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님께서 “한국사”와 관련된 책을 “정사”건 “비사”(야사?)를 가리지 않고 읽고 있지만, 그것들이 모두 “체계적이지 않아서” “헛웃음”만 나온다고 하셨는데, 제가 ‘모든’ 책을 소개해 드릴 수는 없고 제가 읽은 책 가운데 그래도 가치가 있는 책을 골라서 소개해 드립니다. “한국사”와 관련해서 제가 추천할 수 있는 책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역사를 배우는 데 ‘기본 틀’을 잡을 수 있는 책들. 그러니까 ‘사관’과 관련된 책들 :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김상태 지음, ‘책으로 보는 세상’ 펴냄, 서기 2012년)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김상태 지음, ‘책으로 보는 세상’ 펴냄, 서기 2013년)
-『신문 읽기의 혁명』(손석춘 지음, 개마고원 펴냄, 서기 1997년) : 신문/잡지의 기사와 TV 뉴스를 제대로 읽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지만, 역사책이 오늘날의 언론 보도와 마찬가지로 사실을 적어서 남기고 후세에 알리는 일을 하기 때문에 '기자'를 '사관(史官)'으로, ‘언론’을 ‘역사기록’으로 바꾸어서 읽어보면 역사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 그리고 ‘왜’ 이런 기록이 남겨졌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필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신문 읽기의 혁명 2』(손석춘 지음, 개마고원 펴냄, 서기 2009년) : 『신문 읽기의 혁명』과 같은 이유로 추천하는 책입니다. 다만 이 안에 한국/조선 공화국(수도 평양)의 근현대사를 다룬 부분이 들어있고 현대사를 다룬 부분도 들어있으므로, 그것들도 참고하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고대사를 다룬 책들 :
―『고조선 연구』(윤내현 지음, 일지사 펴냄, 서기 1994년)
―『고조선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윤내현 지음, 민음사 펴냄, 서기 1998년)
―『요서지역의 청동기시대 문화연구』(복기대 지음, 백산자료원 펴냄, 서기 2002년)
―『네티즌과 함께 풀어보는 한국고대사의 수수께끼』(김 상 편저, 도서출판 주류성 펴냄, 서기 2001년)
―『삼한사의 재조명』(김상 지음, (주)북스힐 펴냄, 서기 2004년)
―『삼한사의 재조명 2』(김상 지음, 북스힐 펴냄, 서기 2011년)
* 중세사를 다룬 책들 :
―『새로 쓴 5백년 고려사』(박종기 지음, 푸른역사 펴냄, 서기 2008년)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한국역사연구회 지음, 청년사 펴냄, 서기 2005년)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2』(한국역사연구회 지음, 청년사 펴냄, 서기 2005년)
* 근세사를 다룬 책들 :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한국역사연구회 지음, 청년사 펴냄, 서기 2005년)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2』(한국역사연구회 지음, 청년사 펴냄, 서기 2005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0』(전 20권. 박시백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옮긴 것입니다.
* 근현대사를 다룬 책들 :
―『20세기 우리역사』(부제 ‘강만길의 현대사 강의’. 강만길 지음, 창비 펴냄, 서기 2009년에 증보판 발행)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김기협 지음, 돌베개 펴냄, 서기 2010년)
―『해방일기 1~8』(김기협 지음, ‘너머북스’ 펴냄, 서기 2011 ~ 2014년)
―『조선을 떠나며』(부제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 이연식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서기 2012년) : 서기 “1945년 조선에서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뒷모습을 세밀하게 추적한 역사 논픽션”.
―『간도특설대』(부제 <1930년대 만주, 조선인으로 구성된 ‘친일토벌부대’>. 김효순 지음, 서해문집 펴냄, 서기 2014년) 친일파 문제 가운데 일본군과 만주군에 들어가 일한 친일파들을 파헤친 책입니다.
