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18.- 온/오프, 파주 갤러리 대담; 슈테피와 서유
멋있다는 보기 좋고, 기분 좋고 알맞고, 아름답고, 흥겹고 마침내 구성지고 서로 잘 어울려 맛있는 지경까지를 말할 것이다. 어떤 사태나 대상이 변화· 균형· 대비· 조화와 같은 개념들로 이뤄진 요소를 다 비벼 넣어 비빔밥처럼 만들어졌다 치면 우린 거기에 보기좋고 멋있다에 맛있다를 더 할 것이다.
땅고가 늘 같은 음악에 같은 걸음을 걷는 것 같아도 결코 같은 수 없듯이 그리는 그림 마다 주제가 늘 되풀이 되는 것 같아 보여도 그려진 작품 마다 다른 걸 보고 느끼고 안다. 그래서 다른 질감으로 붓칠 된 화폭을 눈앞에서 감상하는 것은 새로운 멋이다. 장생도張生圖나 신선도神仙圖를 마주 할 때도 땅고를 대하는 것과 같아진다.
이제 땅고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의 계견사호(鷄犬獅虎)처럼 벽사진경辟邪進慶에 이르렀다는 걸 그의 민화民畵에서 경험한다. 호사롭게 그의 초대전에 함께 가 보자!
서유) 첫 초대전인데 느낌이랄까...준비 하면서 든 생각을 말해 주세요. 슈테피) 처음 탱고를 시작했을 때 걷기는, 내딛는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탱고 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담고 있는 건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막 걸음마를 띈 아이가 여러 근육의 작용.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이 알지 못한 채 그저 움.직.임. 이었죠.
내 민화(民畵)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민화 고유의 채색과 소재에 갇혀 전통 민화를 베끼고 그대로 흉내 내며 붓을 움직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나의 민화(民畵)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서유) 아, 그런 느낌, 이를테면 깨달음에서 시작했다는 말씀이시 군요 (하하)?
슈테피) 그런 샘이예요. 조선시대 민중들이 그들의 생각과 하고 싶은 말, 전해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 민화(民畵)였다면,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시대의 눈으로 민화(民話)를 다시 들여다보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서유) 작가님께선 지금 그리시는 민화(民畵)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전달하고 싶으신 게 있군요?
슈테피) 물론이죠. 호랑이 털을 치고 까치의 깃털을 표현하고, 꽃이 자연스레 한지(韓紙)에 쏙 베어들 듯 바림이 잘 되었다고 만족하면서 베끼고 흉내 내고 집중해서 표현하는 데만 그치는 게 늘 아쉬웠죠. 민화(民畵)가 조선시대 민중들 삶의 구체적 실상을 표현하고 형상화 한 것이라면 그 형식을 계승하는 내 민화 작업이 지금 마음과 생각을 형상하여 이웃 뿐 만 아니라 세계 사람에게 나누어 전하며 공감하고 싶어요. 내 작업은 일테면 전통의 계승 안에서 다른 창조를 내놓기 위한 붓질입니다.(하하)
서유) 보통 민화라고 하면 전통 기법 소재를 사용하는 데 작가님은 아무도 생각지 못한 땅고를 들고 나오셨거든요.
슈테피) 민화(民畵 )가 일정 거리 벽에 걸어 두고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고 사랑 받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작업해요. 그러니 자연스레 전통적 채색에서 벗어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작업 합니다. 일테면 현재 익숙한 색상으로 장생도를 표현했다거나. 탱고를 우아함의 으뜸이라 할 꽃 중의 꽃, 모란 속에서 피어나도록 표현한 것 같은 작업이요. 탱고 소재는 내 생활 가운 데 하나 거든요. 아주 소중한.
서유) 아, 오늘의 주제화가 그런 생각 아래서 그려졌군요. 얘기를 좀 더 해주세요.
슈테피) 이제는 밀롱가에서 탱고 춤을 추거나 탱고 곡을 감상하면 탱고의 선율이 들리기 시작해요. 그러니 마치 우리 고전 춤사위의 발걸음과 손 맵시, 그 고운 의미를 가미하여 내 민화 화폭에 표현하고 싶어졌어요. 탱고가 내게 민화(民畵)의 소재이고 민화(民話)의 주재로 들어 온 거죠.
서유) 앞으로 작업을 통해 땅고 얘기(民話)를 담은 민화(民畵)를 말씀 하신다면. 슈테피) 내 민화(民畵)는 어떨 땐 초가집 담벼락 앞에서, 어떨 땐 떨어지는 폭포수(瀑布水) 우리의 정겨운 산수 앞에서, 안타까움과 정열을 표현하는 탱고로 피어날 겁니다. 탱고를 만나 설레고 수줍게 시작했습니다. 탱고를 품고 세계 속으로 날아 비상(飛翔)하는 날들을 슈테피 탱고민화(撑高民話)는 가질 것입니다. 함께 이야기 하고 즐겨주세요.
서유) 긴 시간 이야기 나누어 기쁘고 즐겁습니다. 슈테피) 저도요.
함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