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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운도가 (松雲道家)
 
 
 
카페 게시글
쉼터-세상*사건*사고 스크랩 캐나다에서 살아남기 6.
블루 추천 0 조회 140 11.12.31 13:26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려니.. 왠지 어색한 감정이 꿈틀거리는 건 무슨 이유일까?

 

역시 흐르는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마음은 원이로되 속한 육신이 이를 따르지 못하니...

 

그토록 다정하고 친근했던 관계들..

끈끈하고 깊이 있던 만남도 가까이 하지 못하고

그 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가듯 잊혀져 버리고 만다.

 

이것은 슬프거나 아파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인생사라는 것이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이니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다시금 마음은 평정을 찾는다.

 

그래도 내가 스스로 위로받는 건 어떤 계산이나 차별이 전제되지 않았던 동문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차츰 빛은 바래가겠지만 그들과의 순수했던 시간들이 결단코 아주 사라지지는 않을 추억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을 이때에 또 한 번의 생의 전환점에서 앞으로 펼쳐질 초대형 프로젝트에 결제 도장이라도 콱 찍는 긴장감으로 오늘에 서있을 동문들에게 멀리서나마 진심으로 축복을 빈다.

 

사실 내가 요즘 동문카페에 뜸한 이유는 어떤 한 가지 일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캐나다는 한마디로 단정 짓기 어려운 다양성의 국가이다.

인종이 그렇고 문화가 그렇다.

그중 레저문화 또한 그 다양성과 깊이를 알게 되면 혀를 찰 정도이다.

나는 이미 이곳의 그런 사정들을 조금은 알았기에 이곳에 오기 전에 탁구와 수영, 골프를 조금씩 배우고 왔다.

물론 입문하는 정도의 배움이었지만 그것이 참으로 요긴했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내가 이곳으로 오면서 다니기 시작한 교회가 캘거리 한인장로교회이다.

이미 지인이 있었기에 정착이 쉬웠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에 홍대 출신의 예술가 필이 극에 달한 동갑내기 친구 C씨와 약 1년 전 한국에서 투자이민으로 영주권을 받고 들어온 3살 아래 아우 Y씨를 만난 일화를 먼저 전하려 한다.

교회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이들과 나는 3인방이 되어버렸다.

C씨는 건축 일을 하는데 겨울철 일이 뜸한 상태였고 투자이민으로 들어온 Y씨는 앞으로도 1년은 그냥 더 쉬겠다는 사람이다.

나 역시 얼마간은 적응력을 키우는데 시간을 보내는 부류였으니 셋이 만나자 찰떡궁합이 된다. 문제는 Y씨 집 지하에 스크린 골프 시설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써그렁 거리는 중고 골프채를 보유?하고 있던 완전초보! 나는 우연히 그 집에 놀러갔다가 그들과 스크린 골프를 접하게 됐는데 그것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우리 셋은 거기에 중독이 되어 아직까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골프와 관련된 안목과 장비는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고 몸은 망가졌다 고쳐지고 하는 골프 입문의 정규과정을 밟고 있다.

물론 시설이 되어있고 언더와 싱글을 치는 고수들과 어쩌다 어울리는 행운을 잡은 이유도 있겠지만...

 

여름 6개월은 골프 때문에 교회의 프로그램까지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남자들이 골프장으로 향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살기로 작정한 이상 배우지 않고는 대인관계의 문제까지 뒤따르기 때문에 지금의 힘겹고 바쁜 수고를 후회하지 않는다.

거기에 뱃살까지 쑤욱~ 들어가며 삶의 활기까지 찾아주는 이 운동을 이제는 예찬한다.

일주일 만에 찾아가 즐긴 어제의 스크린에서는 최고기록인 94타를 쳤다.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는 발견을 하게 한 고마운 스포츠가 골프이다.

여기서 골프와 스키는 한국에서의 조기축구와 비슷할 정도로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대중적 스포츠이다. 물론 비용도 한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저렴하다.

 

두 번째 내가 입문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 배드민턴이다.

이곳 교회는 토요일 아침 7시에 기도회가 있다. 그 시간에 참석하면 예배 후 간단한 간식을 나눈 후 9시부터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하는 일당들이 몸을 푼다.

 

어쩌다가 분에 넘치는 배드민턴 라켓을 구입하고 이 일당들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을 그냥 동네 뒷동산 배드민턴 아저씨들로 생각하고 들어간 내가 실수였다. 얼마나 망신을 당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망신스럽게 따라가야 할지... 그래도 몇 시간 뛰면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몸의 반응은 정말 참 좋다.

 

지난 주 성탄절 주일, 교회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중에 한국에서라면 경험할 수 있었을까 하는 또 다른 레저스포츠를 듣게 되었다.

동계올림픽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크로스컨트리”이다.