―『또 망국을 할 것인가』(임종국 선집 2. 반민족문제연구소 지음, 아세아문화사 펴냄, 서기 1995년)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이덕일 지음, 웅진닷컴 펴냄, 서기 2001년)
* 한 집안의 역사나, 시대를 아울러 모든 생활사를 담으려고 한 책들 :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부제 ‘어느 노비 가계 2백 년의 기록’. 권내현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서기 2014년)
―『뜻밖의 한국사』(김경훈 지음, 오늘의 책 펴냄, 서기 2004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책들은 ‘입문서’고, 모든 것을 담고 있지도 않습니다. 더 자세한 걸 알고 싶다면 논문이나 학자들이 연구한 것을 담은 서적을 찾아보시는 게 좋지요. 하지만 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다면 먼저 제가 소개한 책들부터 찾아서 읽어보세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기분 나쁘고, 듣기 싫은 쓴 소리’를 할 생각입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귀하가 “자기나라 역사도 제대로 모르는 놈이 웬 남의 나라 역사?” 그런 건 “우리나라 역사를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을!”이라고 주장하셨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인간은 ‘나’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있고 그 속사정까지 짐작할 수 있으나, ‘남’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족속입니다. 그러니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남의 나라 역사”는 배워야 하지요. ‘일부러’ 신경쓰지 않고 ‘힘들여서’ 알려고 하지 않으면 “남”의 사정을 더 모르게 되기 쉬우니(이는 도덕이나 윤리나 종교나 철학이나 사상으로 일부러 이타적인 사고를 심어주지 않으면 본성인 이기심이 막 자라나 이기적인 인간이 되기 쉬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 때문에라도 “남의 나라 역사”인 세계사는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사를 배우는 것은 ‘남’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며(이건 강조할 필요가 없을 줄로 압니다), 세계사에서 배운 사실이나 교훈을 한국사에 적용할 수 있고, 세계사에 나타나는 사건이나 현상 가운데 한국사와 비슷한 것을 보면 그것을 참고할 수도 있으며, 세계사의 보편 법칙을 통해 한국사를 이해하는 능력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제가 쓰려고 하는, 세계사를 다룬 글에서 자세히 말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그 문제에 대해서 일일이 따질 수는 없으니, “남은 나의 거울이다.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아야만 내 ‘얼굴’을 볼 수 있고, 거울은 나를 비추어주는 사물이다. 세계사도 이와 같다.”는 말을 꺼내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세계사를 반드시 한국사와 대립하는 존재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둘 다 배워야 하고, 어느 한 쪽도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단, 먼저 한국사를 배우고 그 다음에 세계사를 배워야 한다는 ‘우선순위’는 지켜야겠지요. ‘세계사는 때려치우고 한국사만 배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적으면 귀하는 “넌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웠어? 성향이 뭐야?”라고 따지실 텐데, 실망시켜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 신라 역사를 다룬 논문을 썼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딸 때에도 신라 말기의 상황을 다룬 논문을 썼습니다. 그리고 15년 동안 한국/조선 공화국[수도 평양]의 역사를 독학했고, 한국 고대사를 다룬 책에 싣는 원고도 썼습니다. 저는 한국사를 배우면서 세계사를 소홀히 다룬 적이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족을 달자면 귀하가 “사학을 전공한 친구”에게 “무엇부터 배워야 하냐?”라고 물어보면 그 분이 “실실” 웃으셨다는데, 제가 그 “웃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귀하가 아실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한국의 역사학계는 - 특히 고대사와 근현대사를 다루는 부서들은 - 식민사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존의 틀에 얽매였고 타성에 젖었으며 (근현대사의 경우) 보이지 않는 온갖 검열과 통제와 감시와 금기 때문에 책이나 논문을 내는 것도 힘이 들어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나 유익한 저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제 추측이지만) 어쩌면 그 분은 그런 사정을 알고 계셔서 대답을 피하시는 건지도 모릅니다. 더 자세한 걸 알고 싶다면『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와『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사족을 달자면 임종국 선생님의 다른 책들도 구해서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그 분만큼 친일파 문제를 정확하게 파헤치신 분도 없으니까요).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이슬람국가’라는 조직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안타깝게도 저도 그 조직에 대해서는 진보 언론사들이 소개하는 것 이상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으시다면 나중에 제가 관련 내용들을 정리해서 짧게나마 그들을 소개하는 글을 쓸 것을 약속합니다(지금 제가 ‘밥벌이’를 위해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지라 언제 글을 다 쓸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저는 ‘이슬 먹고 구름똥 싸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부디 이 답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빕니다.
첫댓글 님 고생하시는거 쬐끔 아는데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권유해주신 책들은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기를 ^..^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저는 질책이나 반박을 예상하고 글을 썼는데, 이렇게 부드럽게 대답해주시니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삼돌이 님도 건강을 챙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