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지역 축제에 등장하는 불꽃놀이는 한순간의 흥분과 쾌감을 주기 때문에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불꽃이 폭발한 뒤 대기, 연기 속에 남는 생명의 파괴는 불꽃놀이의 아름다움 이면에 존재하는 환경적 피해와 생태계에 대한 위협이다.
불꽃놀이는 금속 염류와 산화제가 결합해 높은 온도에서 폭발하면서 다양한 색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PM2.5), 중금속(스트론튬, 바륨, 구리 등),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그리고 염소계 가스가 다량 방출되고 이러한 화학 입자들은 대기 중에 잔류하며,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수질과 토양에 침투애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특히 수생 생물은 무기물 축적으로 인해 생식 기능에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자료가 있다.
오래전, 우리 가족도 한여름 밤의 축제인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미리 가서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깔고, 얇은 담요와 음료, 간식까지 준비해 들뜬 마음으로 기다린 적이 있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그 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의 향연은 분명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불꽃놀이가 끝난 후의 광경은 전혀 달랐다. 허탈함과 함께 자리에는 온갖 쓰레기와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병들이 남아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짧은 흥분과 즐거움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사람들은 왜 이토록 자극적인 놀이에 열광하는 걸까? 우리 가족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놀이문화의 결핍을 이 폭죽 소리로 채우려는 건 아닐까? 순간의 환희를 위해 동식물들이 겪는 소음 피해, 공기 오염, 그리고 축제 후 남겨진 폐기물은 누가 감당해야 할까?
그날 이후, 나는 불꽃놀이에 사용되는 화학 재료와 그 유해성에 대해 찾아보았고, 내가 무심코 즐겼던 축제의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죽음과 파괴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반복되는 이 ‘폭발’이 과연 꼭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을 배려한, 지속 가능하고 자연친화적인 놀이 문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 찰나의 자극보다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과 생명을 존중하는 축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 작은 실천 하나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면, 이제는 불꽃놀이가 아닌 지속 가능한 놀이와 축제의 방식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2011년 새해 첫날, 미국 아칸소 주 비브의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하늘에서 추락한 새들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수천 마리의 붉은 날개 검은 새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들의 날개는 찢겨 있었고, 몸통은 부서진 채 땅 위에 무질서하게 뿌려졌다. 그 수는 약 5,000마리. 마치 누군가 상징적인 숫자를 골라 대지에 던진 듯한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독극물이나 전염병이 의심됐다. 그러나 검시 결과는 단순했다. 공포에 질린 새들이 한밤중에 집단 비행을 하다가 서로와 장애물에 부딪혀 죽은 것. 원인은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불꽃놀이와 폭죽 소리였다.
그렇게 우리는 5,000마리의 죽음을, 하나의 축제를 위해 흘려보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환경 뉴스의 범주를 넘는다. 인간의 기쁨이 다른 생명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고,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쉽게 주변 세계에 무감각해지는지를 드러냈다. 새들은 말할 수 없다. 항의하지도, 보상받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의 부서진 날개와 찢긴 침묵이, 새해의 아침 공기를 비극으로 물들였을 뿐이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작은 생명들'의 침묵 위에 우리의 삶을 세우고 있는가. 무의식 속에서 자연을 소비하고, 불편을 외면하며, 그 결과가 다가올 때는 늘 당혹스러워한다. 그러나 비브의 하늘에서 벌어진 그 밤은 단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일상의 축소판이다.
우리는 무엇을 기념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기념의 방식은 과연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가능한 일일까.
물론 폭죽을 멈춘다고 세계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밤, 하늘을 찢고 떨어진 새들이 남긴 메시지를 읽는다면 우리는 조금은 다르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닐지 모른다. 단지, 축제를 즐길 때 조금 더 조심스럽게 소리를 줄이고, 자연과 더불어 숨을 쉬는 일. 가장 작은 존재를 위한 배려가, 가장 큰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즐기는 자연 친화적 축제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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