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1%대 초저금리 시대… '머니 무브'(예금이 고수익·고위험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 본격화되나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인하함에 따라 대규모 자금 이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지고, 은행에 잠겨 있던 돈이 시중으로 풀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현재 연
1.3% 정도인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0%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예금통장에서
잠자고 있던 돈이 빠져나와 수익률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는 은행에서 저리의 대출을 받아 수익률이 높을 만한 곳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1.25%로 인하 맞춰
예금, 고수익 시장 이동 전망
주식·부동산·채권
투자 각광
대내외 변수 많아 신중론도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인 133조 원 상당의 요구불예금의 본격적인 이동이
예상된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고객이 원하면 찾아갈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말한다. 은행 예금 중 10억 원이 넘는 금전신탁,
양도성예금증서 등 547조 원 상당의 고액 자산가들의 수시입출금식 예금도 마찬가지다. 요구불예금 등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얘기는 그만큼 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신금리가 기록적인 '0%대'가 되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이 같은 '뜨내기 돈'이
시중에 대거 풀릴 가능성이 크다.
시중에 풀린 돈은 증시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이들 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실제로
작년 6월 기준금리가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하락하자 7월 코스피 거래량은 전월보다 41억 9천757만 주, 거래대금은
25조 2천767억 원 늘었다. 안정성이 높은 채권도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상장채권거래대금은 작년 6월 금리 인하 전 138조 원에서
올 5월 203조 원으로 65조 원(47.1%) 증가했다.
분양시장도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중도금 대출 금리가
인상된 상태인데 이번 금리 인하로 중도금 대출 금리가 낮아져 분양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매달 일정한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기업 구조조정, 미국 금리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등 대내외 변수가 많은 상태에서 안전하게 '있는 재산이라도
지키자'는 자산가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14년 8월부터 최근까지 한은이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은행권 요구불예금은
작년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20조 원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