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메기 정신을 생각하며 글 김선도
“현대사의 아픔과 민중의 잠재력을 상징하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아버지”
이는 내가 들어 본 말 중에서 백기완 선생님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묘사한 표현이다. 7, 80년대 민중운동의 중심에서 어느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민중 가요로 애창받는 ‘님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쓴 사람, 월드컵 대표팀의 감독이었던 히딩크가 한국을 떠나면서 가장 만나고 싶은 한국인, 가장 존경하는 한국인으로 꼽았던 사람, 그가 바로 백기완 선생이다.
지난 2월 어느날 편집위원 오세일, 정성욱 사무국장, 나, 그리고 송진 부위원장은 대학로에 위치한 ‘통일문제연구소’를 방문하여 선생과 대담을 나누었다.
우리가 방문했을때 선생의 거처는 아직 수리중이었다. 지난 1월 모 방송국의 PD가 70노인이 냉방에서 지내시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난방공사를 해드리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약 500만원 가량이 들었다는 이 공사를 하는데도 우여곡절이 많았다한다. 선생은 이정도 추위쯤 견딜만하니 나 도와줄 돈 있으면 어려운 사람들이나 도와주라며 사양한 것을 어렵게 설득하여 공사를 허락 받았다는 것이다. 실내인데도 선생은 70년대 시골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모자에 털이 달린 두툼한 점퍼를 입고 있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이 정도의 절약은 당연한 것이라는 듯, 난방비 잔뜩 들여가며 한겨울에도 반팔차림으로 지내는 요즘 사람들의 세태를 꼬집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대담을 나누던 중 공사 인부들이 벽에 액자를 걸기 위해 방으로 들어왔다. 그 바람에 잠시 대화가 끊겼다. 선생은 액자를 하나 거는데도 높낮이며 좌우의 균형을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잡아냈다. 그것만으로도 선생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림이며 사진을 거느라 어수선한 틈에 나는 선생의 처소를 한바퀴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거실 벽에 걸려있는 재미있는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1987년 이한열 열사 추도식 사진이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서 있는 선생의 뒤로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과 지금은 정치권의 중심에 서 있는 낯익은 얼굴들, 그리고 수많은 군중들의 모습이 있었다. 내가 그 사진을 유심히 뚫어보자 선생께서 한 말씀 하신다. ‘이 사기꾼 같은 놈들... 그것들은 대통령을 해먹으며 청와대로 여러 사람 불러 들였는데, 나는 칼국수 한 그릇 안 얻어 먹었어. 한 때는 선생님, 선생님 하더니만 대통령 되니까 쳐다보지도 않더라고...못된 놈들...’ 선생의 얼굴에 농이 묻어 있었지만 그래도 섭섭한 구석은 없지 않아보였다.
그래. 당신처럼 살아오신 분이니 이런 말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그러고 보니 ‘대통령을 지낸 두 사람보다 이 백발의 노인이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옛 말에 말 잘하는 사람치고 글 잘 쓰는 이 없고, 글 잘 쓰는 이치고 말 잘하는 사람 없다고 했는데 백기완 선생은 드물게 말과 글을 겸비했다. 평생 재야운동을 했던 계훈제 선생은 생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몽양’ 여운형과 백기완을 꼽았다고 한다. 한데 전자는 웅변투고 후자는 이야기투여서 듣는 사람에게는 백기완의 말이 더 와 닿는다는 평가를 했다고 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선생은 ‘너도 나도 함께 잘 살되 바르게 잘 사는 게 중요하다’며 노나메기 운동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선생과 대담을 나누는 동안 나는 당대의 이야기꾼을 만났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선생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80년대를 경험했던 이땅의 386세대, 혹은 요즈음 젊은 세대에게 백기완 선생의 <통일이야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진정 눈물이 나는 사람이라면 대학로에 위치한 <통일문제 연구소>를 찾아 선생을 알현해도 좋을 것이다. 아래는 선생의 시 ‘통일 비나리’ 1연이다.
