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트럼프식 ‘최후 통첩 외교’… 세계도 더 이상 주춤하지 않게 되었다 / 8월 5일(수) / 중앙일보 일본어판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 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위압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이른바 ‘최후 통첩 외교’를 반복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이제 과거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성을 앞세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뒤, 상대에게 양보를 이끌어내는 협상 전략을 자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최대한의 압력을 가한 뒤 상대의 강경한 대응을 받아 후퇴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버티면 결국 흐려진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 사례가 바로 이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말에 이란 군사 작전을 시작한 이후, ‘문명의 말살’ 등 강경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란에 대해 여러 차례 최후 통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경고를 해왔다.
3일에도 ‘참수 전 마지막 기회’라는 명목으로 조속한 합의를 요구했다.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배제 작전에 나설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이란을 절벽까지 몰아붙인 뒤 공격 계획을 철회한 전례가 있었으며, 이번 경고도 겉으로는 그대로 받아들일 분위기가 강하지 않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무기 비축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점도 추가 군사 행동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도 지난해 관세 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희토류 수출 규제와 미국산 대두 구매 중단으로 대응하고, 미국의 약점을 공략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후퇴를 이끌어냈다.
유럽에서도 동일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초기에 노골적인 아첨을 하더라도 유리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양보할수록 요구가 커질 뿐이라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4일, ‘트럼프는 계속 위협하지만 세계는 이제 물러서지 않는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각국 정상들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자세를 보일 의지는 있지만, 그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양보에 응할 의지는 약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의회의 대미관계 위원장 브랜드 베니페이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되는 발표에 사람들이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유럽 외교 평의회(ECFR)의 제레미 샤피로 미국 담당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허위 주장이 지금까지 효과를 발휘해 온 것은 미국의 압도적인 힘과 오랜 기간 축적된 외교 자산에 의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자산을 소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샤피로 씨는 국제 사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강압적이긴 하지만, 상대의 저항에 쉽게 위축되는 인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인 뒤 갑자기 후퇴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TACO’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언제나 겁을 먹고 물러난다)’의 머리글자를 딴 표현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완전히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는 경계 논조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 유럽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레토릭이나 허위 주장에 즉각 반응하지 않으면 결국 협박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각국이 점차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대이란 군사 작전을 결정한 사례를 들어 “트럼프 씨가 매번 겁을 먹고 물러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