 

로키산맥을 끼고 있는 도시 캘거리이니 만큼 등산에 관해서는 조상선이나 변영태도 울고 갈 멋진 산행 코스와 모험거리가 널려있지만 겨울 산행을 그것도 스키를 발에 장착하고 걷는 크로스컨트리로 한다는 것이 꿈만 같다. 이일에도 조만간 도전해보기로 사람들에게 예약을 해 놨다.

 

이곳에서 등산이란 자연 속으로 있는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수도 없이 많은 산과 길을 개척자의 정신으로 들어가고 나오기 때문이다.

 

이곳은 야생 동물들의 천국이다. 그 중 곰과 늑대 등의 맹수들이 있다.

맹수들이라도 대부분은 사람을 보면 먼저 피하기 나름이다. 그러나 몇 가지 안전수칙을 익히고 안전 장비를 지녀야만 큰 화를 면할 수 있다. 그나마 그리즐리 불곰과 같은 놈의 경우는 전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상당히 공격적인 성향이 있어 최근 그리즐리 곰에 의한 피해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곳 캘거리에는 서울의 한강처럼 대단한 강은 없지만 보우강과 엘보우강 두 줄기가 시내를 관통하고 있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카누와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류의 배 놀이는 그랜모아 파크와 같은 호수를 낀 곳이면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어떤 마니아들은 고무보트를 가지고 대중교통이 닿는 상류로 가서 바람을 넣고 래프팅을 하듯 타고 내려와 다시 보트의 바람을 빼고 대중교통으로 집에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한국의 여가문화와는 사뭇 다르지 않을 수 없다.

 

공사판에서 일을 해 상당히 더러워지고 망가진 몸 상태로도 대중교통을 당당히 이용하는 사고에서 보듯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철칙아래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분방하며 남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는 문화가 뿌리내렸기에 가능하겠지만 철저하게 자신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은 어떻게든 구가하며 사는 부분이 이들에게서 엿보인다.

 

이곳의 낚시 애호가들도 그 저력이 만만치 않다.

낚시를 할 만한 영역도 광범위하지만 그 수종도 다양하기 때문에 쌓여진 노하우일 것이다. 이곳에서는 낚시를 아무나 할 수가 없다. 정부에서 발급하는 면허가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동네)에 속한 호수에서는 경우에 따라 별도의 면허 없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사항들은 낚시 바늘이 한국과 같이 끝이 구부러져 물고기가 물리면 빠져나가기 힘든 것과 달리 끝이 일자라는 것과 반드시 물고기는 두 마리 이상 잡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낚시는 여가로 즐기되 환경은 보호하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가장 각광받는 인기스포츠는 “아이스하키”이다.

주요경기가 있는 날이면 거리가 온통 난리가 난다. 그리고 말을 타는 부류와 산악 지형을 이용하는 스포츠들이 너무 광범위해 미처 알지 못하는 종류의 것들과 그 속의 모험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특이하게도 북미에서 연간 판매 1,2위를 다투는 차종들은 고급 세단들이 아닌 픽업트럭들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유난히도 트럭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픽업트럭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요긴하게 쓰이지만 여가생활에 상당히 유효하게 쓰이고 있다. 휴가 때가 되면 대형 여가장비들을 실고 다니거나 캠핑카들을 매달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가는 곳마다 캠핑사이트(유료로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크고 작은 모텔들이 있다. 이곳의 모텔들은 거의가 여행을 목적으로 머무는 숙박업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의 기후는 매우 건조해 자칫하면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한번쯤 겪게 되는데 한국에 가면 무좀이 생기고 여기에 오면 무좀이 사라진다. 대신 이곳에 오면 피부와 특히 발에 각질이 생기고 그리고 한국에 가면 그 각질이 사라진다.

어떤 것이 좋은지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이곳에서는 겨울철 반드시 샤워 후 피부보습제를 발라주어야 한다.

언젠가 겨울에 귀찮아 보습제를 쓰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몸이 슬슬 가려워 긁었더니 이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무슨 큰 피부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고생한 적이 있다.

 

한 여름에도 그늘진 곳에 있으면 더위를 모르는 탓에 땀을 내기가 여간 힘든 곳이기에 유산소운동은 반드시 필요한 삶의 한 방편이 되었다.

요즘 내가 빠져들고 있는 운동들도 이런 면에서 상당히 도움이 된다. 온몸에 흠뻑 땀을 흘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곳의 사람들도 거리나 공원에서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그보다 더 격한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여름이면 웃통을 다 벗어젖힌 체 걷고 달리고 하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곳이 이곳 캘거리이다.

 

= 한국에도 물론 있지만 이곳의 베트남 쌀국수집은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나름 맛도 있어 운동후에 반드시 들르는 코스가 되었다. =

 

다음번에는 최근 교회에서 만난 좋은 분들을 통하여 알게 된 이곳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꿈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된 이야기와 실제의 사례들을 나누고 싶다.

 

다시 한 번 2012년 새해를 맞아 대단히 큰 축복과 행운이 우리 동문들과 가정가운데 임하시길 진심으로 이 먼 이국땅에서 두손 모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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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12.31 16:54

    첫댓글 건투를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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