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세계인 이승과 이태복님이 가시는 영혼의 세계와 마지막으로 작별하기 위해 먼 걸음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아마도 이태복님은 “괜찮아, 걱정하지마” 하며 온화하고 환한 미소를 짓고 계실 겁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큰일들을 해내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다정하게 감싸주었기에 분명, 좋은 하늘세상에서 평화로운 자비 속에 편히 쉬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태복님은 올곧고, 솔직당당하며, 정확한 정세분석과 추진력, 그리고 큰 그림으로 희망을 그려내던 선도자였습니다. 매달 대여섯권의 책을 사볼 정도로 세상변화에 집중했고,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부드럽고 다정다감하며,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었습니다.
흥사단 활동, 학생운동-노동운동을 했을 때도, 광민사에서 사회과학서적을 출판, 양서보급운동을 전개했을 때도, YH노동자투쟁을 지도하고 전민노련을 이끌었을 때도, 두 달 넘는 고문과 사형구형, 7년4개월 옥고를 치를 때도, 주간노동자신문-노동일보, 12년 노동자언론을 일구었을 때도, 노동자들이 이제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보듬어서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 만들자며 사)인간의 대지를 만들었을 때도, 노동-환경-보건-복지 나라행정을 맡을 때도, 민생해법을 위해 기름값 등 5대거품빼기운동과 노인틀니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라는 전국캠페인을 벌일 때도, 국정현안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고 실천하자며 사)5대운동을 만들었을 때도, 국민석유설립운동을 통해 착한 기름값을 실현하려 노력할 때도, 조선시대의 경세가 토정 이지함과 청백리 삼산 이태중을 현실세계로 불러 공직자상을 바로세우고자 할 때도, 도산 안창호 선생의 삶을 재조명, 제대로 된 실사구시를 실천하자고 독려할 때도, 백범 김구의 지시라는 정설을 뒤집어 윤봉길 거사임을 밝히는 윤봉길 평전을 썼을 때도, 중국 흑룡강성 밀산에 항일유적기념비를 세우고, 독립운동가 인물포럼을 조직하고, 보훈처의 독립운동 심의를 맡을 때도, 동북아평화연대의 원대한 꿈을 꾸며 시베리아, 바이칼, 몽골, 만주벌판을 순례했을 때도, 80년대 민주화운동을 밀어올린 윤상원과 5월 결사항전에 대해 전국순회전시회를 통해 진실을 토해냈을 때도, 70이 됐으니 경제, 외교, 통일에 전념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을 때도, 그는 0.01%의 가능성만 있어도 문제해결을 위해 조건을 만들어 끈질기고 치열하게 실천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매년 5월이 오면, 살아있음이 ‘덤’이라며 정면으로 마주하기 어렵다 했었는데, 지난 5월 윤상원과 5월 영령들을 어루만져 보아야겠다며 “살아남은 우리가 동지처럼 목숨을 내놓고 싸웠다면, 그게 정치든, 경제든, 문화든 이런 처지에 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었습니다.
늘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생활을 염려했던 그였습니다. 비정규직의 비명소리가 넘쳐나는 나라, 세계최고의 자살율과 노인빈곤율, 마침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해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현실, 매일 문 닫는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 그리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가계들의 한숨, 민생이라는 말로 기득권을 덮고 있는 나라, 썩은 부패의 고리로 엮여진 관료-재벌-사법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세상, 항일 애국지사들이 꿈꿨던 ‘참으로 복된 나라’는커녕 헬조선에서 벗어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나라,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생각은 추호도 없이 오로지 출세와 황금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이 땅의 지도층들, 세계 유일분단국가에서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인 나라...
이태복님은 우리가 직면한 숱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도산 안창호식, 매헌 윤봉길 식, 5월 윤상원식의 실사구시와 ‘목숨을 건 실천’밖에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저 역시 공감해왔습니다만...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예쁜 아주 예쁜 하늘 같은 신랑, 어지러운 세상에 꼭 필요한 맑고 깨끗한 지도자, 그 사람이 떠났고, 그의 울타리와 큰 산이 사라진 지금, 그가 말한 ‘목숨을 건 실천’이란 것이 얼마나 무거운지, 얼마나 두려운지, 얼마나 버거운지 잘 알기에 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다만, 떨칠 수 없는 까닭은 “다른 길이 없다. 목숨을 건 실천을 하자!”는 것이 바로 이태복님의 뜻과 유지라는 사실입니다. 위로해주신 많은 분들, 비통함과 슬픔을 함께 하고 진정 그의 존재의 상실을 애닯아하시는 분들, 이태복 님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흔적 없이 사라지기를 바라시지 않는 분들은 저와 함께 그 뜻이 이 땅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이태복 님을 우리 가슴에서 부활하도록... 힘써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힘들고 어려운 매 순간을 지금의 고통과 슬픔을 디딤돌 삼아 묵묵히 걸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우리에겐 갈 길이 남아있기에..... 저의 역량이 너무나 미천하여 혼자 감당키 어려우니, 부디 어여삐 여기셔서 함께 이태복님의 뜻과 유지를 이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