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끌림에는 老少가 없다 >
초등학교 운동장에 미끈한 차 한대 미끌어지듯 들어온다
곧이어 차창이 내려지며 30대 초반 여인의 얼굴이 밖으로 내밀어진다.
한눈에 봐도 골드 미스다..그 나이에 그런 값 나가는 차 타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여기 주차 좀 해도 될까요?..용봉산 산행차 왔거든요.."
"아..주차장은 따로 있습니다만..미인이시니..ㅎ..그냥 이곳에 주차하고 다녀오시죠..."
평소 알고 지내는 학교 소사 아저씨..
그분의 선심이 오늘은 골드 미스에게 작렬한다.
54년생 말띠아저씨의 마음이 봄날개 달고 날아 오르니..
덩달아 56년생 "가을이오면"도 아지랭이 되어 피어오르고..
아닌게아니라 차에서 내리며 배낭등 산행장비 챙기는 옆모습 바라보니
내가 보기에도 늘씬하니 참 멋진 자태다.
이때..
등산장구를 챙기던 골드 미스의 시선이
갑자기 내게로 방향 틀며 한마디 툭 던진다.
" 주변에서 용봉산이 그리 좋다는 말 듣고 왔거든요..오늘도 등산객들 많이 왔는지요?..."
" 사실 월,수,금은 등산객 별로 없어요..오늘이 마침 수요일인데..날씨는 더할나위없이 좋은데..
그런데 이런날 이쁜 여성이 나홀로 등산하는 것 위험할 수 있지요..각별 조심해야합니다..ㅎ"
" 괜찮아요..아저씨 같은 선남 만난다면 제겐 오히려 행운이죠 뭐...염려 마세요..ㅎ..."
하며 씩씩하게 발걸음 옮기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무래도 지정된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 좋겠다며 되돌아 가는 그 모습..
특혜보다는 질서에 순응하려는 그 모습이 요즘 보기 드물게 매력 있는 여인이다.
< 수상한 전직 목사 아저씨 >
오전에 특별한 목사님을 만났다.
용봉산 휴양림에 꽃을 식재하러 오신 분인데
오늘은 목사의 자격이 아닌 생활인으로..일용직 인부의 자격으로 왔고..59년 돼지띠다.
내가 시간이 있어서 이꽃 저꽃 심는 일 도와주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는데..
아무래도 전직 목사라 그런지 말펀치가 상당하다.
몇차례 그분 펀치로 잔매를 맞고 있는데
때마침 새참이라 위기 모면..ㅎ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요즘 목사 생활이 얼마나 궁색하면
노가다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을까...
사실 새참이래봐야 인근 구멍가게에서 사온 빵과 우유가 전부인데..
일좀 도와줬다고 그걸 또 권하길래 나도 주머니에서 초콜렛과 말린 사과를 꺼내 건넸다.
그러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아 쎈걸로 한방 날렸더니 재미 있다면서 다음에 또 만나자 한다.
오후에 목사는 비단잉어 연못에 퇴적된 오물들을 청소하고
나는 산불감시대원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꾸 막노동현장의 목사에게 마음이 간다.
오늘따라 늦은 귀가..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잠은 안오고..
어느 세월이될런지..그분과 농반 진담반 영양가 있는 이야기 주고 받을 그날이 은근 기다려지는 모양이다.
*
어느날 용봉산이 나를 불렀다
그래~ 이것은 하늘의 소명이라 생각하여
팔자걸음으로 살아온 나를 일순 내던지고 단숨에 달려갔다.
그리고 그후.. 나는 용봉산 산신령으로 빠르게 변모해 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삽상한 기분으로 오늘을 숨쉰다..모내기 준비로 바쁜 산간 농촌의 오월..
오월에 와 닿는 이런 느낌..앵두가 익어가는 오월의 이런 느낌..참 좋다!
**
용봉산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그 용봉의 봄도 이제는 빠르게 시들어 간다.
엊그제까지만해도 아이들 고사리 손 같던 신록..
그리고 오월의 눈부심이 이제는 녹음 속으로 허둥지둥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른 봄에 찾아온 엄홍길 대장과 그 산악회도 이제는 나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고..
하지만 아직도 미투..미투 하면서 충남지사 공관이 어디인가~ 묻는 분들 가끔 지나가는 걸 보면
인간의 쓰잘데기없는 호기심.. 그 끝은 어디메인지~~참으로 오래도 따라다니는
질긴 그림자라는 걸 새삼 알게된다.
오늘도 주변에서 생멸하는 수많은 사연들..
모쪼록 그런 사연들이 우리들 삶에 밝은 모양새로 다가오길 바라며 오늘 일과 접었다.
첫댓글 가을님은 용봉산을
진짜 사랑하시는분 같아요.
찾아오시는 분들도 그걸 아셔서
가을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요.
저도 오늘
엄청 예쁜 아가씨를 만나서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해줬네요.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
여자도 예쁘고 아름다운 것에 끌린답니다.
ㅎㅎ..예
용봉산 좋습니다.
조용히 살려고 서울에서 고향으로..
고향에서 다시 이곳 용봉산으로 왔는데..
주변에 늘 사람들이 있어서 심심하진 않습니다.
글에서는 딱딱한 사람으로 보이는지 모르지만
실제는 만만하게 보이는지..ㅎ..사람들이 모이네요.
이제 당분간 명상차 이곳에 거리를 둡니다.
한달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어느 봄날의 이야기가 사뭇 진지하네요.
일상에서 일어난 좋은 이야기들 잘 듣고 갑니다.
진지해 보이나요?..ㅎ
세상을 대하는 자세는
아무래도 시인이신 박민순님이 더 진지하겠지요
늘 부지런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 타의 귀감입니다.
네 공관 용봉산 아래 있어요.
어이구..
서울 사신다더니
이곳 사정에 훤하십니다..ㅎ
모쪼록 편안한 저녁시간 되소서...
@가을이오면 네 고항. 홍성 입니다
용봉산이 어디 있는지 마구 그리워집니다 글이 맛깔져서
가을님 글이 가을을 맞이하니 아주 적절하고 맞춤하게 어울립니다 가을남자 등극하십시요! ㅎㅎ
어허..
운선님이 이리 기를 살려 주시니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고..
아무튼
좋은 세월에 용봉산 상면을 머리에 저장합니다.
그때까지 건강 잘 챙기시고..학업에도 정진또 정진하시고요..ㅎ
글 너무 좋습니다!
그림 같아요^^
에구..송구합니다.
로란님의 격려 말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