통일 비나리
순이야 작년에 세든 집세가 육개월도 채 안돼 곱으로 올라 발뻗을 한칸 방이 서러운 순이야 그래서 통일을 모른다는 순이야 통일된 나라는 방 한칸 뿐이랴 삼천리 어디에서고 이 백성이면 누구나 편히 발 뻗고 사랑할 수 있는 나라란다
<아래는 지난 2월 백기완 선생이 기거하는 대학로의 ‘통일문제 연구소’에서 선생님과 편집위원 김선도, 오세일, 정성욱 , 그리고 송진이 나눈 대화를 두서없이 정리한 것이다>
선생께서는 우리들에게 인터뷰하러 온 사람들이 녹음기 하나 안가지고 왔느냐며 혀를 끌끌 차셨다. 녹음기가 없어도 얼마든지 정리할 수 있으리라는 무사 안일한 생각에 대해 선생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며 내가 천천히 이야기 할 테니 잘 받아 적고, 나중에 원고 써서 메일로 한번 보내라고 하셨다. 뜻이 잘못 전달된 부분은 교정을 봐 주시겠다는 배려이기도 하고, 어쩌면 대담이나 원고를 쓰는데 있어 아마추어인 우리들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생님께 이 글을 교정을 받지는 못했다. 따라서 선생이 말씀하신 의도를 얼마나 충실하게 담았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편집위원들이 순수한 아마추어임을 생각하면서 대담을 살펴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먼저 좀 편안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얼마 전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에서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선생님이 선정되신 것을 보았습니다. (백) 뭐 상을 주었다고 하는데 말로만 ‘우리말 으뜸 지킴이’ 상이었지, 상금도 없고, 상장도 없었어(웃음), 엘지화재라고 그랬지, 우리 말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LG 아닌가, KT는 뭐고, 포스코는 또 뭐야, 내가 뭔 말 하는 지 알지... 외래어를 썼다고 해서 땅불숙(독특)하게 하는 건 아니야. 좋은 우리말 표현 놓아두고 너나 할 것 없이 외래어를 사용하는데 난 참 못 마땅해. . 우리말 지키기는 창작이고, 문화투쟁이며 길게는 인류문화를 되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해. 될 수 있으면 우리말 사용하고 바꿀 수 있으면 다시 바꾸는 게 좋아.
(김) 선생님의 머리 모양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현재의 머리모양을 고집하고 계신데 그에 따른 사연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씀을 좀 해주셨으면합니다. (백) 고집이라는 단어는 웃어른에게 쓰는 표현은 아니야, 신문, 방송이 언어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좀더 다듬어서 쓸 필요가 있어. 언젠가 TV 프로그램(TV는 사랑을 싣고)에서 김미화라는 사회자가 그러더라구, 머리 모양새 가지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고, 그래서 또 얘기하는 거야 잘 들어 둬, 예술적인 얘기니까. 내가 머리를 이렇게 풀어 헤치고 사는 데는 세가지 이유가 있어. 첫째는 분단의 현실 속에서 고통 받는 우리 동포들에게 사랑을 맹세하고 결단하기 위해 머리를 풀어 내린거야, 댕기 풀어 맹세한다는 말 들어봤을 거야, 왜 노래가사에도 있잖아... 둘째는 우리 민족은 큰 슬픔이 닥칠 때, 대성통곡 할 때 머리를 풀고 울었어, 왜 우리 어머님들이 그러시잖아, 그처럼 60년 분단 속에서 겨레의 아픔 때문에 가슴속에서 울면서 머리를 푸는 거지.. 마지막으로 흐트려진 머리로 사는 것은, 저 만주벌판을 달리는 야생마 떼거리를 생각해 봐, 풀밭을 달려갈 때 말갈기를 휘날리며 달리 쟎아, 나도 분단의 현실과 억압의 굴레를 벗고 헐떡이면서 옛살나미(고향)로 질주하는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서 이렇게 하는 거야... 어때 예술적이지
(정)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스포츠 신문에 백기완 선생님 얼굴이 1면을 장식한 때가 있었습니다. 히딩크가 떠나면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백기완 선생님을 말했다고 한 이유였는데, 그때 이야기좀 해주시죠? (백) 기자들이 히딩크에게 물어본 모양이야, 한국을 떠나면서 가장 만나고 싶은 한국인이 누구냐고...기자들은 아마 힘있고 돈 많은 영향력 있는 인물을 기대했겠지...공차기 세계 큰 잔치(월드컵)를 앞두고 축구협회에서 내게 강연을 부탁했지. 선수들에게 한국인의 기운을 살려 줄 수 있는 얘기를 좀 해달라는 거야. 그래서 늙고 앉아 있기도 힘든 나를 젊은 선수들이 좋아하겠느냐고 했더니, 홍명보, 이천수도 좋아하고, 히딩크도 좋다고 했다는 거야, 그래서 한 두시간 정도 강의를 했는데, 키도 작고 늙은 백발의 노인네가 선수들에게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히딩크가 감명을 받았다는 거야. 아마 통역을 통해서 내가 하는 말을 들었겠지...
