온 공상과학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허공에 손동작을 하며 업무를 처리했던
장면이 17년 만에 현실이 된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SW 기옵이 몰락했다가 MS처럼 부활한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클라우드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과거 폐쇄적인 기업 문화로 유명했던 MS가 개방형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꾼 만큼
현재보다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애틀(미국)=박순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