(송) 구체적으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요? (백) 음, 좀 긴데...첫 마디가 구라파 축구는 썩었다고 했어, 지단이 800억, 피구가 700억 이런 식으로 돈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축구, 죽어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승부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축구는 썩었다, 축구라는 것은 돈으로 재주를 사지 않는 사람들이, 그런 세상을 아울러 차는 게 제대로 된 축구야. 내가 어렸을 때 꿈이 축구 선수였어. 집이 가난해서 축구선수가 못되었는데, 그것이 한이 되어 깡통도 차고, 돌 뿌리도 차고...말 그대로 나는 공을 찬다는 생각보다는 한국인은 한을 차는 거라고 생각해. 16강, 16강 그러는 데 사실 선수들에게 부담갖지 말라고 그랬어. 그깟 16강이 대수가 아니라는 거지. 분명히 용기와 정의감을 가지고 세상의 모순을 걷어차듯 한을 찬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뛴다면, 때박(찰나)을 노려서 서양 놈들을 한 방에 때려 눕힐 수 있다는 자신만만한 얘길 했더니 히딩크가 고맙다고 악수도 하고, 나중에 들으니 기자들에게 나를 두고 한국사람 다운 한국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더군...그나 저나 참 아까웠지, 독일한테는 안 지는 거였는데 너무 지쳤고, 브라질 만났으면 발재간 정도는 밀어 부칠 수 있었는 데 말이야
(송) 요즘 로또 열풍이 대단합니다. 대박이 어쩌고 하면서 사행심리가 아주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데요? (백) 참 좋은 질문했어, 근데 말이야 잘 들어봐, 돈이 큰소리 치는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꿈이 돈을 버는 것으로 가게 되어 있어. 하지만 알잖아 돈을 벌려는 꿈은 실현할 수가 없어, 세계 사람머리(인구) 60억 중에 매일 35,000명, 연간 1,400만명이 굶어죽고 있어, 하루 생활비가 1,000원도 안 되는 게 무려 30억 넘어, 우리나라 가난한 집 개밥도 1,000원은 넘을거야. 사람답게 사는 게 사람의 꿈이지 좋은 집, 좋은 차 가지는 게 꿈이 아니쟎아, 사람의 세상을 만드는 게 사람의 꿈이지, 사치하고 낭비하며 사는 게 꿈이 아니잖아, 근데 잘 들어 돈이 큰 소리 치는 세상에서 돈이 아주 많고, 돈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려는 꿈을 조작해서 내놓게 되, 한탕을 조장한다는 것이지, 그게 뭔지 알아, 우리나라 사람 중 증권하는 사람이 700 만명 이래, 거기다 경마, 경륜이 있고, 복권이 있는 거야, 우리들이 꼭두각시가 되어가고 있어, 잘 들어. 젊은이들이여 헛된 꿈에 속아 넘어가지 말고 진짜 꿈을 빚어내란 말이야
(송) 그럼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꿈은 무엇입니까, 무슨 꿈을 빚어내야 하나요. (백) 한마디로 하면 갈라진 것을 하나로 해 나가는 것이야, 나쁘고 좋고, 돈이 있고 없고, 거짓과 참, 아름다움과 더러움으로 갈라진 것을 하나로 해가는 것이지, 그러나 그 방식은 참이 거짓을, 아름다움이 더러움을 청산하고 극복하면서 하나로 나가는 것이지, 균등과 평등, 남과 북이 통일되는 것으로 가는 것이지 내가 [백기완의 통일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는데 그 책을 보면 꿈을 찾고, 꿈을 빚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야, LG화재 노조에서 직원들에게 이 책을 좀 권해주었으면 좋겠어. 책 팔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이 책에 내가 하고싶은 많은 말들을 썼어. 이 책은 그냥 쓰여진 책이 아니야. 내가 눈물로 쓴책이야, 교정을 보는 출판사 직원들이 울면서 교정 작업을 했다고 그래. 젊은이들 중에 이 책을 읽고 눈물이 나는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 꼭 찾아오라 그래, 내가 그 책에 대해 설명도 해주고 서명도 해 줄 테니까, 그리고 나와 인연을 맺었으니 한번 왔다 가는 것으로 끝내면 안되는 거야. 내년에 세배도 오고, 그래야 하는거야.
(오) 개혁이나 혁명을 말하던 사람들조차 제도권에 편입하면서 이념이나 좌표를 상실한 느낌도 많이 받는 데요? 어찌보면 선생님께서도 현실참여를 통하여 꿈을 실현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을 텐데요. (백) 여러분 개죽이 뭔지 알아? 가랑잎 알지. 가랑잎 중에 개죽이란 게 있어. 개죽은 잎이 나자마자 떨어지는 그야말로 떨어져 썩어 거름도 못 되는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것을 개죽이라고 그래. 하지만 가랑잎은 달라. 가랑잎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여름 한때 산소를 내뿜으며 다른 생명을 살린 뒤 서리를 맞아 어느 곳에 떨어져도 한줌 거름이 되는거야. 한마디로 꽉 차서 사는 게 가랑잎이지. 여러분! 가랑잎은 되더라도 개죽은 되지 말아야해.. 인류의 보편적 염원은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나도 잘 사는 거야, 이것은 여러 종교의 경전에도 나와있고, 사회주의 서적에도 나와있어, 근데 어떤 게 잘 사는 것이냐, 나는 올바르게 잘 살자는 것이야. 그게 노나매기 정신으로 살자는 것이야 얼마전 미국에서 로케트타고 우주여행하는 데 250억 썼다는 기사가 있었지. 근데 아무도 그 사람을 비난 안해, 내 돈으로 내가 하는 데 뭐가 잘못 되었냐는 거지, 유엔 통계에서도 일년에 1,400만명이 굶어죽고 있다고 하잖아, 축구공 만드는 데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3,4달러 받고 일하면서, 가죽에서 나오는 독가스 때문에 고생하고 있잖아, 북한 사람들 굶는다고 야단인데 우리는 1년에 음식쓰레기가 8조원이 넘어, 석유 한 방울 안나 오는 나라에서 아파트 살면서 반팔 입고나 있고, 뭐 어려운 것 아니잖아, 올바르게 산다는 것 말이야
(정) 지금 정치권의 주제는 대북송금 인데요, 평소 남북의 통일을 계속 말씀해 오셨는 데, 요즘 정치권 공방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십니까? (백) 갈라져 사는 아픔을 간직해 온 민족에게 서로가 도와준다는 것은 무조건 좋은 거야, 몇 천억이 문제가 아니라 기둥뿌리를 통째로 뽑아서 준다고 해도 아깝지 않아. 한 민족끼리 서로 돕는 것을 문제 삼지 말자 이거지. 다만 김대중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야. 당연히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만 했어. 만약 김대중 씨가 정치적인 야욕이 있었다거나 치적을 남기기위해 그랬다면 반드시 문제를 삼아야 하고, 그 책임은 분명히 김대중 대통령이 지고, 형사적인 책임과 내용에 따라서는 감옥에도 가야해, 민족 문제는 공명정대하게, 밑바닥처럼 보이는 샘물처럼 해결하려고 했어야지..이말 꼭 써, 쓸 수 있지.
(송) 사실 젊은이들은 통일 문제 등은 아예 관심이 없어 보이고, 선거 때 여행이나 가는가 하면, 촛불시위나 인터넷 등에서 뭔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백) 나에겐 젊은이들 모습에서 개죽이 떠올라서 걱정이야. 또 정치사회적인 정세와 대립구도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어, 마치 미국에서 공화당,민주당끼리 왔다갔다하듯이 보수적인 대립구도만을 전체인 양 사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송) 캄보디아를 갈 기회가 있었는 데 문화재 훼손과 약탈을 세삼 느끼게 되었구요, 우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백) 강도행위 자체가 나쁜 것이지, 강도보다 힘이 약한 것이 문제는 아니잖아, 당연히 가져간 문화재를 받아오든지 뺏어 오든지 해야지, 근데 그보다 말이야, 원정출산하고, 영어 잘하라고 구강수술 한다며, 그냥 보통 사람들도 그렇다며, 지배구조, 착취구조가 잘못되어 있는 부문 바꾸는 것 보다는 낑겨서 살려고만 하는 게 더 문제야, 내 말뜻 잘 알아들어
(김) 선생님께서 ‘노나메기’ 운동을 확산하기위해 ‘노나메기 마실집’을 생각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그 내용을 좀 알고 싶습니다. (백) 여러 사람 도움으로 강원도 모처에 땅 몇 백평을 마련했어, 그래서 거기에다 ‘노나매기 마실집’이라고 그냥 아무나 와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편하게 먹고 지내다 갈수 있는 그런 곳을 하나 만들려고 해, 근데 돈이 잘 모이지가 않더라고, 집 짓는 벽돌 한 개에 만원씩 하니까 LG화재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얘기를 좀 해주면 좋겠네. 이 자본주의 문명은 말이야, 사람들에게 긴장을 없애, 왜 불 나면 당장 가서 꺼 줘야잖아, 강도 협박이면 바로 대들어야잖아, 근데 주춤주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 사람이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한 풀에 꺾여 쓰러지지 말고, 끊임없이 올바르게 산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아 갔으면 해...
평생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는 백기완 선생은 강연을 하는 것이 주 수입원이었다. 한데 최근에는 강연 요청이 급감했단다. 한때 1주일에 세번쯤 강연을 다닐 정도로 대학가 최고의 인기 강사였건만 올해는 딱 한번 대학에 다녀왔을 뿐이란다. 선생이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노나메기 운동이다.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래서 너도 나도 모두 올바르게 잘 살자’는 의미의 순수한 우리말이 ‘노나메기’이고, 선생이 주장하는 새로운 공동체 생활양식이 바로 노나메기 세상이다. 선생이 꿈꾸는 노나메기 세상을 만드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우리는 LG화재 노조의 이름으로 벽돌 10장 쌓고 통일문제 연구소를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